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콘텐츠로 승부하는 넷플릭스
토종 사업자도 '콘텐츠'로 도전장'
성공 여부에 관심 집중

/사진= 넷플릭스 제공
/사진= 넷플릭스 제공

국내 동영상 플랫폼 시장에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엔터테인먼트 업계 등 많은 산업들이 큰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격리생활 중 집에서 자유롭게 영상을 볼 수 있는 동영상 플랫폼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특히 동영상 플랫폼 사업자들은 연이은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우며 생존전략을 세우고 있다. 몸집 불리기에 나선 사업자들의 치열한 경쟁으로 볼만한 콘텐츠들도 더욱 풍부해지고 있다. 동영상 플랫폼 사업자들이 모두 넷플릭스의 성공 비결로 꼽히는 '자체 콘텐츠'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누가 더 볼만한 콘텐츠를 많이 제공하느냐의 싸움이다.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든 동영상 플랫폼 사업자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최강자 넷플릭스... 비결은 '자체 콘텐츠'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 동영상 플랫폼 시장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회사는 단연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코로나19 이후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이용자가 이용하는 동영상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통계 분석서비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만해도 이용자가 200만명 수준에 불과하던 넷플릭스는 3월 들어 390만명의 이용자를 끌어들이며 5개월만에 2배 가까운 성장세를 보였다.

넷플릭스는 지난 2007년 처음으로 동영상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전세계 190개국에 서비스되고 있고, 글로벌 구독자는 1억8300만명을 넘어섰다. 넷플릭스는 스스로를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라고 부른다. 콘텐츠와 이용자를 단순히 연결시켜주는 플랫폼보다 콘텐츠에 무게를 두겠다는 것이다.

넷플릭스의 성장 요인은 복합적이다. 넷플릭스는 원래 DVD 대여 서비스 업체였다. 이후 2007년 스트리밍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게 된다. 인공지능 기반 콘텐츠 추천 서비스, 중간 광고 없이 콘텐츠 몰아보기, 저렴한 요금이 넷플릭스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2013년 2월 넷플릭스 주가 / 사진= 마켓워치 제공
2013년 2월 넷플릭스 주가 / 사진= 마켓워치 제공

하지만 무엇보다 '오리지널 콘텐츠'가 넷플릭스를 살렸다. 미국 정치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는 넷플릭스를 지금의 자리에 올려놓은 대작중 하나다. 하우스 오브 카드 출시 이후 26달러를 맴돌던 넷플릭스 주가는 400달러를 돌파했다. 넷플릭스는 시대와 기술에 따라 급변하는 플랫폼보다 결국 '콘텐츠'에 성패가 달렸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후 넷플릭스는 한해 매출액에 버금가는 돈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하우스오브카드 외에도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로마, 더 크라운 등과 같은 인기작들이 넷플릭스 손에서 탄생했다. 한국에서도 넷플릭스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넷플릭스가 한국 이용자들에게 확실히 각인된 사건은 역시 봉준호 감독의 '옥자'였다. 넷플릭스는 직접 550억원의 제작비를 투자해 '옥자'를 만들었다. 이후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에 동시 공개했다.

이 외에도 한국 이용자들을 겨냥해 좋아하면울리는, 킹덤, 사냥의 시간, 페르소나, 박나래의 농염주의보 등의 작품을 연이어 선보이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춘추전국시대'... 이젠 '콘텐츠 전쟁'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사업자들의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지난해 SK텔레콤과 지상파3사가 힘을 합쳐 '웨이브'를 출범시킨 것도 '넷플릭스' 독주를 막아보겠다는 취지였다. 이어 CJ ENM의 '티빙'이 JTBC와 합작법인을 통해 외형 키우기에 나섰다. 

국내 동영상 플랫폼 시장에 합종연횡 바람이 부는 이유는 콘텐츠 제작비가 나날이 늘어가며 막대한 '규모의 경제'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국내 방송 플랫폼 사업자가 풍부한 자본력을 보유한 종합 콘텐츠 기업과 적극적인 협업이나 제휴를 통해 공정한 콘텐츠 경쟁을 유도하고, 양극화된 콘텐츠 제작 생태계 체질 개선 시도를 고려해야 한다"며 "콘텐츠 제작 규모 대형화를 통해 국내 콘텐츠의 자체 경쟁력을 강화시켜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양질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통해 콘텐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규모의 경제를 보다 용이하게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복병은 더 있다. 지난해 11월 출시 하루 만에 북미 가입자 1000만을 돌파하며 빠르게 성장하는 '미디어 콘텐츠 공룡' 디즈니플러스도 내년 한국 진출을 앞뒀다. 스타워즈, 마블 시리즈 등 블록버스터급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신흥강자다.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등 IT 기업들도 동영상 플랫폼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웨이브도 올해 600억원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는 계획을 세웠지만, 넷플릭스의 투자 규모와는 비교 자체가 힘든 수준이다.


토종 사업자들의 콘텐츠 도전장... 성공 가능성은?


국내 동영상 플랫폼들은 아직까지 지상파, 케이블, 위성, IPTV 같은 기존 방송 시스템의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 성격이 강하다. 웨이브만 해도 현존하는 거의 모든 방송채널의 실시간 방송, 인기 프로그램의 VOD, 영화라인업을 갖췄지만, 오리지널 콘텐츠는 사실 부족하다. 아직도 토종 동영상 플랫폼 하면 떠오르는 대표 오리지널 콘텐츠가 없다. 

결국은 콘텐츠가 경쟁력의 핵심이다. 한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여가 시간은 한정돼 있다. 동영상 플랫폼간의 경쟁은 사실 이용자의 시간을 선점하기 위한 싸움이라 해도 무방하다. 지상파, 종편 등이 제공하는 콘텐츠 외에 한방이 필요하다. 어디서나 다 볼 수 있는 콘텐츠는 더이상 필요없다.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처럼 타 플랫폼은 확보할 수 없는 오리지널 콘텐츠에 주목해야 이용자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엔 인터넷에 연결된 기기를 보유한 사용자가 한가득이다. 4000만명에 가까운 사용자가 초고속 인터넷에 연결된 기기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에게 성공적인 독점 콘텐츠를 내놓는 것이 동영상 플랫폼들의 과제다. 긴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동안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의 콘텐츠 제작도 이어질 것이다. 쉽지 않은 싸움이다. 

 

김경영 기자 management@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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