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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사장-박철우 '의기투합'... '연봉 옵션' 공개한 이유

기사입력 2020.04.21. 오후 05:51 최종수정 2020.04.21. 오후 05:51 기사원문
구단주와 선수, 투명 공개-프로배구 시장 확대 '통했다'

[오마이뉴스 김영국 기자]

 
 영원한 삼성맨, 한국전력으로 가다... 박철우 선수(35세)
ⓒ 한국배구연맹

 
박철우(35세·198cm)의 한국전력 이적. 올해 프로배구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가장 큰 파장을 몰고 온 사건이다. 배구계와 팬들도 '충격'으로 받아들일 정도다.

박철우의 다른 팀 이적을 예상한 사람이 거의 없었기에 한 번 놀랐다. 그리고 옮겨간 팀이 한국전력이고 연봉도 구단 역사상 최고 수준이라는 점에서 더 크게 놀랐다. 한국전력은 그동안 배구단 투자에 인색한 구단, 만년 하위권으로 불리던 팀이기 때문이다.

한국전력 구단은 지난 20일 언론 보도자료를 통해 박철우와 FA 계약 체결 사실과 연봉 금액 등에 대해 상세히 발표했다. 박철우의 계약 조건은 1년 연봉 총액 7억 원(연봉 5억5천만+옵션 1억5천만)과 계약 기간 3년이었다.

박철우는 지난 2010년 5월 FA가 되면서 현대캐피탈에서 삼성화재로 전격 이적했다. 당시에도 역대 최고 대우인 연봉 3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2010-2011시즌부터 지난 시즌인 2019-2020시즌까지 무려 10년 동안 삼성화재의 간판 국내 선수이자 프렌차이즈 스타였다. V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도 4번 달성했다.

박철우는 국내 최고 라이트 공격수다. 올해 1월 중국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 예선전 남자배구 대표팀에서도 주전 라이트로 맹활약했다.

전력 상승, 짠돌이 탈피, 최소소진율 해결 '일석삼조'

한국전력은 박철우를 영입하면서 많은 부분에서 이미지 개선 효과를 얻게 됐다. 우선 다음 시즌인 2020-2021시즌에 하위권을 탈피하고 상위권 도약을 위한 전력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국내 최고 라이트 공격수가 합류했기 때문에 외국인 선수를 레프트로 뽑을 수 있다. 주전 구성의 폭이 넓어진 것이다.

무엇보다 배구단 투자에 인색한 '짠돌이 구단' 이미지를 탈피할 계기가 마련됐다. V리그 최다 우승팀인 삼성화재보다 파격적인 연봉 조건을 제시하면서 FA 영입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더 빛이 났다.

한국전력이 지난해 프로구단으로서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켰던 '샐러리캡 최소 소진율' 미달 문제도 일거에 해결됐다.

'샐러리캡 최소 소진율'은 한 구단이 '샐러리캡(팀별 연봉 총액 상한선)'의 일정 비율 이상을 반드시 선수단에게 연봉으로 지급해야 하는 최소한의 금액을 말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최소 소진율 기준 금액 대비 부족한 금액의 100%를 제재금으로 한국배구연맹(KOVO)에 납부해야 하는 징계를 받는다. 

2020-2021시즌 남자배구 프로구단의 최소 소진율 기준 금액은 15억5천만 원(샐러리캡 31억 원의 50%)이다. 여자배구는 11억5천만 원(샐러리캡 총액 23억 원의 50%)이다.

한국전력, 남자 프로배구 '최초' 옵션 공개
 
 한국전력 선수들 경기 모습... 2019-2020시즌 V리그
ⓒ 한국배구연맹

 
한국전력 구단은 단순한 이미지 개선에서 그치지 않았다. 프로구단 운영 측면에서도 한 발 더 나아갔다. 안 해도 되는 박철우의 '옵션 금액'까지 당당하고 투명하게 공개했다.

남녀 프로배구 구단들은 올해부터 샐러리캡을 지난 시즌보다 크게 인상했다. 그러나 연봉과 옵션 금액을 모두 공개하느냐 마느냐 하는 부분에서 남녀 구단은 전혀 다른 결정을 내렸다.

남자배구는 3년 뒤인 2022-2023시즌부터 샐러리캡·옵션 금액을 전부 공개하고, 검증과 위반시 징계 제도를 시행하로 결정했다. 반면, 여자배구는 당장 올해부터 샐러리캡·옵션 금액을 전부 공개하고, 검증과 위반시 제재도 강화하기로 확정했다.

그에 따라 남자배구는 2020-2021시즌과 2021-2022시즌에는 옵션캡을 도입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대로 옵션 금액을 무제한으로 줄 수 있고, 외부에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KOVO의 연봉 발표 형식도 올해부터 남자배구와 여자배구가 각각 다르다. KOVO는 이번에 FA 계약을 체결한 남녀 선수 전원의 연봉을 FA 협상 마감 시간인 23일 오후 6시 이후에 일괄적으로 언론에 발표한다.

그러나 남자배구 선수는 연봉 금액만 발표한다. 옵션 금액은 발표에서 제외한다. 반면 여자배구 선수는 연봉과 옵션 금액을 모두 발표한다.

결국 한국전력은 굳이 공개 안 해도 될 박철우의 옵션 금액까지 사전에 배구팬들에게 공개한 셈이다. 지금까지 FA 계약 체결을 발표한 남자배구 프로구단 중에서 옵션 금액까지 공개한 것은 한국전력이 유일하다.

김종갑 사장 "선수 정당한 대우, 투명 공개해야"

한국전력은 왜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 20일 구단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옵션 공개는 구단주인 김종갑(69세) 한국전력 사장과 박철우 선수가 서로 의지가 통한 결과물이었다. 경영층이 프로배구단 운영의 투명성과 선수 가치 평가 차원에서 연봉와 옵션 전부 공개를 먼저 제안했고, 박철우도 다른 선수들의 대우 향상을 유도하는 차원에서 흔쾌히 동의했다.

구단 관계자는 "옵션까지 전부 공개는 박철우 선수 영입 건을 보고 드릴 때, 사장님이 직접 지시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근 관련 기사들, 일부 프로구단이 FA 계약 사실을 언론에 발표하면서 연봉 부분을 비공개로 했다는 기사들도 결심을 굳히는 계기가 됐다"며 "사장님이 우리 구단부터라도 모두 투명하게 공개하자고 말했다"고 전했다(관련 기사 : 투명 공개하자더니... 여자배구, FA 선수 일부 연봉 비공개).

그러면서 김종갑 사장이 배구단에 지시한 핵심 내용을 소개했다. 김 사장은 "선수의 옵션 금액을 별도로 책정하면서 연봉 금액만 공개하고 옵션 금액은 공개 안 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실제 연봉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선수들이 정당하게 대우 받고 있다는 걸 팬들도 알 수 있고, 선수들도 그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몸값에 걸맞게 활약하지 않겠는가. 연봉 부분을 전부 공개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박철우 "내가 먼저 공개해야 다른 선수도 협상 유리"

남은 문제는 박철우의 동의를 얻는 것이었다. 공개를 안 해도 되는 사항을 공개하는 것에 대해 선수가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구단 관계자는 "박철우 선수도 흔쾌히 옵션 공개에 동의해줬다. '나는 몸값에 걸맞은 활약을 할 자신이 있다. 또한 내가 먼저 앞서서 옵션 공개를 하는 것이 프로배구 시장도 더 커지고, 다른 선수들이 나의 연봉을 참고할 수 있기 때문에 연봉 협상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그래서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옵션을 공개해도 좋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전력은 20일 박철우와 함께 소속팀의 주전 리베로 오재성(28세·174cm)과 연봉 3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했고, OK저축은행 레프트 이시몬(28세·195cm)을 연봉 1억3천만 원에 FA 영입을 했다고 밝혔다. 두 선수와 계약에는 별도의 옵션 금액을 설정하지 않았다.

같은 날 여자배구 프로구단인 KGC인삼공사도 소속팀 FA 대상자 4명과 전원 계약을 완료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면서 오지영, 한송이, 염혜선, 채선아 4명의 연봉과 옵션 금액까지 상세히 공개했다.

한국전력의 변신은 배구계에 신선한 충격파를 던진 것은 분명하다. 앞으로가 더 중요해졌다. 지금의 마인드와 구단 운영 방향을 일관되게 유지하느냐가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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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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