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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시티 유니폼 후원하니 만수르와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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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마케팅 노하우로 '만수르펀드' 첫 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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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무바달라그룹 사장(앞줄 왼쪽)과 강호찬 넥센타이어 사장(앞줄 오른쪽)이 무바달라 본사 빌딩에서 MOU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넥센타이어]
강호찬 사장의 친화력은 업계에서 정평이 나 있다. 사람 좋게 생긴 얼굴에 호탕한 목소리를 가진 강 사장의 첫 인상도 오너 같지 않은 매력이 느껴진다. 특히 스포츠를 즐기는 강 사장은 이를 통해 사람들과 쉽게 친해진다. 노조 집행부와 시간 날 때마다 당구, 족구, 볼링을 하면서 소통한다. 술도 세서 아무도 그의 주량이 얼마인지 모를 정도다. 그 주량으로 노조와 술자리도 자주 가진다.

덕분에 넥센타이어는 노사 갈등 없는 회사로 유명하다. 우성타이어 시절부터 지난해까지 25년 연속 노사 무분규를 이어온 것도 이런 친화력이 바탕이 됐다.

넥센타이어가 지난달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인 '무바달라 인베스트먼트 컴퍼니'와 손잡을 수 있었던 것도 강 사장의 이런 붙임성 좋은 성격과 스포츠 마케팅 능력에 힘입은 바 크다. 이 펀드는 중동의 대부호로 유명한 아부다비의 왕자 셰이크 만수르 빈 자이드 알 나하얀이 부회장으로 있어 '만수르 펀드'라고도 불린다. 자산 규모는 1250억달러로 전 세계 국부펀드 중 14위다. 넥센타이어는 이번 양해각서 체결로 만수르 펀드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세계 첫 타이어 업체가 됐다. 글로벌 타이어업계 순위에서 10위권 밖인 점을 감안하면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비결은 바로 넥센타이어의 스포츠 마케팅 실적과 성장 가능성 덕분이다.

야구팀 넥센 히어로즈를 통해 브랜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려온 넥센은 10년간 연평균 약 15%씩 고속성장을 거듭했다. 2015년에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팀 맨체스터 시티와 공식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후원사가 돼 유럽에서도 브랜드 홍보를 시작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유니폼 상의 소매 부분에 광고를 붙일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넥센타이어는 지난 3월에 맨체스터 시티의 '슬리브 스폰서'가 됐다. 이전에는 맨체스터 시티 홈구장인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디지털 보드 등을 통해 온라인 홍보만 가능했는데 이제는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들 유니폼 소매에 넥센 로고가 들어가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브랜드를 알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일은 뜻밖에 터졌다. 만수르 부회장이 바로 맨체스터 시티의 구단주인 것이다. 스포츠 마케팅을 잘 활용하고 있는 인물인 만큼 넥센의 이런 성장 과정과 앞으로의 가능성을 눈여겨봤다는 평가다.

강 사장은 "무바달라 측에서 타이어 업체는 워낙 규모가 작아서 원래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사업인데 넥센타이어의 성장 잠재력을 보고 투자를 했다더라"며 웃었다. 그는 또 "온라인 광고 효과는 별로 크지 않았지만 슬리브 스폰서는 홍보 효과가 차원이 다르다"며 "대신 가격도 몇 십억 원 수준을 뛰어넘지만 그만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사업 확장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만수르 펀드는 에어버스, GE, 보잉, 롤스로이스 등 유수의 글로벌 기업에 투자하고 있으며 자동차 업계에서는 페라리, 다임러, 테슬라 등에 투자한 바 있다.

강 사장은 "예를 들어 무바달라가 우리를 추천해주는 전화라도 한 번 해준다면 세계적인 명차에 타이어를 납품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맨체스터 시티는 1년에 4번 축구 이사회를 진행하는데 이사회에서 축구 이야기도 하지만 사업 이야기를 더 많이 한다"며 "무바달라의 입김이 닿는 다른 기업들과 협력할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맨체스터 시티 선수 세르히오 아궤로와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린 후 민간 기업을 통해 맨체스터 시티의 지분을 3000억원가량 샀습니다. 민간 외교와 스포츠 외교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죠. 우리 회사가 스포츠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이승훈 기자 / 우제윤 기자 /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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