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소리 함께 검은 연기 기둥… 4㎞ 밖 대성동 주민들 ‘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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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동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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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파순간·접경지 주민 반응/ 국방부 37초분량 흑백영상 공개/ 쉬던 주민 “가스폭발인 줄 알았다”/ 통일촌 이장, 주민외출 자제 안내/ 주민들 동요 없지만 생계 불안감/ 민통선 출입 통제 땐 올 농사 망쳐/ 위수지 상인, 군인 상대 장사 못해

16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애기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개성공단 방향에 연기가 나고 있다. 정부와 군 소식통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개성공단 지역에서 폭음 소리와 함께 연기가 목격됐다. 뉴스1
남북관계 전반을 상시 협의하는 소통채널이었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청와대가 16일 국방부에서 받아 공개한 37초 분량의 흑백 영상에는 오후 2시49분 개성 연락사무소 청사의 폭파 당시 영상이 고스란히 담겼다. 영상은 군의 폐쇄회로(CC)TV로 촬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에 따르면 폭발은 지상에서 시작됐다. 지상 4층, 지하 1층 규모의 건물인 연락사무소 청사는 3∼4초 만에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무너져 내렸다. 폭발 순간, 바로 옆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건물의 유리창이 우수수 쏟아져 내리기도 했다.

폭발에 따른 연기가 순식간에 연락사무소 터를 뒤덮었다. 영상이 끝나갈 무렵 연기는 15층 높이의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건물까지 집어삼켰다. 영상 속 지원센터는 7초 만에 처참히 무너져 내려 외벽만 간신히 남은 모습이다. 군 관계자는 “지상에서 폭발이 시작된 것으로 볼 때 미사일 같은 무기를 동원하지 않고 내부에 폭발물을 설치해 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16일 오후 2시49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전격적으로 폭파했다. 폭파는 한 순간이었다. 국방부가 이날 공개한 폭파 당시 현장 영상에 멀쩡한 모습으로 포착됐던 연락사무소(위)가 무너지기 시작했고(가운데), 곧이어 연기에 휩싸여 완전히 무너졌다. 국방부 제공
파주 등 3곳에서는 폭발 등을 추정하게 하는 음파가 관측되기도 했다. 기상청은 공중음파를 분석한 결과 교동, 연천, 파주 관측소에서 유효한 음파가 탐지됐다고 밝혔다.

경기 북부 최북단 마을인 파주 대성동마을 주민들은 폭파 순간 ‘쾅’ 소리에 집이 흔들렸고 개성공단 쪽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고 전했다. 대성동마을은 개성공단에서 약 4㎞ 거리다. 주민 신모씨는 “오후에 갑자기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개성공단 쪽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며 “마치 가스 폭발이 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조영숙 대성동마을 부녀회장은 “오전에 농사일을 마치고 더위를 피해 집 안에서 휴식을 취하는데 ‘쾅’ 하는 소리에 집이 흔들렸다”며 “마을에서 뭐가 터졌나 싶어 집 밖으로 나와보니 개성공단 쪽에서 검은 연기가 수십미터 하늘까지 치솟아 올랐다”고 전했다.

인근 통일촌마을의 박경호 청년회장도 “뉴스를 보고 밖으로 나와보니 도라산 위까지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고 말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 폭파 소식을 접한 뒤 대성동마을과 통일촌, 해마루촌마을 이장들은 마을 방송을 통해 ‘뉴스를 보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주민들의 외출을 자제해 달라’고 안내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연합뉴스
강원도 철원과 고성 등 비무장지대(DMZ) 인근 접경지역에도 긴장감이 높아지는 기류다.

다만, 주민들은 동요하지 않으면서도 남북관계가 더욱 나빠지거나 이로 인한 경제적 피해 등을 우려하는 기색이다. 철원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안쪽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민통선 출입이 통제될까 걱정했다. 한 농민은 “북한의 저런 도발이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고 저러다 말겠지 싶어서 동요하는 주민들은 없다”면서도 “예전처럼 몇 달씩 민통선에 들어가지 못하면 올해 농사 다 망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있다”고 전했다. 강원도 양구의 한 상인은 “양구 지역 상인들은 이번 일로 육군 장병들의 휴가, 외박 통제가 장기화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겪은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될 수도 있다고 걱정한다”고 말했다.

박병진 기자, 파주=송동근 기자sd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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