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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우석 “통일이 좋든 싫든 평화 구축은 필요해”

[웹툰 ‘스틸레인’-영화 ‘강철비’ 이어 ‘강철비2’로 컴백]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 정도면 ‘스틸레인 유니버스’라고 부를 수 있을까. 양우석 감독은 2011년 웹툰 <스틸레인>을 시작으로 웹툰 <강철비: 스틸레인2>와 이를 영화화한 <강철비>(2017), 웹툰 <정상회담: 스틸레인3>와 이를 영화화한 <강철비2: 정상회담>(29일 개봉)까지 10년째 동일한 세계관을 구축해오고 있다.

현실을 초월한 슈퍼히어로의 세계를 그린 할리우드의 ‘마블 유니버스’에 빗대자면, ‘스틸레인 유니버스는 우리가 처한 한반도 문제를 지극히 사실적으로 다룬다고 할 수 있다. 2011년 웹툰 <스틸레인>은 북한 김정일 전 위원장의 사망 직후 벌어지는 일을 다뤘는데, 실제로 그해 12월 김 전 위원장이 사망하면서 ‘현실 예언 웹툰’으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을 연출한 양우석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양 감독은 왜 무겁고 복잡한 한반도 문제에 10년이나 매달려온 걸까? “웹툰 작가 등을 하다 (40대에) 뒤늦게 <변호인>(2013)으로 영화 연출을 시작했어요. 이후 한국 영화에서 어떤 포지셔닝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 세상에 꼭 필요한 얘기를 하자고 결심했어요. 가장 먼저 떠오른 게 대한민국의 숙제인 대북 문제, 북핵 문제, 미-중 갈등 사이에 낀 한반도 상황이었죠. 이를 시뮬레이션해 보여주는 걸 숙명처럼 여기고 <강철비>와 <강철비2>를 만들었습니다.”

그의 말을 들어보면, 외국 정치외교 전문가들이 제시한 한반도의 길은 크게 네가지다. 첫째 전쟁, 둘째 북의 내부 붕괴, 셋째 협상에 의한 비핵화 평화체제, 넷째 한국 핵무장을 통한 핵균형에 의한 평화다. 그는 <강철비>를 통해 첫째와 넷째를 시뮬레이션했고, 이번 <강철비2>를 통해 둘째와 셋째를 시뮬레이션했다. <강철비2>가 전편에서 이어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 속편’이라 불리는 까닭이다.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양 감독은 일부러 1편과 2편의 캐스팅을 뒤집었다. 1편에서 북한 최정예 요원을 연기했던 정우성이 2편에선 한국 대통령을, 1편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연기했던 곽도원이 2편에선 북한 호위총국장을 맡는 식이다. 양 감독은 “분단은 우리 의지로 한 게 아니기에 분단 해체도 우리 손으로 할 수 없다”며 “남북이 서로 입장을 바꿔본다 한들 한반도 문제는 우리 의지만으로는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고자 진영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강철비2>의 가장 큰 특징은 한반도 문제를 국제정세 틀에서 바라본다는 점이다. 평화협상 당사자는 북한과 미국이고, 남한은 중재자일 뿐이라는 상황은 현실과 판박이다. 중국과 일본도 자국 이익을 위해 한반도 문제에 깊숙이 개입한다. 영화는 복잡하게 얽힌 동북아 정세를 피하지 않고 정공법으로 풀어나간다. 영화가 다소 어렵고 늘어질 수도 있는 위험을 감내하는 셈이다.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남북미 정상이 북한 원산에서 비핵화 협상을 진행하던 도중 북한 강경파에 의한 쿠데타가 일어난다. 쿠데타 세력은 세 정상을 핵잠수함으로 납치한 뒤 동해 깊은 바다로 숨어들어 핵미사일을 쏘려 한다. 좁은 함장실에 갇힌 세 정상은 그제야 격식을 벗고 속내를 털어내며 ‘진짜’ 회담을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웃지 않곤 못 배길 유머러스한 상황이 이어진다. “별거 아닌 거로 싸우는 정상들 간 협상 패턴을 은유·해학·풍자를 통해 재밌고 편안하게 전하려 했어요.”

영화 후반부에선 잠수함 액션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양 감독은 전문가 자문을 거쳐 잠수함 외양과 내부, 전투 장면을 최대한 실제에 가깝게 구현했다. 울릉도·독도 인근 심해의 실제 해산 지형까지 그대로 전술에 반영했다. “일본 영화 <자토이치>의 맹인 검객이 싸우는 느낌으로 잠수함전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려 했습니다.”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결말은 남북미 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진 현 상황과는 거리가 먼 판타지에 가깝지만, 한편으론 현실에서도 충분히 이뤄질 법한 상상이란 느낌을 준다. 양 감독은 “정치적 성향에 따라 다양한 시각을 가질 순 있어도 교육과 외교안보는 국가 전체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무엇이 국익에 최우선인지를 상상하며 시뮬레이션을 짰다”고 강조했다.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갈 때 정우성이 연기한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묻는다. “통일, 하실 겁니까?”라고. 양 감독이 영화를 통해 던지고자 한 질문이기도 하다. “통일을 원하는 사람도 있고, 원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죠. 다만 확실한 건 통일이 좋든 싫든 평화 구축은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겁니다. 영화를 보고 그걸 깨닫는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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