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이 눌려 사망한 것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을 휩쓸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경찰이 항의 시위대 앞에서 무릎을 꿇고 연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뉴욕 시위 현장에선 경찰이 시위대 한복판을 경찰 차량으로 돌진해 시위를 격화하고 있다.
미 CNN 등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동부 뉴욕에서부터 서부 캘리포니아까지 미국 전역에서 경찰들이 한쪽 무릎을 꿇고 시위대와 함께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쪽 무릎은 땅에 대고, 반대쪽 무릎은 세운 채 앉는 이른바 '무릎 앉아' 자세는 인종차별 반대를 뜻하는 상징적인 자세다. 2016년 경찰의 총에 맞아 흑인이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르자 당시 미국프로풋볼(NFL) 선수 콜린 캐퍼닉이 항의의 뜻으로 국가가 연주될 때 이 자세를 한 것에서 유래해 퍼졌다.
이날 뉴욕 퀸스에서는 시위대가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목숨을 잃은 흑인들의 이름을 부르는 동안 경찰관들이 무릎을 꿇고 함께 추모했고,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는 경찰관들이 무릎을 꿇자 시위대가 박수를 치고 악수했다.
전날엔 플로리다 코럴게이블스 시청 앞에서 경찰관들이 시위대와 함께 무릎을 꿇고 기도했으며, 캘리포니아 샌타크루즈에서는 앤디 밀스 경찰서장이 무릎 꿇기에 동참했다. 그동안 가해 경찰을 비판해온 밀스 서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는 글도 올렸다.
하지만 뉴욕 브루클린에서는 30일 경찰차 두 대가 시위대를 향해 돌진하면서 과격 시위에 기름을 끼얹었다.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공개된 영상을 보면 시위대에 둘러싸인 경찰차 한 대는 시위대가 경찰차 앞에 세워둔 바리케이드를 사정없이 밀어붙였고, 다른 경찰차 한 대는 차체에 시위대를 매단채 시위대 한가운데를 지나갔다.
이 과정에서 수십 명의 사람이 쓰러졌으며, 분개한 일부 시위 참가자가 경찰차 위로 뛰어오르기도 했다. 부상자의 숫자는 알려지지 않았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해당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면서도 "경찰관들을 비난하지 않겠다. 군중이 처음부터 경찰차를 둘러싸고 잘못된 행동을 했다"며 경찰을 두둔하자 논란은 더 커졌다.
민주당 소속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은 "오늘 뉴욕시장의 발언은 받아들일 수 없다. 경찰을 위해 변호하고 변명하는 건 잘못됐다"고 반발했다.
[조재희 기자 joyjay@chosun.com]
▶ 복잡한 경제뉴스 '5Q경제'로 완벽 정리
▶ 네이버에서 조선일보 받아보기
▶ 중고생 위한 대입필수 독서노트 받으러 가기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