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원 투자한 야심작인데' 롯데온, 서버 먹통-멤버십 폐지 등 논란 '집토끼도 놓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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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롯데가 2년간 심혈을 기울여 만든 '롯데ON(이하 롯데온)'이 미숙한 운영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출시 첫날 서버 먹통 문제에 이어 재고오류, 멤버십 등급 논란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

지난 2018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유통업계의 넷플릭스'를 자청하며 '초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야심찬 목표 아래 롯데온 출시 계획을 알리며 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2019년 말 정기인사를 통해 강희태 당시 롯데백화점 사장을 신임 유통BU장 및 롯데쇼핑 대표이사로 승진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롯데온은 업계 안팎의 기대와 달리 출시 초기부터 안정적 서비스 제공에 미흡한 모습이다. 업계 내에서는 롯데온이 국내 대표 유통그룹의 야심작이라고 보기에는 여러 아쉬운 점이 많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9일 롯데지주 대표이사 및 각 실장, 4개 BU장이 참석하는 임원회의에서 신 회장은 "새로운 시대에는 우리가 쌓아온 경쟁 우위가 그 힘을 잃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하며 "트렌드 변화와 우리 사업의 성장성을 면밀히 분석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오프라인 유통강자로서 롯데가 과연 롯데온의 초반 논란을 딛고 이커머스라는 새로운 영역에서도 절대 강자로 거듭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재고오류, 멤버십 등급 논란에 제한적 결제수단 제공으로 불편함 가중까지…지속되는 '미숙한 운영'

지난 4월 말 첫 출시 이후 현재까지 롯데온을 이용하는 일부 소비자들은 통합 전 제공됐던 서비스와 비교했을 때 오히려 더 불편해졌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아직까지 사이트 내 지연 현상인 렉을 비롯한 크고 작은 오류들이 지속되고 있으며, 통합 시너지 효과 또한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핀테크를 기반으로 한 간편결제 시장이 커지는 트렌드와 맞지 않는 제한적인 결제방식은 롯데가 시대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진다는 말까지 나온다. 롯데온은 현재 결제 수단으로 엘페이(L.Pay) 간편결제, 엘포인트(L.point) 충전결제, 롯데 모바일 상품권 결제 및 카드결제, 현금결제만이 가능하다.

이와 달리 경쟁사인 신세계의 'SSG닷컴'은 자사 결제 수단 이외에 카카오페이, 페이코, 삼성페이, 휴대폰소액결제, 해외발급 신용카드 등을 제공한다. 쿠팡 역시 자사의 쿠페이 등을 포함한 대부분의 결제 수단이 가능하다. 때문에 다양한 결제 수단을 이용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롯데온의 제한적 결제수단 제공을 두고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 뿐 아니다. 4월 28일 출시 첫날부터 접속이 불가능한 상황이 일어나는 문제도 있었다. 롯데온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운영을 시작할 계획이었으나 낮 12시 30분쯤부터 2시간 30여분 동안 정상적 접속이 어려웠다. 앱에 접속하면 '서비스 이용이 잠시 중단된다'는 안내문이 공지됐으며 인터넷을 통한 접속 역시 불가능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트래픽 과부하로 인해 접속이 일시적으로 불안정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온의 운영 미숙은 출시 일주일이 지난 이후에도 계속됐다. 이번에는 사이트 내 오류로 인해 휴대용 콘솔 게임기 '닌텐도 스위치'의 재고가 없음에도 판매가 진행되는 일이 일어났다. 해당 게임기는 최근 큰 인기를 끌며 잦은 품절 사태를 겪었던 제품으로 소비자들은 갑작스럽고 일방적인 환불 조치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여기에 롯데온 멤버십 통합 과정에서 기존 롯데닷컴 회원들의 등급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도 소비자들의 불만을 더욱 키우는 계기가 됐다. 롯데닷컴 내 '플래티넘+' 등급 회원들이 오는 10월까지 제공받아야 할 혜택이 이번 통합 과정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롯데온이 여러 미흡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롯데온의 구글 앱스토어 내 평점 20일 현재 2.0점에 그치고 있다. 롯데온 어플리케이션 리뷰 게시판에는 "10년 넘게 최고등급인 플래티넘 회원을 유지했는데, 하루 아침에 이제 막 가입한 신규 회원과 등급이 동일해졌다", "기존 데이터가 연동되지 않는 것인지 장바구니에 담아놓은 물건들이 사라졌고, 포인트 혜택이나 사용도 불가능해 화가 난다"는 이용자들의 글이 게재됐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기존 쇼핑몰들이 롯데온으로 합쳐지며 불가피하게 동일한 고객제도가 지속적으로 유지되지 않았다"면서 "2019년 6월부터 2020년 4월 롯데온 출시 전까지 이메일과 고객 공지사항을 통해 9차례에 걸친 고지를 했고, 플래티넘 고객들에게 무료배송권과 할인쿠폰 등을 증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고객센터와 관련한 소비자들의 불만도 이어졌다. 롯데온 고객센터로의 연결 대기 시간이 매우 길고 어려워 제대로 된 문의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내에서는 고객센터 연결 지연을 두고 출시 초반부터 현재까지 롯데온 내 문제가 이어지면서 고객센터를 통한 소비자들의 문의가 급증했기 때문이라 보고 있다.

롯데온 측은 앱 출시 이후 여러 차례의 업데이트를 진행하면서 오류 수정과 앱 안정화에 노력하는 모습이지만, 고객들은 아직도 완벽한 복구가 이루어지지는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특히 2000년 법인으로 설립되며 본격적인 인터넷쇼핑몰 사업을 시작한 롯데닷컴의 경우 오랜 기간 쌓아온 충성도 높은 고객들의 이탈 현상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보다 확실한 보상 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확 커진 이커머스 시장, 치열한 경쟁 속 장기 흥행 가능할까?

롯데쇼핑의 2020년 1분기 영업이익은 521억원으로 전년동기(2053억)대비 74.6% 하락했다. 당기순손실의 경우 433억원을 기록했다. 때문에 이커머스 시장 진출을 통한 사업 체질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 탄생한 롯데온은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롭스, 하이마트 등 롯데 내 유통 계열사 7개 쇼핑몰의 3900만 온·오프라인 데이터를 통합해 출범시킨 서비스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변하는 시장 트렌드에 맞춰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이커머스 시장을 재편해 나가겠다는 야심찬 각오 속에 시작됐다. 롯데온에는 개인 맞춤형 서비스와 세분화된 배송 서비스, 적절한 가격을 제시하는 '최적가' 정책 등이 포함되기도 했다.

강희태 대표이사는 지난 2018년 롯데 이커머스 사업본부 전략 및 비전소개 간담회 자리에서 "신성장 동력인 온라인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2022년까지 매출 20조원, 업계 1위를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롯데온을 두고 이커머스 시장을 위협하는 새로운 사업자의 등장이라 보기보다는 어려움을 예상하는 의견에 더욱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거대 오프라인 유통기업 롯데가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택한 이커머스 시장은 이미 여러 경쟁업체들로 포화 상태가 된지 오래다. 신세계 SSG닷컴은 신선식품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입지를 굳건히 다지고 있고, 막대한 이용자 트래픽을 보유한 후발주자 네이버쇼핑은 포털 내 가격비교 서비스에 더해 배송 서비스 강화에도 나섰다.

"롯데온으로 쇼핑을 끝낼 수 있도록 하겠다"던 롯데온의 거창한 포부와 달리 출시 초반부터 지금까지 보여준 미숙하고 허술한 운영은 치열한 이커머스 시장 속 여러 업체들 가운데 이용자들의 선택을 받는 상황에서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신동빈 회장이 롯데온에 큰 기대를 걸고 오랜 시간 준비를 해왔다고 밝혔지만, 출시 초기 롯데온 서비스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본다"면서 "기존 7개 회사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업 진출에 나선 것이 유리하다고도 볼 수 있지만, 각 회사들이 보유한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기존 선두업체인 쿠팡과 SSG닷컴을 비롯해 후발주자로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네이버쇼핑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초반 이용 불편과 관련해서, 롯데쇼핑 관계자는 "5월이 베타서비스 기간인 만큼 향후 이용자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여러 차원의 서비스 개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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