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방선거판 공천 후유증으로 몸살

2018-05-02 10:33:52 게재

커터칼 휘두르며 난동 … 탈당, 무소속 출마선언

"지지율에 취해 주민·당원의견 무시" 비판 거세

시도·지역위원장 겨냥 "총선에서 심판" 경고도

6.13지방선거가 4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전국이 공천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야당보다 지지율이 월등히 높은 여당 내 잡음이 심하다. 지지율에 취해 주민과 당원 의견을 무시한다는 비판과 함께 공천권을 무리하게 행사한 국회의원을 총선에서 심판하겠다는 경고도 나온다.

1일 이경일 최강선 등 서울 중구청장 예비후보 5명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실과 민주당 서울시당을 잇달아 방문, 전날 최고위에서 서양호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을 전략공천한데 대해 강하게 항의했다. 9명이 경선을 치르도록 한다고 하고 면접까지 진행해 선거운동을 해왔는데 함께 경선을 준비하던 서 후보를 전략공천했다는 이유다. 중구청장 예비후보 7명은 전날도 성명을 내 "서 후보는 동대문구청장 경선에서 지고 국회의원에 출마하려다 낙마, 최고위 회의장에 난입해 '도둑맞은 경선을 돌려달라' '뼛속까지 동대문 사람'이라고 했다"며 "소수의 농단으로 민주당과 당원을 우롱하고 있다"고 격분했다.

이날 낮에는 성백진 중랑구청장 예비후보가 류경기 전 서울시행정1부시장 전략공천에 항의하며 추미애 민주당 대표에 커터칼을 휘두르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성 후보는 "23년간 당에 헌신한 나는 뭐냐"며 "경선을 시켜달라"고 호소했다.

30일 서울시당 공천관리위 4차 발표에서 제외된 조길형 영등포구청장과 김미경 은평구청장 예비후보도 강력 반발하며 재심신청 준비에 나섰다. 조 구청장측은 "영등포에서 빗자루 한번 들어보지 않은 사람을 전략 공천하는 건 민주당원에 대한 모독이고 자존심 상하게 만드는 결정"이라며 "공직자 평가과정이나 공심위 면접과정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의구심을 버릴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가장 경쟁력 있는 자신을 제외한 4인 경선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는 "평생 은평구와 더불어민주당을 위해 헌신해왔는데 경선 기회조차 허용하지 않았다"며 "불공정·불공평 공천 우려가 현실화돼 가장 준비되고 적합한 후보를 컷오프, 주민과 당원의 정당한 선택권을 빼앗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공천=당선' 가능성이 높은 광주·전남에서도 공천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오만한 민주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광주 남구청장 후보로 김병내 예비후보를 단수 추천하면서 정재수·최 진 예비후보가 반발, 재심을 청구했다. 두 후보는 연일 성명을 통해 당의 결정에 문제를 제기하고 김 후보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서구청장 경선은 '음주운전 전력'이 말썽이다. '10년 이내 음주운전 2회 출마 제한' 규정에 따라 임우진 서구청장을 경선에서 배제하자 임 구청장이 반발,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반면 '음주운전 3회 전력'이 있는 서대석 예비후보는 경선을 치른다. 김보현·김영남 예비후보는 여기에 반발해 연일 서 후보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서 후보는 '10년 이내 2회' 규정을 피했다며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신안군수 후보 전략공천 잡음도 만만치 않다. 천경배 추미애 대표실 부실장을 전략공천한데 반발해 박우량 전 신안군수와 임흥빈 전 전남도의원이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 신안지역 공조직은 사실상 와해된 상태다.

경기도에서는 화성시장 경선 결과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서철모 예비후보가 정치신인 가점(10%)을 받아 조대현 예비후보를 1.4%포인트 차이로 눌렀다. 하지만 서 예비후보가 2002년 의왕·과천 광역의원 경선을 통과한 뒤 중도 포기한 전력이 있어 논란이 됐다. 중앙당 선관위가 신인가점을 주라고 유권해석을 내렸는데 서 후보는 선관위 회의를 진행한 이원욱 부위원장 사무국장을 지낸 바 있다. 이 부위원장은 언론 등을 통해 "2005년 담양군수가 탈당한 경력에 대해 감점 적용을 않기로 최고위원회가 유권해석을 내린 것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잡음이 끊이지 않으면서 예비후보는 물론 주민과 당원도 공천권을 휘두른 시도당과 지역 국회의원을 비판한다. "(적폐청산으로) 가장 모범을 지켜야할 민주당이 대한항공보다 더하다"거나 "기회는 잽싸게 가로챌 것이요 과정은 쥐도 새도 모르게 할 것이요 결과는 뻔뻔할 것"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많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당원은 "공심위 기억하라"며 "2년 뒤 총선에서 심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은평구의 한 당원은 김미경 예비후보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민주당이 판단을 잘못했다는 걸 보여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중구 예비후보들도 "2011년 관악구청장 경선에서 떨어진 후보를 공천했고 2014년에는 중랑구청장을 준비하던 사람을 공천해 모두 패배했다"며 "잘못된 당의 결정에 의한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방국진 곽태영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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