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본 어게인' 포스터(좌) / '영혼수선공' 포스터(우)

[한스경제=최지연 기자] KBS2 주중 미니시리즈가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평일 프라임 시간대에 편성된 KBS2 주중 미니시리즈 시청률 1~2%를 맴돌고 있다. 10일 방송된 수목극 '영혼수선공' 21회는 1.9%, 22회 2.1%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9일로 종영한 월화극 '본 어게인'은 31회 1.7%, 32회 2.4%를 기록했다.

■ 부진의 늪

지상파 프라임 시간대라고 할 수 있는 평일 오후 10시에 편성된 KBS2 주중 미니시리즈 중 특히 수목극의 부진은 지난해 방송된 '동백꽃 필 무렵'이 최고 시청률 23.8%를 기록하며 인기를 얻은 후 계속 이어졌다. 후속으로 '99억의 여자'가 11.6%를 기록하며 나름 선방했지만 이어진 '포레스트'부터 계속 한 자릿수 시청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현재 방송 중인 '영혼수선공'의 전작인 '어서와'가 지상파 드라마 최초로 0% 시청률을 기록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현재 방송 중인 '영혼수선공'은 정신과의사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로 공감을 통해 마음속 상처를 치유해주는 드라마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로 인해 4.7%, 5.2%라는 무난한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이후 계속 시청률이 떨어져 첫 방송 시청률이 자체 최고 시청률이 됐다. 

월화극인 '본어게인'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첫 방송 3.7%, 4.1%의 시청률로 출발했지만 마지막 방송이 1.7%, 2.4%를 기록하며 결국 첫 방송 시청률이 자체 최고 시청률이 됐다. 지난해 말 방송된 '조선로코-녹두전' 이후 5개월 만에 월화극 재개인데도 불구하고 반전의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배우들이 1인 2역을 소화하는 데다 전생과 현생을 오가는 복잡한 스토리가 혼란을 가중시키면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끌어오지 못했다. 인물들의 전생과 현생에 얽힌 슬픈 운명을 설명하는 데에서 그치고 막을 내렸다.

TV조선 '뽕숭아학당' 포스터

■ 부진의 이유는 트로트 열풍?

일각에서는 이러한 KBS2 미니시리즈의 부진이 동시간대 방송되는 타 방송사 프로그램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수목극인 '영혼수선공'의 경우 동시간대 방송되는 TV조선 '뽕숭아학당' '사랑의 콜센타', SBS '트롯신이 떴다'와 주 시청층이 겹친다. 

하지만 단순히 타 프로그램의 인기로 인해 KBS2 미니시리즈가 부진을 겪게 되는 결정적인 이유라고 볼 수는 없다. 시청률뿐만 아니라 화제성 면에서도 계속 하락세가 이어지는 추세기 때문이다. 단순히 시청률만 두고 드라마의 성패를 판단할 수는 없다.

게다가 KBS2 평일 드라마가 부진을 면하지 못하는 사이 MBC '꼰대인턴'과 SBS '굿 캐스팅' 등이 달라진 시대상 반영과 톡톡 튀는 장르를 선보이며 화제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꼰대인턴'의 경우 직장의 꼰대 문화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코믹극이라는 점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진지함과 웃음을 적절하게 배분하며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그려내고 있다.
'굿 캐스팅'도 마찬가지다. 액션 드라마지만 기존의 고정 관념을 깨고 현장에서 밀려난 여성 국정원 요원들의 걸크러시와 액션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워킹맘이나 미혼모가 겪는 현실적인 고충을 반영하고 최강희, 김지영, 유인영을 주축으로 한 워맨스를 보여줘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주고 있다는 호평을 얻었다.

TV조선 '사랑의 콜센타'

■ 편성시간 변경

이처럼 시청률 부진이 계속되자 KBS는 오는 7월부터 드라마 편성 시간을 30분 앞당긴 오후 9시 30분에 편성한다는 전략을 내놓았다. 7월 1일 첫 방송되는 수목극 '하라는 취업은 안하고 출사표'부터 적용되며 그다음 주인 6일부터 시작되는 월화극 '그놈이 그놈이다'도 오후 9시 30분에 방송된다. 시청자들의 달라진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했다는 게 KBS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편성 시간 변경으로 드라마의 부진을 벗어나기는 힘들다는 것이 업계 대부분의 시각이다. 스타 작가나 PD를 주축으로 시청률을 보장하는 주연 스타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들 수는 없다. 보다 좋은 콘텐츠로 승부해야 할 때다. 

한 방송 관계자는 "플랫폼의 다양화로 인해 지상파 방송이 예전만큼 파워를 갖지 못한 상태에서 단순히 편성 시간의 변경으로 시청률 변화를 꾀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건 콘텐츠의 질이다. 이전의 성공 사례를 분석하고 따라 하기보다 이전에 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를 통해 변화를 꾀해야 할 때인 것 같다"고 전망했다.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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