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포럼] 코로나에 응전하는 혁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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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치료제 개발을 비롯해
모든 분야에서 재난 극복 위한
혁신 기술·제품·서비스 봇물
팬데믹이 일깨운 기업가정신
전화위복의 밑거름 될 수 있어


영국의 가디언은 최근 코로나19에 대응하는 10가지 발명품을 소개했다. 3D 프린터를 활용한 산소호흡기 마스크용 밸브와 격리병동을 비롯해 증상 감지용 스마트 헬멧과 자외선 살균장치를 장착한 로봇, 세포 표면의 탄수화물 구조와 비슷한 형태의 직물 코팅으로 바이러스 차단 효과를 높인 마스크 등 기발한 것이 많았다. 이 중엔 한국에서 발명된 것도 있는데 환자의 동선을 알려주는 코로나19 애플리케이션(앱)과 워킹스루 진료소가 그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가 혼란에 빠지고 많은 이들이 고통받고 있지만 위기를 극복하려는 혁신 노력도 커지고 있다. 가장 활발한 곳은 의료와 바이오 분야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는 100건이 넘는다.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됐던 렘데시비르는 미국과 중국에서 이미 임상시험에 들어갔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치료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을 활용하는 연구도 속도를 내고 있다.

각국의 백신 개발 경쟁도 치열하다. 존슨앤드존슨 등 미국 제약사들이 백신에 쓰이는 후보 물질 발굴과 임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중국은 유전자 배열 순서를 공개하는 등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우리 바이오 업체들도 백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아이디어들이 속출하고 있는 점도 흥미롭다. 미국 피츠버그 의대는 피부에 붙이는 손톱 크기의 패치 백신을 국제학술지에 발표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단백질로 만든 것인데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효과가 확인됐다고 한다. 매사추세츠공대는 백신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코로나19 단백질 구조를 음악으로 변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이 주도하는 진단키트의 혁신 바람도 눈길을 끈다. 많은 나라가 빠르게 진단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나서면서 몇 초 안에 진단이 가능한 키트 등장도 시간문제가 됐다.

코로나19의 도전에 응전하는 혁신들은 의료산업을 넘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무엇보다 접촉을 통한 감염을 차단하기 위한 무선 기술 개발이 활발하다. 센서 기술이 강한 일본에서는 NEC가 마스크를 벗지 않고 안면을 인식하는 시스템을 선보였고 후지테크는 새로 출시하는 엘리베이터에 적외선 센서로 터치 없이 층수를 지정하는 기능을 탑재했다. 한국은 정보통신기술(ICT)과 바이오 강국답게 관련 분야에서 혁신들이 나오고 있다. 가디언이 언급한 환자 동선 앱을 비롯해 코로나19 관련 지식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특허정보 내비게이션과 약국의 마스크 재고 현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앱, 바이러스 차단을 위한 친환경 소독제 등 거의 매일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쏟아진다. 최근 만난 의료기기 분야의 벤처기업 대표도 신발 바닥 소독제 수요가 커질 것으로 보고 기회를 찾고 있다고 귀띔했다.

코로나19가 무섭게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소소한 혁신들은 위기 극복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지 모른다. 이 정도 기술로는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재앙에 대응하기에 역부족일 수 있다. 결국 백신과 치료제가 나와야 사태가 종결되고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에 응전하는 혁신 노력을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다.

인류를 강타한 모든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언제나 '위대한 유산'을 남겼다. 그것은 저절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삶의 터전과 문명을 파괴하는 재난 앞에서 우리 안에 잠재돼 있던 '기업가정신'이 깨어났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코로나19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생활의 불편을 덜어주는 작은 아이디어에서 코로나19를 종식할 백신에 이르기까지 들불처럼 퍼지는 신기술·신제품이 그 증거다. 정부는 이런 혁신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살아날 수 있도록 자금 공급이든 규제 완화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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