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돌오돌 오돌뼈처럼 사는데” 해킹범 어르고 달랜 하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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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4.21. 오후 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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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테러 라이브' 하정우 스틸컷

배우 하정우가 연예인들의 휴대전화를 해킹해 금전을 요구했던 해킹범과 메신저로 나누었던 대화 내용이 일부 공개됐다. 하정우는 지난해 12월 휴대전화가 해킹돼 신원 미상의 해커로부터 약 한 달간 협박을 받았다.

연예매체 디스패치는 20일 ‘하정우, 휴대전화 해킹 사건의 실마리’라는 기사에서 하정우와 해킹범이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공개된 대화 내용해킹범이 처음 연락을 해 온 지난해 12월 2일부터 보름 넘게 주고받은 대화다.

메신저 내용에 따르면 하정우는 지난해 12월 초 ‘고호’라는 닉네임의 해킹범으로부터 메시지를 전송받았다. 해킹범은 하정우에게 “하정우씨 휴대전화, 이메일, 문자 메시지 등 모두 직접 해킹한 거다. 제가 금전이 급히 필요한 상황이고 합의 보면 모든 자료는 깨끗이 폐기하겠다”며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분으로 알고 있다. 서로에게 유리한 쪽으로 협상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해킹범은 하정우에게 해킹 자료를 지워주는 조건으로 15억원을 요구했다. 터무니없는 그의 제안에 하정우는 해킹범을 자극하지 않고 성실히 대화에 임하며 해킹범에 대한 정보를 파악했다.

그러면서 그는 해킹범이 휴대전화를 복제하는 방식으로 해킹했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대화를 통해 해킹범의 위치가 국내인 것을 특정했다. 이후 자신의 휴대전화를 경찰에 전달하며 디지털 포렌식 작업 등에 협조했다.

하정우는 해킹범과의 대화 과정에서 때로는 해킹범을 몰아붙이기도 했다. 하정우는 자신의 안부를 묻는 해킹범에게 “지금 약 올리냐, 예의는 지켜라”며 “하루종일 오돌오돌 떨면서 오돌뼈처럼 살고 있는데”라고 말했다.

이에 해킹범은 “오해하지 말라”며 “계속 촬영하니 건강을 챙기라는 말이었다”며 당황했다. 이외에도 하정우는 “다음에 얘기하자”며 펭수 이모티콘인 ‘펭하’를 보내기도 했다.

이후 해킹범은 영화 ‘백두산’ 개봉일인 12월 19일까지 돈을 마련해달라며 “형님 쪽에서 상의하고 텔레그램으로 답장 달라” “5시까지 회신 없으면 공격모드로 전환하겠다”고 협박했다. 그러나 하정우는 촬영과 휴식 등을 이유로 시간을 끌었다.

이 같은 과정에서 해킹범은 금품 요구를 15억에서 13억, 12억원까지 낮췄다. 이에 하정우는 해킹범에게 말을 놓으며 “네가 잘 생각해봐. 지금 매일 촬영에 홍보에 이러고 있는데 내가 지금 너랑 가격 흥정이나 하고 있을 때냐”고 화를 내는 연기를 했다. 또 “13억원이 무슨 개 이름이냐. 나 그럼 배 밭이고 무밭이고 다 팔아야 한다. 아님 내가 너한테 배 밭을 줄 테니까 팔아보든가”라고도 해킹범을 놀리기까지 했다.

하정우는 해킹범을 몰아붙이다가도 이내 “순간 이성을 잃어서 미안하다. 천천히 얘기하자. 큰돈이 한 번에 갈 수 없는 거 알고 있지 않냐”며 양해를 구하며 달랬다. 이에 해킹범은 되려 “몸 챙기면서 일하시라. 저도 너무 안 통하는 사람 아니다”라고 상황을 무마했다.

해킹범이 마음이 약해지는 듯 보이자 하정우는 그에게 입금 방법을 두고 이야기를 주고받는가 하면 화제를 전환해 메신저 프로필 사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러면서 하정우는 해킹범을 경찰에 신고하고 대화로 알아낸 해킹범의 정보들을 경찰에 제공했다. 경찰은 하정우가 제공한 정보를 통해 해커의 윤곽을 알 수 있는 유의미한 IP를 확보했다. 하정우는 경찰이 해커 일당을 특정한 뒤로는 해킹범 연락에 더 이상 응하지 않았다. 하정우가 해킹범을 어르고 달래며 장시간에 걸쳐 대화를 나눈 이유는 경찰에 수사를 위한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이후 지난달 12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하정우 외에도 주진모 등 연예인 8명을 협박한 일당 중 2명이었던 박모(40)씨와 김모(30)씨를 공갈,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거한 뒤 같은 달 20일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 7부는 이들을 지난 7일 재판에 넘겼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유명 연예인 8명의 휴대전화를 해킹한 뒤 총 6억1000만원의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이들에게 돈을 보낸 연예인은 8명 중 5명이며, 하정우는 돈을 보내지 않은 3명 중 한 명이다.

경찰은 하정우와 직접 연락을 주고받은 인물인 해킹범 ‘고호’가 중국으로 도주한 것을 확인, 국제공조 등을 통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송혜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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