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손정우는 한국에서 처벌해야 " 범죄인 인도 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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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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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운영자 송환 거절
재판부 "결코 면죄부 준 것 아냐... 국내서 수사받아야"
여론은 부글부글.... '재판장, 대법관 자격 박탈해야'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인 손정우 씨가 6일 오후 미국 송환 불허 결정으로 석방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법원이 세계 최대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24)의 미국 인도를 불허했다. 법원은 "한국에서 엄벌하는 것이 범죄 예방과 억제라는 인도 조약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손씨는 즉각 석방됐고, 여론은 인도 불허에 반대하며 들끓고 있다.

검찰이 청구한 범죄인 인도 심사를 해 온 서울고법 형사20부(부장 강영수)는 6일 손씨의 범죄인 인도를 불허했다. 손씨는 2015년부터 3년간 W2V에서 성착취물을 판매하며 받은 암호화폐를 아버지 명의 계좌를 이용해 현금화하는 방식으로 범죄수익을 은닉한 혐의(미국 법으로는 자금세탁죄)를 받고 있다. 손씨가 현금화한 금액만 1억2,000여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은 손씨를 미국에 보내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면서도, 손씨의 미국 인도를 허가하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손씨를 법정형이 더 높은 미국으로 보내 엄중한 형사처벌을 함으로써 정의를 실현하고 유사한 범죄의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는 비판과 주장에 공감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더 엄중하게 처벌할 곳으로 보내는 것이 범죄인인도 제도의 취지가 아니다"며 "대한민국이 주권국가로 손씨에 대해 주도적으로 형사처벌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수사 상황에 비춰 한국에서 남은 수사를 마무리 하는 것이 성착취물 범죄 근절에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현재 신원이 확인된 회원 346명 중 한국인이 223명인 것으로 조사됐는데, 법원은 고도로 암호화된 다크웹(특수 브라우저로 접속해야 해서 게시자와 IP를 추적할 수 없는 음지의 인터넷 영역)의 특성상 이들을 철저히 수사해 추가 이용자를 밝히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지금 손씨를 인도할 경우 국내 회원에 관한 수사가 미제 상태로 남을 우려가 있고, 미국보다 한국의 수사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더 시급하고 중대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이 국내 수사를 강조한 것은 아동ㆍ청소년 성착취물 범죄를 예방하려면 이용자를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나중에 제작자가 되는 악순환이 성착취물 범죄의 근간이 됐기 때문이다. 법원은 손씨 역시 성착취물의 단순 소비자였다가 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해 배포ㆍ판매자가 됐고, W2V 사이트도 성착취물을 업로드하는 대가로 회원들에게 포인트를 지급하며 운영됐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동들이 실제로 감금ㆍ납치ㆍ인신매매돼 성폭행을 당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날 인도 불허 결정이 손씨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손씨는 자기 진술대로, 앞으로 이뤄질 수사 및 재판 과정에 적극 협조하고, 정당한 처벌을 받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범죄인 인도 절차에서 법원이 인도 불허를 결정한 것은 이례적이다. 한국 법원이 범죄인 인도심사청구 결정문을 전산화한 2004년부터 2018년까지 외국에서 들어 온 범죄인 인도청구는 총 111건이었는데, 이중 법원의 인도심사가 진행된 사건은 52건이었다. 법원은 해당 기간 6건(인도거절 5건ㆍ각하 1건)을 제외한 모든 사건에서 범죄인 인도를 허가했다. 

법무부는 향후 미국에 인도 불허 결정을 공식 통보할 방침이다. 손씨는 이날 오후 1시쯤 출소했지만, 범죄수익은닉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서 관련 수사를 받는다. 계좌를 도용당한 손씨 아버지가 아들을 한국에서 처벌받게 하려는 목적으로 올해 5월 손씨를 직접 고소한 사건이다.

법원이 인도 불허 배경을 비교적 상세히 설명했지만, 이번 결정을 두고 여론은 '사법부도 공범'이라며 들끓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재판장 강영수 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의 대법관 후보 자격을 박탈하라'는 청원이 올라왔고, 이날 오후 5시 기준 청원인이 13만명을 뛰어넘었다. 강 부장판사는 9월 퇴임하는 권순일 대법관의 뒤를 이을 차기 대법관 후보 30명 중 1명이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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