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을 하니 저를 전부 감췄다"… 이용수 할머니, 45분간 격정적 토로

입력
수정2020.05.25. 오후 10:23
기사원문
배소영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마음고생 심했던 듯 야윈 얼굴 / 회견장소도 카페서 호텔로 바꿔 / 예정 시간보다 40분 늦게 시작 / “갑자기 찾아와 한번 안아달라 해 / 그걸로 용서 받았다고 하다니…” / 시청률 10% 넘어… 국민적 관심

최근 정의기억연대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보여주듯 25일 이용수(92)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장은 성황을 이뤘다. 지상파3사와 케이블TV 등을 통해 생중계된 기자회견은 1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기자회견장에 일본 언론 등 외신들도 나와 열띤 취재에 나섰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오후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기자회견은 장소를 세 차례나 옮긴 끝에 이뤄졌다. 이 할머니는 당초 1차 기자회견을 한 남구 죽평찻집으로 회견장을 정했다. 그러나 취재진 150여명이 몰리면서 주변이 혼잡해졌다. 회견장을 수성호텔로, 다시 인터불고호텔로 옮기느라 기자회견 시작 시간은 예정된 오후 2시에서 40분가량 늦춰졌다.

이 할머니는 휠체어를 탄 채 성인 남성 2명의 부축을 받으며 회견장에 들어섰다. 다소 야윈 모습의 이 할머니는 손수건을 꺼내 콧잔등을 닦는가 하면 물을 마시는 등 시종일관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지난 19일 이 할머니를 찾아 회견장에 나와달라는 얘기를 전해 들은 정의연 전 이사장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인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손수건으로 눈물 훔치는 이용수 할머니. 연합뉴스



이 할머니는 쏟아지는 취재진 플래시 속에서 녹색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할머니가 준비한 회견문을 오른손에 쥐고 30년 동안 윤 당선인과 정의연에 맺힌 억울함을 토해내자 장내는 숙연해졌다.

이 할머니는 위안부로 끌려가 겪은 고초에 대해 어렵게 입을 뗐다. 그는 “대만의 신주 가미카제부대 특공대부대로 끌려가서 가타가나로 대화를 했다”며 “군인이 하는 이야기도 (내가) 피해자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 제가 처음 듣는 ‘히가이샤(피해자의 일본말)’를 적어줬다”고 했다.

이 할머니는 기자회견을 연 이유에 대해선 “지난 3월30일 제가 (윤 당선인에게) 전화를 했다. ‘미향씨 이러면 안 되잖아. 한 번 오지 않으면 기자회견 할 거다’라고 했는데 아주 큰 소리로 당당하게 ‘기자회견 하라’고 해서 기자회견을 한 거다”라고 설명했다.

이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후원금이 쓰이지 않았다는 직접적인 사례를 구체적으로 들었다. 지난 7일 1차 기자회견 이후 정의연이 이 할머니의 기억력 등을 문제 삼은 것과 달리 정정한 모습이었다. 이 할머니는 “농구선수들이 농구를 하는데 (위안부 피해자들이) 기다렸다. 농구선수가 돈을 모금했는데 (정의연에서) 그 돈을 받아 왔다. 좀 부끄러웠다”며 “시간이 좀 늦어 배가 고픈데 맛있는 거 사달라고 하니 ‘돈이 없다’고 하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 할머니는 정의연이 학생들이 돼지저금통을 털어 만든 후원금까지 받아 챙겼다고 지적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정의기억연대 문제와 관련해 두번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이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자를 ‘만두 속 고명’으로 비유하기도 했다. 이 할머니는 “정신대대책협의회는 정신대 문제만 하지 무슨 권리로 위안부 피해자를 만두의 고명으로 사용했다”며 “이것을 생각하다가 자다 일어나 펑펑 울었다. 왜 내가 이렇게 바보같이 당하면서 여태까지 말도 못 했나”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지난해 작고한 김복동 할머니를 언급하면서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이 할머니는 “(정의연이) 한쪽 눈(만) 조금 보이는 이 할머니를 끌고 다녔다. (윤 당선인이) 그래 놓고도 뻔뻔스럽게 묘지에 가서 눈물을 흘리냐. 그건 가짜 눈물이다”고 비판했다.

‘윤 당선인이 회견장에 오지 않았는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기자 질문에 이 할머니는 “(윤 당선인에게 회견장에) 오라고 했다. 아직 그 사람은 자기가 당당하게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윤 당선인이 국회의원에서 사퇴하길 바라냐’는 물음에 대해선 “제가 답할 이야기가 아니다”며 “(윤 당선인이) 자기 마음대로 했으니 사퇴하든지 말든지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기자회견중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 연합뉴스
‘왜 이제 와서 폭로를 하게 됐냐’는 질문에 대해선 “30년을 참았다. (정의연에서) 하지 마라 해서 할 수가 없었다”면서 “바른말을 하니 저를 전부 감췄다. 일 년 전부터 곰곰이 생각하고 했는데 그럴(감출) 수가 없었다”고 했다.

실시간 시청률 조사회사 ATAM에 따르면 오후 2시38분부터 3시23분까지 MBC TV, SBS TV, JTBC, TV조선, 채널A, YTN, 연합뉴스TV 7개사가 생중계한 이 할머니 2차 회견 생중계 시청률 합은 10.69%를 기록했다. ATAM은 서울 수도권 700가구를 대상으로 시청률을 집계한다.

대구=배소영 기자 soso@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자 프로필

세계일보 배소영 기자입니다. 다신 돌아오지 않는 매일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다른 시각, 새로운 관점에서 더 깊은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