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 “안타깝지만 의혹은 밝혀야”…서울시장도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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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직장내 성희롱 첫 승소 주역
“떳떳한 죽음이라고 확신할 수 있나”
“가족장으로” 26만 명 청와대 청원도
정의당은 두 갈래로 기류 엇갈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서울특별시장에 반대하는 국민청원이 등장했다.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박원순 서울시장이 10일 새벽 숨진 채로 발견됨에 따라, 전직 비서 A씨의 성추행 고소 사건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여성단체들은 박 시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애도하면서도, 사후에라도 성추행 의혹을 규명하고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경찰 관계자는 9일 “박 시장의 전직 비서라고 밝힌 A씨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는 고소장이 접수됐다”며 “A씨가 변호사와 함께 8일 밤 경찰을 찾아와 9일 새벽까지 관련 조사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한미경 전국여성연대 대표는 “박 시장의 사망과 성추행 의혹 사이에 관계가 있다면 (생전에) 피해자에 대한 입장 표명이 있었어야 한다고 본다”며 “이전에 있었던 일련의 사건에서 보이듯 사회 변화에 앞장서 온 사람들 안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있다. 우리 사회가 그것을 바꾸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 대표는 “박 시장은 살아있을 때 여성계의 움직임을 응원하고 지지했던 사람”이라며 “그런 행동이 본인의 과오를 감추기 위함이라는 식의 판단을 하진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고 덧붙였다.

서혜진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박 시장은 ‘서울대 우 조교 사건’ 등 역사적인 성희롱 관련 소송을 진행한 변호사”라며 “충격적이고 안타깝지만, 성추행 의혹이 사실이라면 죽음으로 덮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서 이사는 “‘피해자가 고소해서 죽은 것 아니냐’는 식의 공격이 시작될 수 있다”며 “피고소인이 사망했어도 어느 정도의 조사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변호사 시절 ‘서울대 조교 성희롱 사건’을 맡아 수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승소를 끌어내 인권변호사로서 명성을 얻었다. 국내 최초의 직장 내 성희롱 소송으로 알려진 이 사건에 박 시장은 공동 변호인단 중 한 명으로 참여해 소송을 주도했다. 그 공로로 1998년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제10회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러지는 박 시장의 장례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10일 박 시장의 서울특별시장(葬)에 반대하는 청원이 등장했다. 청원자는 “성추행 의혹은 수사도 하지 못한 채 종결되었지만 그렇다고 그게 떳떳한 죽음이었다고 확신할 수 있나?”라며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르는 게 맞다”는 의견을 냈다. 이 청원에는 10일 오후 10시 기준으로 26만 명 이상 동의했다.

미래통합당에서도 같은 지적이 나왔다. 박 시장을 고소한 여성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이유다. 김기현 통합당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과는 별개로, 성추행으로 고통받은 피해자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 달라. 그게 우리 사회가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이자 의무”라고 했다.

정의당에서는 기류가 엇갈렸다. 장혜영 의원은 페이스북에 “차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애도할 수 없다. 이 이야기의 끝이 ‘공소권 없음’과 서울특별시의 이름으로 치르는 전례없는 장례식이 되는 것에 당혹감을 느낀다”고 했다. 류호정 의원 역시 피해자에 대한 공감과 재발 방지 대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 두 의원과 달리 배진교 원내대표와 강은미·이은주 의원은 이날 오후 2시쯤 박 시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았고, 심상정 대표는 오후 4시쯤 빈소를 찾았다. 심 대표는 조문 이후 기자들과 만나 “고인의 영면을 기원한다”면서도 “이 상황에서 가장 고통스러울 수 있는 분이 고소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상황이 본인의 책임 때문이 아니라는 걸 꼭 생각해주셨으면 한다. 2차 가해 신상 털기를 해서는 안 된다고 호소드린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지영·신혜연·오현석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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