‘극한직업’ 매출 1,380억 원…수익 어떻게 나뉘나

입력 2019.03.04 (15:59) 수정 2019.03.04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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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출액 사상 최대…수익률도?

영화 '극한직업'이 매출액 약 1,377억 원으로 역대 한국영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관객수는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으로 3일 자정 현재 1,602만 8천여 명으로 역대 2위. 최고 흥행작 '명량'의 1,761만 명에는 못 미치지만, 지난해 극장업체들의 관람료 인상으로 매출액으로는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극한직업'의 총제작비가 약 95억 원선인 것을 감안하면 제작비 대비 약 15배에 가까운 매출이다. '명량'은 총제작비 약 190억 원의 7배 매출을, '7번방의 선물'은 총제작비 58억 원의 약 15.8배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극한직업'은 제작비 투입 대비 역대 최고 수익률을 올린 작품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거둔 수입은 극장과 배급사, 제작사에 각각 어떻게 배분될까. 현재 국내 극장의 1인당 평균 티켓 가격은 8,286원. '극한직업'이 매출 1,380억 원을 가뿐히 넘길 것으로 보고, 이 금액이 어떻게 나뉘는지 따져보자.

■ 티켓 판매 1,380억 원 중 제작사 몫은?

매출 1,380억 원의 10%인 138억 원은 부가가치세, 3%인 41억 원은 영화발전기금으로 빠진다. 즉 '극한직업'의 관객들은 41억 원의 영화발전기금을 낸 셈이다. 나머지 약 1,201억 원을 놓고 극장과 배급사가 정해진 비율에 따라 배분한다. 이 비율을 '부율'이라 부른다. CJ CGV와 롯데시네마의 한국영화 부율은 극장:배급사가 45:55, 메가박스는 50:50이다. 이 부율 또한 서울과 지방의 차이가 있어 정확한 수치를 내기는 어렵지만, 국내 극장 매출의 78%를 차지하고 있는 CGV와 롯데시네마를 기준으로 추산해보면 다음과 같다.

1,201억 원의 45%인 약 540억 원을 극장업체 측이 갖는다고 추산하면, 나머지 약 661억 원을 배급사 측에서 가져간다. 배급사 몫은 이 가운데 10%. 즉 66억 원 정도를 배급사가 먼저 떼어놓고 남은 595억 원 중 제작비를 제외한 순이익을 투자사와 제작사가 나눠 갖는 시스템이다. '극한직업'의 총제작비가 약 95억 원이므로 남은 500억 원이 투자사와 제작사의 몫이다. 한국영화의 통상적인 투자사:제작사의 수익 배분 비율은 6:4. 즉 500억 원의 60%인 300억 원을 여러 투자자들이 지분에 따라 가져간다. 나머지 40%인 200억 원이 제작사 몫이다. 즉 '극한직업'의 제작사는 티켓 판매액 1,380억 원 중 약 200억 원을 가져간다는 추산이 나온다. 제작비는 감독이나 배우가 기본적으로 받는 출연료 등이 포함된 것이지만, 내부 계약 조건에 따라 흥행 성적에 비례해 추가 금액을 받는 경우가 많다.


■ 흥행 '극과 극' 심화…"창의적 투자 어려워" 우려

'극한직업'이 사상 최대의 매출과 수익을 기록해 이만한 수익이 났다지만 적지 않은 한국 상업영화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해 순제작비 30억 원 이상의 상업영화 40편을 분석한 결과, 추정 수익률은 -17.3%. 6년 만의 마이너스 전환이다. 2017년 수익률은 18%였다. '인랑' '물괴' 등 제작비 100억 원 이상의 대규모 영화들이 지난해 줄줄이 참패한 탓이다. 다양성영화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개봉한 한국 독립·예술영화는 총 113편이었다. 이를 본 관객수 총합은 약 110만 명으로 '극한직업' 한 편에 몰린 관객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최근 발간한 '2018년 한국영화산업 결산' 보고서는 "개봉 편수는 비슷한 수준이지만 관객 수와 매출액은 대폭 하락해 한국 독립·예술영화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라고 짚었다.

영화 창작자들은 이처럼 '극과 극'의 흥행 현상이 지속될수록 특정 장르 편중 등 다양성이 훼손될 소지가 커진다고 우려한다. 충무로의 한 제작자는 "최근 '완벽한 타인' '극한직업' 등이 성공하면서 코미디 장르에 시나리오가 몰리고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이 같은 경향이 심해졌다."라고 전했다. 지난해 대규모 투자 작품들의 참패가 이어지면서 '투자 안정화' 성향이 심해지고, 이에 따라 다양하고 창의적인 시나리오에는 제작 투자가 더 어려운 분위기가 됐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현재 개봉 중인 '증인'이 229만 명, '사바하'가 21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순항 중인 점은 고무적이다. 이들 작품은 장르적으로도 기존 흥행코드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충무로의 뜻있는 제작자들은 "천만영화 1편보다 200만~300만 영화 4~5편이 나오는 게 좋다."라고 입을 모은다. 각기 다양한 이야기를 품은 작품이 안정적으로 흑자를 내고 이것이 새로운 작품에 재투자되는 환경이 절실하다는 뜻이다. 영진위 보고서는 "지난해 '고예산' 영화들이 관습적인 흥행 코드를 나열한 서사와 성수기를 노린 패턴화된 배급 전략에 기대 제로섬 게임으로 치달았다."라며 중간 규모 영화들에 대해 "기획력이 좋은 작품 발굴에 힘을 쏟고 투자를 분배하게 될 때 향후 한국영화의 다양성과 영화산업의 안정화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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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한직업’ 매출 1,380억 원…수익 어떻게 나뉘나
    • 입력 2019-03-04 15:59:43
    • 수정2019-03-04 16:01:45
    취재K
■ 매출액 사상 최대…수익률도? 영화 '극한직업'이 매출액 약 1,377억 원으로 역대 한국영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관객수는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으로 3일 자정 현재 1,602만 8천여 명으로 역대 2위. 최고 흥행작 '명량'의 1,761만 명에는 못 미치지만, 지난해 극장업체들의 관람료 인상으로 매출액으로는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극한직업'의 총제작비가 약 95억 원선인 것을 감안하면 제작비 대비 약 15배에 가까운 매출이다. '명량'은 총제작비 약 190억 원의 7배 매출을, '7번방의 선물'은 총제작비 58억 원의 약 15.8배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극한직업'은 제작비 투입 대비 역대 최고 수익률을 올린 작품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거둔 수입은 극장과 배급사, 제작사에 각각 어떻게 배분될까. 현재 국내 극장의 1인당 평균 티켓 가격은 8,286원. '극한직업'이 매출 1,380억 원을 가뿐히 넘길 것으로 보고, 이 금액이 어떻게 나뉘는지 따져보자. ■ 티켓 판매 1,380억 원 중 제작사 몫은? 매출 1,380억 원의 10%인 138억 원은 부가가치세, 3%인 41억 원은 영화발전기금으로 빠진다. 즉 '극한직업'의 관객들은 41억 원의 영화발전기금을 낸 셈이다. 나머지 약 1,201억 원을 놓고 극장과 배급사가 정해진 비율에 따라 배분한다. 이 비율을 '부율'이라 부른다. CJ CGV와 롯데시네마의 한국영화 부율은 극장:배급사가 45:55, 메가박스는 50:50이다. 이 부율 또한 서울과 지방의 차이가 있어 정확한 수치를 내기는 어렵지만, 국내 극장 매출의 78%를 차지하고 있는 CGV와 롯데시네마를 기준으로 추산해보면 다음과 같다. 1,201억 원의 45%인 약 540억 원을 극장업체 측이 갖는다고 추산하면, 나머지 약 661억 원을 배급사 측에서 가져간다. 배급사 몫은 이 가운데 10%. 즉 66억 원 정도를 배급사가 먼저 떼어놓고 남은 595억 원 중 제작비를 제외한 순이익을 투자사와 제작사가 나눠 갖는 시스템이다. '극한직업'의 총제작비가 약 95억 원이므로 남은 500억 원이 투자사와 제작사의 몫이다. 한국영화의 통상적인 투자사:제작사의 수익 배분 비율은 6:4. 즉 500억 원의 60%인 300억 원을 여러 투자자들이 지분에 따라 가져간다. 나머지 40%인 200억 원이 제작사 몫이다. 즉 '극한직업'의 제작사는 티켓 판매액 1,380억 원 중 약 200억 원을 가져간다는 추산이 나온다. 제작비는 감독이나 배우가 기본적으로 받는 출연료 등이 포함된 것이지만, 내부 계약 조건에 따라 흥행 성적에 비례해 추가 금액을 받는 경우가 많다. ■ 흥행 '극과 극' 심화…"창의적 투자 어려워" 우려 '극한직업'이 사상 최대의 매출과 수익을 기록해 이만한 수익이 났다지만 적지 않은 한국 상업영화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해 순제작비 30억 원 이상의 상업영화 40편을 분석한 결과, 추정 수익률은 -17.3%. 6년 만의 마이너스 전환이다. 2017년 수익률은 18%였다. '인랑' '물괴' 등 제작비 100억 원 이상의 대규모 영화들이 지난해 줄줄이 참패한 탓이다. 다양성영화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개봉한 한국 독립·예술영화는 총 113편이었다. 이를 본 관객수 총합은 약 110만 명으로 '극한직업' 한 편에 몰린 관객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최근 발간한 '2018년 한국영화산업 결산' 보고서는 "개봉 편수는 비슷한 수준이지만 관객 수와 매출액은 대폭 하락해 한국 독립·예술영화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라고 짚었다. 영화 창작자들은 이처럼 '극과 극'의 흥행 현상이 지속될수록 특정 장르 편중 등 다양성이 훼손될 소지가 커진다고 우려한다. 충무로의 한 제작자는 "최근 '완벽한 타인' '극한직업' 등이 성공하면서 코미디 장르에 시나리오가 몰리고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이 같은 경향이 심해졌다."라고 전했다. 지난해 대규모 투자 작품들의 참패가 이어지면서 '투자 안정화' 성향이 심해지고, 이에 따라 다양하고 창의적인 시나리오에는 제작 투자가 더 어려운 분위기가 됐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현재 개봉 중인 '증인'이 229만 명, '사바하'가 21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순항 중인 점은 고무적이다. 이들 작품은 장르적으로도 기존 흥행코드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충무로의 뜻있는 제작자들은 "천만영화 1편보다 200만~300만 영화 4~5편이 나오는 게 좋다."라고 입을 모은다. 각기 다양한 이야기를 품은 작품이 안정적으로 흑자를 내고 이것이 새로운 작품에 재투자되는 환경이 절실하다는 뜻이다. 영진위 보고서는 "지난해 '고예산' 영화들이 관습적인 흥행 코드를 나열한 서사와 성수기를 노린 패턴화된 배급 전략에 기대 제로섬 게임으로 치달았다."라며 중간 규모 영화들에 대해 "기획력이 좋은 작품 발굴에 힘을 쏟고 투자를 분배하게 될 때 향후 한국영화의 다양성과 영화산업의 안정화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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