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 데 덮쳤다… 미국 소매업체들 눈물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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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6.02. 오전 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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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미국 흑인 남성이 경찰의 무릎에 목이 눌려 사망하면서 전국적인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 과격한 이들이 상점을 약탈하고 방화를 저지르고 있다. /사진=트위터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에 이어 폭력 시위까지. 미국 일자리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소매업이 최악의 위기를 겪으면서 일자리를 넘어 경제까지 회복 불가능한 수준에 도달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3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 전역 1000여개 이상의 소매업체와 제조업체를 대변하는 미국의류신발협회(AAFA)는 이번주초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에게 긴급 지원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낼 예정이다.

시위가 시작된 미네소타주에서 일부 과격한 시위대가 소매업체 타깃 점포를 무단 침입, 기물을 파손하고 약탈하는 모습. /사진=트위터 캡처.
이들은 이미 지난달에만 대형 소매업체 5곳이 파산하는 등 코로나19 피해가 막심한 가운데, 미 전역에서 시위까지 확산하면서 현금고갈, 약탈과 방화 등으로 인한 물리적 손실 등 추산이 불가능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호소한다.

WP가 입수한 서한 초안에서 AAFA는 "소매업체들이 현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당장 정부의 지원 이 없다면 미국 고용 4명 중 1명을 책임지는 소매업 일자리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명품업체 알렉산더 맥퀸 매장에서 물건을 훔치는 이들. 코로나19로 늘어난 재고, 현금고갈로 고전하는 업체들은 일부 과격한 시위로 인해 막심한 피해를 입고 있다. /사진=트위터 캡처.
미 소매업계 시장 규모는 3조8000억달러(약 4666조원)에 달하며 점포수만도 26만개에 달한다. 이미 코로나19로 지난 4월 기준 소매업체 전체의 4분의 3은 월세를 내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금액만도 13억달러(약 1조6000억원)에 달한다.

메이시스 백화점이나 의류업체 어반아웃피터스 같은 대형업체들은 펜데믹(대유행) 이전 주문한 제품에 대한 비용을 지급할 수 없어 이를 모두 취소했고, 신발 판매업체 풋락커는 재고가 작년보다 20%나 증가한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봉쇄조치로 두달여간 영업을 못하면서 지난 4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4% 감소했기 때문이다. 의류업종은 89%까지 판매가 급락했다.

마네킹까지 통째로 훔쳐가는 모습./사진=트위터 캡처.
지난달부터 경제재개가 시작되는 마당에 전국적으로 번지는 시위는 이들에게 사실상 사망선고를 내리고 있다.

NYT는 시카고의 나이키 매장, 로스앤젤레스의 명품매장을 비롯해, 각 도시에서 식당, 카페, 슈퍼마켓 등이 약탈과 기물 파손, 방화 등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시위와는 무관한 백인 무정부주의자들이 메시지 보다는 상점 파괴에 더 관심을 보이면서 타격이 크다고 했다.

미국 70여개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이번 대규모 시위는 지난 25일 미네소타주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46)가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그는 체포당하는 과정에서 무릎에 목이 눌렸는데, 그는 수갑이 채워진채로 9분간 "숨을 쉴 수 없다"고 말했으나 경찰은 이를 무시했고 결국 사망하고 말았다.

코로나19와 폭력시위라는 이중고에 소매업체들은 아예 폐업까지 고려하거나 점포를 지키려다 시위대에게 폭행을 당해 생명까지 위협당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트위터 등 온라인에서는 한 백인 상점 주인이 약탈하는 시위대를 막아서다가 두들겨 맞고 의식을 잃은 듯하게 보이는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상점을 지키기 위해 시위대와 대립한 한 상점주인이 폭행을 당한 후 쓰러진 영상이 트위터에 공유되고 있다. /사진=트위터 캡처.
NYT는 "대부부의 영세업자들은 파손 등으로부터 완전히 보상받는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절망에 빠진 이들이 많다"고 했고, USA투데이는 "많은 상점 주인들이 당장 내일 가게가 멀쩡히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했다"고 전했다.

로스앤젤레스의 베버리힐즈의 서브웨이 매장에서 콜라를 훔쳐 달아나는 모습. 미국에선 누군가 상점을 부수고 침입하면 지나가는 이들까지 가세해 물건을 훔친 뒤 사라지는 상황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사진=트위터 캡처.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애플 매장 모습. /사진=트위터 캡처.
샌프란시스코의 한 매장이 파손된 모습. /사진=트위터 캡처.
샌프란시스코의 빅토리아시크릿 매장이 파손된 모습. /사진=트위터 캡처.
샌프란시스코의 스왈로브스키 매장이 파손된 모습. /사진=트위터 캡처.


강기준 기자 standa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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