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했지만 내가 주인공이었던 영화 같은 시간들
어느 날 문득 곁으로 다가온 인생의 명장면들을 기록하다
“저요, 사는 게 뭔지 진짜 궁금해졌어요. 그 안에 영화도 있어요.”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영화에 젊은 날을 다 바쳤으나, 결국 영화 때문에 모든 것을 잃고, 그럼에도 또다시 영화에서 삶의 의미를 찾은 찬실이. 어떤 일에 열정과 진심을 다했던 일, 사람, 꿈과의 관계에서 행복을 얻고, 때로는 실망하지만 또다시 관계를 맺어나가는 과정들은 참 평범하지만, 영화 같다. 우리의 인생처럼.
영화는 아주 가까이에 있다. 타인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무심하게 재생한 영화의 주인공은 인종도 성별도 사는 곳도 다르지만, 때때로 우리의 이야기가 된다. 영화는 평범한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아내고, 우리는 영화를 통해 삶을 되돌아보기 때문이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 영화로 꼽는 영화들은 대체로 소박하다. <리틀 포레스트>, <패터슨>, <벌새>, <소공녀> 등 잔잔한 흐름 안에 가슴을 쿵 하고 울리는 장면들이 있다. 일러스트레이터 무궁화 작가는 『인생에서 정지 버튼 누르고 싶었던 순간들』을 쓰고 그리며 영화 속에서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 순간들, 독자들도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담았다.
돌이켜볼 수 있다는 추억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야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들어주었던 마이 페이보릿 시퀀스!
“난 내가 싫어질 때 그 마음을 들여다 봐.
아 지금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없구나.”_ 영화 <벌새> 중
본래 영화에 관심이 없었던 무궁화 작가가 영화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영화가 내 이야기로 느껴지기 시작한 순간부터였다. 남들 다 하는 취업 준비는 안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족구에 열정을 쏟는 <족구왕>의 만섭이를 보면서 작가 또한 취업 준비 대신에 그림에 열중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걸어도 걸어도>의 료타를 보면서 엄마의 부탁을 미루고 있는 자신을 반성했고, <우리들>의 지아와 선을 보면서 대학 시절 절친했던 친구와 멀어진 관계를 이해하고 과거의 자신과 화해하게 되었다. 작가에게 영화는 고민을 털어놓는 상담소였고, 관계를 돌아보는 거울이었으며, 자신이 진정으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말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영화는 그렇게 작가가 현재를 되돌아보고, 스스로의 삶을 영화의 한 장면처럼 만들어나가는 힘을 준 것이다.
이 책에는 총 26편의 영화 명장면을 담은 일러스트와 에세이가 담겨 있다. 친구들과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요리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도시에서 지친 마음을 달래는 <리틀 포레스트>의 혜원, 지루하게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일상의 사소한 변화들을 담아내며 시를 써내려가는 <패터슨>의 패터슨, 그리고 타인과는 다른 선택을 하고 방황을 하면서도 자신의 가치관을 지키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소공녀>의 미소까지. 많은 사람이 인생 영화로 꼽는 영화들의 명장면을 통해 우리의 사소한 일상을 특별하게 그려낸 이야기들을 담았다. 작가가 담아낸 그림과 글, 영화 속 명대사들을 읽다 보면 나만의 시퀀스를 발견하고 행복한 순간을 다시금 떠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