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사열한 무기행사, 이제와서 아쉽다고 말한 윤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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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6.17. 오전 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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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이번에도 北 감싼 與… 송영길, 발언 3시간 후엔 "北 용납못해"


더불어민주당은 16일 오후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며 군사행동에 나서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이번 사건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에서는 오전까지만 해도 "북한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며 북한을 감싸는 주장이 잇따랐다. 북한의 최근 도발 움직임이 첨단 무기 도입 등으로 북한을 자극한 한국 정부와 국제 제재로 대북 압박 고삐를 죈 미국의 잘못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폭파 직후에도 "포(砲)로 폭파 안 한 게 어디냐"(송영길 외교통일위원장) "북한이 나름 노력했는데 그 대가가 무엇이냐고 요구하는 것 같다"(윤건영 의원)고 했다. 북한의 최근 잇따른 도발 위협은 국제 제재와 코로나 사태로 인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벼랑 끝 전술'이란 분석이 많다. 그런데도 집권당 대응 전략이 '북한 달래기'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지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토론회에서 "돌이켜보면 (남북 관계가 현 상황에 이르게 된) 아쉬움이 남는 몇 가지 상징적 장면이 떠오른다"고 했다. 윤 의원은 그러면서 지난해 있었던 '국군의 날 첨단 무기 공개' 'F-35 전력화 행사' '북·러 정상회담이 열리던 때 진행된 한·미 연합훈련'을 아쉬운 장면으로 꼽았다. 우리 군(軍)이 핵무장을 완성한 북에 대응해 방어용 무기 도입을 공개하고 한·미 연합훈련에 나선 것이 북한을 자극했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또 "탈북자 출신 국회의원 탄생도 북한 입장에서는 큰 메시지였을 것"이라며 태영호·지성호씨의 국회의원 당선이 남북 관계에 악재가 됐다는 취지로 말했다. 윤 의원은 이날 폭파 소식이 전해진 뒤 "안타깝고 유감"이라면서도 "북한이 지난 2년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 나름 노력을 했는데, 그 대가가 무엇이냐고 요구하는 것 같다"고도 했다.

민주당 김홍걸 의원은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문제와 관련해 "우리가 좀 더 과감하게 나서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미국하고 싸우라는 얘기가 아니다"라면서도 "금강산 관광 만들 때처럼 눈 딱 감고 먼저 저질러버리는 배짱도 필요하다"고 했다. 미국의 대북 제재를 과감하게 뛰어넘을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날 야당의 보이콧 속에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에서도 민주당 의원들은 통일부를 향해 "대북 전단 살포를 막을 확실한 대책을 세우라" "좀 더 분발하라"는 요구를 쏟아냈다. 이에 김연철 장관은 "단속 위주에서 처벌 위주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서호 통일부 차관은 이날 탈북자 단체의 대북 전단과 페트병 쌀 살포와 관련해 인천시 강화 석모도 일대를 점검했고, 18일엔 경기도 김포를 찾아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송영길 외통위원장은 사무소 폭파 소식이 전해진 뒤 기자들과 만나 "(대)포로 폭파 안 한 게 어디냐"고 했다. 그러다 3시간 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대포로 폭파하든 다이너마이트로 하든 대한민국 재산에 대한 파괴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의 연이은 '대북 감싸기' 발언을 두고 "본말(本末)이 뒤집힌 유체이탈 현실 인식"이란 지적이 나온다. 작년 국군의 날 때 한국군의 첨단 무기 공개가 북을 자극했다는 취지로 언급한 윤건영 의원은 당시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이었고,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첨단 무기를 직접 사열했다. 하지만 이제 와 "아쉽다"고 한 것이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북한을 향해 각종 장밋빛 약속과 전망을 늘어놨다"며 "총선 후 2개월이 다 되도록 진전되는 것이 없자 북한은 '총선 값'을 내놓으라고 엄포를 놓고, 민주당은 뾰족한 수가 없어 북한에 끌려다니며 한·미 양국에 책임을 돌리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박상기 기자 sangk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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