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정시우 기자]
강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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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나, ‘엑스맨’이라니. 강동원이 탐나는 캐릭터로 엑스맨을 꼽자마자, 자동반사적으로 손뼉을 쳤다. 186cm의 날렵한 몸매와 비현실적인 외모로 ‘신은 불공평하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증명해 보이고 있는 이 배우에게, 인간과 다른 돌연변이-엑스맨은 너무나 근사하게 어울리는 맞춤복 같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동안 수많은 대중들이 그가 흘린 정체불명의 수상한 분위기에 홀려오지 않았던가. 이것 역시 초능력 아니겠냐하는, 괜한 착각에 잠시 빠져본다. ‘검은 사제들’에서 악마와 맞서는 사제 최부제로 분한 ‘엑스맨’ 강동원을 만났다.

Q. 살이 왜 이렇게 빠진 건가.
강동원: 촬영 중인 ‘가려진 시간’ 때문에 빼고 있다. 선택은 내가 한 거다.(웃음)

Q. 체중 1kg에 예민하지 않나.
강동원: 맞다.(웃음) ‘검은 사제들’ 때가 71-72Kg이였는데, 지금 65-66Kg이다. ‘검사외전’(2016년 상반기 개봉) 때 감량한 후, 거기에서 3Kg을 더 뺐다. 지금 체중을 유지할 생각이다.

Q. 매번 느끼지만, 수치를 굉장히 구체적으로 정해놓고 빼는 것 같다.(웃음)
강동원: 하하. 스스로 몸무게를 4등급으로 나누었다. 75Kg→72Kg→67Kg. 가장 낮은 등급이 64~65Kg이다. 1kg 차이에도 모니터 속 얼굴 각이 달라 보인다. 많은 분들은 못 느끼시겠지만.

Q. 작품을 떠나, 어떤 체중일 때의 본인이 가장 마음에 드나.
강동원: 74-75kg이 되면 힘이 넘친다. 64-65kg 정도면 힘이 없고, 술도 많이 안 들어간다. 지금이 그런 시기다. 힘이 좀 없다.(웃음)
강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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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 그래도, 살짝 피곤해 보인다. 언론시사회 때도 살짝 정신을 못 차리는 것 같던데.
강동원: 잠을 잘 못 잤다. 개봉 시기이기도 하고, 그동안 할 일이 많았다. 고민과 걱정도 있었고. 대부분은 풀렸는데, 피로가 좀 쌓인 것 같다. 지난 제작발표회(10월 12일) 때도 유럽에서 전 날 도착해서 컨디션이 안 좋았다. ‘검사외전’ 끝나고 유럽에서 한 달을 지내다가 왔는데, 시차 적응이 안 됐다. 유럽 시간으로 치면 새벽 2시에 제작보고회를 한 셈이다.

Q. 유럽에서는 온전히 본인만을 위한 시간을 보낸 건가.
강동원: 아니, 촬영이 있었다. 일도 한두 가지 있었고.

Q. 언제 쉬나. 완벽한 휴식이 필요 할텐데.
강동원: 이제는 그런 게 없다.(웃음) 외국에 간다고 하면 어떻게 아셨는지, 시나리오를 이만큼 주니까. “아이고~ 여행 간다고 들었어. 아직 수정은 안 끝났지만 가져가서 읽어봐” 그러신다.

Q. 그나저나 작품 선택이 점점 흥미로워지고 있다. ‘군도’와 ‘두근두근 내 인생’ 사이, ‘두근두근 내 인생’과 ‘검은 사제들’ 사이. 장르도 캐릭터도 느낌도 모두 다르다. 지금 촬영 중인 ‘가려진 시간’도 그렇고. 작품 선택에 고정관념이 없어 보인다.
강동원: 선입견, 없다. 재미있는 거면 뭐든 거부감이 없다. 이리저리 재는 것도 없… 아, 재긴 잰다. 왜냐하면 함께 작업한 분과 성적으로 인해 데면데면해지거나, 다시는 안보는 일이 생기는 건 싫으니까. 그래서 그 부분은 계산을 많이 한다.

Q. ‘두근두근 내 인생’ 인터뷰 때 성대 음역대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 했다.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도록 훈련 중이라고. 그래서 ‘검은 사제들’을 볼 때, 일부러 당신 목소리를 집중해서 들었다. 확실히 다르던데.
강동원: 지금은 많이 해결했다. 발성연습을 한지 1년 반 정도가 됐다. 내 주변 지인들도 ‘검은 사제들’에서 차이점을 많이 느끼시더라. 음가가 생겼달까. 소리에 조금 더 울림이 생겼다. 대사처리도 훨씬 수월해졌고. 목소리 선생님으로 있는 분이 사실 내 친구다. 주형진이라는 가수.
강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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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 혹시,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던?(강동원은 2010년, 고등학교 동문 주형진의 ‘헤어지자고’ 뮤직비디오에 노개런티로 출연했었다.)
강동원: 맞다.(웃음) 실력이 있는 뮤지션이어서, 그 친구를 찾아갔었다. “내가 이런 고민이 있다. 네가 날 만들어봐라” 하고는 시작했는데, 내가 생각보다 잘 좇아갔나보다. 그 친구도 욕심이 생겼는지 “계속하자, 계속하자”하다 보니 레슨이 길어졌다. 일주일에 2-3번 레슨을 받았었다. 지금은 바빠서 스톱이 된 상태다.

Q. 뭐랄까. 단점을 하나씩 지워가는 느낌이다.
강동원: 하나씩 하나씩 고치고, 배워나가다 보면 언젠가 큰 자산이 되리라 믿는다.

Q. 그동안 지워나간 단점이 또 어떤 게 있나.
강동원: 처음 시작한 게, 사투리였다. 그 다음에 뭐가 있었지? 너무 많아서…아, ‘긴장하지 말자’도 있었다. 덕분에 지금은 현장에서 아예 긴장을 안 한다.

Q. 긴장하지 않은 게, 연습으로 가능한가?
강동원: 된다, 된다. 여러 기술이 있다. 1차는 ‘나는 그냥 미쳤다’고 생각하는 거다.(웃음) 그 다음은 스태프들과 친해지기. 친해지면 내가 이상을 짓을 해도 스태프들이 웃거든. 안 친하면 서로 눈치 보느라 마음껏 웃지 못하지 않나. 이젠 내가 어떤 짓을 해도 스태프들이 편하게 웃어주니까, 현장에서 자신감도 생기도 더 뻔뻔해졌다.

Q. 완벽을 향해 가는 것은 배우로서의 욕심일까.
강동원: 이 일을 오래 하고 싶으니까. 머물러 있으면 도태되니까. 가만히 있으면 치고 올라오는 친구들을 어찌 버텨내겠나.(웃음) 열심히 해야 한다, 계속. 그리고 이제 내 나이 또래들이 일을 많이 하는 시기다. 선배들 세대가 만들어 놓은 것과 다른, 새롭고 다양한 것들을 하고 싶다. 그게 후배 된 도리라고 생각한다. 배우로서의 욕심이기도 하고.
강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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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검은 사제들’의 장재현 감독도 그렇고, 촬영 중인 ‘가려진 시간’의 엄태화 감독도 그렇고 단편영화에서 대단한 잠재력을 보여 준 연출가들이다.
강동원: 맞다. ‘검은 사제들’의 원작 단편인 ‘12번째 보조사제’(2014)는 미장센 영화제 때 봤다.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엄태화 감독의 단편 ‘숲’(2012)의 경우 기존 단편들에 비해 월등히 좋았다. 당시 미장센단편영화제에서 3년 만에 나온 대상작으로 안다.

Q. 재능있는 신인과의 작업이 많다. 그런 당신의 행보를 보면서 영리하다는 생각도 한다. 좋은 의미다.
강동원: 그런 감독님들이 제안을 해 주시니까, 안 할 이유가 없다. ‘검은 사제들’ 장재현 감독님, ‘검사외전’ 이일형 감독님, ‘가려진 시간’ 엄태화 감독님 모두 나와 동갑이다. 동갑에, 세 분 모두 입봉작이다. 흥미롭게도 모두 새로운 장르고 새로운 이야기들이다. 그게 나는 너무 재미있다. 더 잘 만들고 싶기도 하고. 쉽지는 않겠지만 뭔가 목표가 있어야 재미있지 않나. 성취욕도 있고.

Q. 목표 이야기를 했는데, 어떤 작품이든 정확히 노리고 들어가는 게 있는 걸로 안다. ‘검은 사제들’에는 어떤 욕망이 투영된 건가.
강동원: 일단 아까 얘기한 발성. ‘소리를 만들자’가 있었다. 그건 ‘검사외전’까지도 이어졌다. 어느 정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감정 표현에 있어서 ‘강하게 가보자’는 것도 있었다. 내 안의 공포감을 극대화 시켜서 표현해 보고자 했다. 그리고 사실 제일 중요했던 건, 디테일에 대한 고민이었다. 지금도 숙제는 디테일이다. 얼마나 깊게 파고 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많다.

Q. ‘검은 사제들’은 단순히 시각적 비주얼에만 신경 쓴 작품이 아니다. 악마가 노리는 건, 결국 최부제의 트라우마다.(이 대답에는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강동원: 그 부분은 처음 시나리오에도 있었던 건데, 내가 감독님에게 아이디어를 조금 더 드렸다. 촬영 전에 신부님을 찾아가서 캐릭터 연구를 했었다. 그때 신부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 “악마가 너에게 어떤 모습을 찾아올 것 같니? 악마가 섹시한 옷을 입고 빨간 립스틱을 하고 너를 유혹하러 올 것 같으냐”라고. 아니라고 하시더라. “가장 불쌍한 모습으로 찾아올 거”라고 하시더라. 그 말씀에 공감했다. 너무 섹시한 여자가 오면 거부감부터 올 것 같고.(웃음) 그래서 아이디어를 드렸는데, 감독님이 좋아하셨다. 최대한 안타깝게 동생에 대한 트라우마를 표현하고자 했다.

Q. 최부제는 악마의 유혹 앞에서 나약해지지만, 동시에 또 그것으로 인해 더 강해지기도 한다. 실제의 강동원은 어떤가.
강동원: 어머니가 나를 믿어주시는 것 중 하나다. 내가 작은 일에는 긴장을 잘 하는데, 큰 일이 닥쳤을 때는 오히려 차가워지는 스타일이다. 이상하게 머리가 차가워진다. 가령 고등학교 축구시합 때 그랬다. 학교 간 대결 때는 잘 하고, 반 대항에서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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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무슨 심리일까.(웃음)
강동원: 글쎄. 조금 더 집중을 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Q. 연기할 때, 도움이 되겠다.
강동원: 도움이 된다. 내가 집중을 오래는 못하지만, 순간적으로는 잘 한다. 만화책 읽을 때는, 옆에서 불러도 모른다니까.(웃음)

Q 혹시, 선호하는 촬영 장소가 있나? 본인에게 잘 어울린다 싶은 촬영 공간.
강동원: 음… 그런 생각은 딱히 안 해 봤던 것 같다.

Q. ‘검은 사제들’을 보면서 골목이 굉장히 잘 어울리는 배우라는 생각을 했다. ‘M’에서도 골목이 나오고. ‘형사’에서도 어두운 골목에서 묘한 춤사위를 보여줬다. 아, ‘M’포스터와 ‘검은 세제들’ 포스터가 흡사한 면도 있다.
강동원: 아! 그러고 보니, ‘M’도 골목에서 했었구나. 포스터도 그렇고. (장난스럽게)아니, 포스터 시안을 어떻게 뽑아 오신 거지?(일동 웃음) 잘은 모르겠지만, 나름 나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어두운 골목도 어울리고, 모던한 장소에도 어울린다.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여러 장소에 잘 어울리는 편인 것 같다. 누군가 그런 말을 해 준 적이 있다. “영화에 무슨 파가 있고 무슨 파가 있는데, 너는 이상하게 중간쯤에 있는 것 같다”고. 당시, 칭찬으로 해 준 말씀이었다.

Q. 그 말에 공감한다. 많은 자리에서 스스로에 대해 “나는 상업영화배우”라고 정의를 한다. 그런데 당신이 말하는 상업영화라는 게, 또 일반적으로 생각되어지는 상업영화는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강동원: 내가 말하는 상업영화는 일단, 관객들에게 인정을 받는 영화다. 잘 만든 영화가 상업영화라는 생각이다. 크게 흥행을 하는 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다만 내가 출연하는 상업영화는 망하면 안 된다는 마음이 있다. 그건 일종의 책임감이다. 내 돈으로 찍는다면 상관없겠지만 내 돈이 아니니까. 실험영화라면 상관없다. 그런 영화들은 망한다는 기준이 크게 없지 않나. 사실 ‘M’의 경우가 조금 실험적인 영화이긴 했다. 그 영화를 폄하하시는 분들은 망한 영화라고 하는데…글쎄, ‘기준이 뭐지?’ 라는 생각이 솔직히 든다.

강동원, 골목이 어울리는 남자
강동원, 골목이 어울리는 남자
Q. 작품 선택의 폭이 넓은 데에는, 이런 생각이 자리 잡고 있어서인 것 같다.
강동원: 누군가는 나에게 흥행에 목마르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런데 다 잘 됐거든. 딱히 안 된 작품이 없기 때문에, 목이 안 마른데…(일동 웃음) 본전을 못했던 건 ‘M’밖에 없다. 그런데 그 영화는 앞에서도 말했듯 뭔가 실험적인 느낌으로 들어간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대박영화를 찍고 싶지 않느냐고 하신다면, 그건 영화업계에서는 하늘이 정해준다고 하지 않나. 스스로는 만족한다.

Q. 상업영화에 대한 당신의 생각이 정확하게 읽힌다.
강동원: 내가 말하는 상업영화는 대박영화/천만영화가 결코 아니다.

Q. 당신에겐 외모 이야기가 항상 따라다닌다. 외모에 가려져서 연기가 저평가됐다기보다는,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를 조금 빼앗긴 쪽이라고 생각한다.
강동원: 친한 감독님들도 가끔 그런 이야기를 하신다. 그런데 어쩌겠나. 그게 내 현실인데. 매 작품마다 (연기의) 재발견이라는 이야기도 듣는다. 아니, 기대들을 얼마나 안 하시길래~.(일동 웃음)

Q. 그게, 서운하지는 않나.
강동원: 서운하다면 할 수도 있는데, 크게 신경 쓰는 부분은 아니다. 더 잘 하면 되지, 싶다.

Q. 이럴 때 보면, 참 느긋한 것 같기도 하다.(웃음) 이명세 감독의 ‘형사’, 윤종빈 감독의 ‘군도’는 당신이 지닌 이미지를 극대화해서 작품에 녹인 경우다. 적지 않은 감독들이 당신을 만나면, 자신이 품어 온 ‘어떤 로망’을 풀어내고 싶어하는 면이 있는 것 같다.(웃음)
강동원: 하하하. 그 부분에 대해서는 감독님들이 가끔씩 억울해 하신다. “내가 이 사람 (카메라)사이즈보다 너 사이즈를 더 타이트하게 잡았냐? 아니잖아~ 똑같은 조명 쳐놓고 똑같이 찍었는데 나에게 왜 이러는 거야” 하신다.(웃음) ‘군도’ 때 누가 그랬다. “하정우는 꽃가루를 안 뿌리고 왜 강동원에게만 뿌리냐”고.(일동웃음) 그런데 꽃가루는 계속 날리고 있었거든. 그 이야기를 듣고 감독님이 “내가 미친놈도 아니고, 아니 왜 강동원 나오는 곳에만 뿌리냐”고 하셨던 기억이 난다.
강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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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아마 당신은 분위기로 읽히는 배우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굉장한 매력이라 생각한다.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강동원: 나 역시 그 부분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무 이슈가 안 되는 것보다, 뭐라도 하나 되는 게 좋은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만약 그것 때문에 누가 뭐라고 한다면,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사실 답은 단순하다. ‘아니다, 아니다’ 떠드느니, 더 잘하면 되는 거다. 답이 이미 나와 있는 거라서, 더 고민할 필요가 없다.

Q. 연기에 대한 욕심이 많이 읽힌다. 혹시 본인의 출연작 외에 ‘저 영화에 출연했다면’ 하는 작품은 없었나. 국내외를 막론하고.
강동원: 사실…하나가 있긴 하다. 딱, 하나. 그런 게 전혀 없었는데 언젠가부터 생겼다.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에 출연하면 어떨까 싶다.(일동 웃음)

Q. 오, 어떤 능력의 엑스맨을 꿈꾸는 건가.
강동원: 퀵 실버(에반 피터스)? 빠르게 달리는 애. 너무 매력적이다. 영화는 보면서 ‘와, 재미있다. 정말 탐난다. 나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했다.(웃음) 지인들에게 “나, 엑스맨 하고 싶어”라고 했더니 다들 “어울리겠다” 해 주시더라.

Q. 강동원과 엑스맨이라. 이런 근사한 조합이라니!

정시우 기자 siwoorain@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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