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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말에 자막 단 이유? 외국이니까”[인터뷰]

‘강철비2:정상회담’ 양우석 감독 '강철비2:정상회담'을 연출한 양우석 감독이 27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 앞서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2011년부터 이어진 ‘강철비’ 시리즈는 세 편의 웹툰과 두 편의 영화를 거치며 지금의 북핵 문제로 확장했다. 얽히고설킨 남북 분단 상황을 10년 동안 작품에 담으며 양우석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은 명확했다. 분단 당사자인 우리가 현실을 바꿀 수 없다면 이 문제는 어디에서 출발해야 하는가. 그는 영화도 언론의 성격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했고, 평화로 나아가지 못하는 한반도의 앞날에 대한 여러 시나리오를 재현하고 싶었다. 영화라는 틀은 이런 시뮬레이션에 제격인 포맷이었다. 전쟁 아니면 평화, 남한의 핵무장 아니면 북한의 붕괴. 그는 냉전 체제 이후 우리의 미래를 네 가지로 분류하고 영화를 통해 그 모든 가능성을 보여주려 ‘강철비’ 시리즈를 내놨다.

‘강철비2:정상회담’을 만든 양 감독은 27일 국민일보와 만나 “1편에서 담지 못했던 남북 분단의 진전된 상황과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 2편을 만들었다”며 “1편에 평화 체제에 대한 논의를 담지 않아 오히려 상황을 호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상회담의 경우 국민은 그 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모른다”며 “상상력을 더해 영화로 풀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29일 개봉하는 ‘강철비2:정상회담’은 그가 만든 웹툰 ‘스틸레인’ 시리즈 세 편 중 마지막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다. 2017년 ‘강철비’ 1편이 북한 최고 지도자가 남한으로 내려온 뒤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하는 선택권에 집중했다면 2편은 더 냉정한 현실에서 출발한다. 2편 속 상황은 예기치 못하게 흘러간다. 남북미 정상회담 중 북의 쿠데타로 세 정상이 북의 핵잠수함에 갇히게 되고, 이곳에서 뜻밖의 정상회담이 벌어진다.

'강철비2:정상회담'을 연출한 양우석 감독이 27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 앞서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의 공간적 배경이 된 핵잠수함은 분단된 한반도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양 감독에게 최적화된 공간이었다. 여기서 핵잠수함은 또 다른 한반도다. 그 좁은 공간에서 둘로 갈라진 두 무리는 한쪽은 평화를, 한쪽은 갈등을 갈망했다. 쉽게 침공할 수 없고 누구도 구출할 수 없다는 점도 지금의 한반도와 닮아있다. 또 다른 이유는 협상 대상자가 모두 남성이라는 점에서 착안했다. 남성은 심리적으로 넓은 곳에 자유롭게 풀어놔야 협상이 잘 된다는 속설이 있는데, 양 감독은 이를 뒤집어 표현하고 싶었다. ‘남자들이 아주 좁은 공간에 밀집해 있을 때 어떤 속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핵잠수함을 떠올렸다.

1편과 2편은 완벽히 배치된다. 배우는 그대로지만 진영은 싹 바뀌었다. 양 감독은 “1편 배우들이 2편에 거의 다 나오는데 배역은 남과 북이 바뀌었다”며 “바꿔봐도 현 체제가 달라질 게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 안에서 남한의 위치는 조금 달라져 있었다. 그는 “냉전체제가 무너진 후 남북관계는 변하지 않았다. 도돌이표처럼 늘 같은 과정을 거쳐 정해진 답에 도달했다”면서도 “다만 2~3년간 가장 큰 변화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이 완벽한 중간에 위치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도돌이표를 깨야 한다고 생각했다. 평화로 가기 위해서는 균열이 필요했다”고 전했다.

한국의 중간자적 입장을 강조하려 북한이 타국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했다. 여전히 내전 상태이고 평화체제와 극명히 대조하기 위한 장치였다. “평화 체제에 대한 염원과 중간에 서 있는 남한의 위치를 제대로 보여주려면 북한을 독립된 외국처럼 표현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북한말을 외국어로 느낄 수 있도록 조금의 이질감을 주고자 자막을 넣었죠. 한국의 표준어로 변환해볼까 생각도 했지만 그러니 의미가 퇴색되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그냥 발음 그대로 적기로 했죠. 북한말에 자막을 달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번역을 하지 않아도 되는 연출 그 자체로도 남한의 중간자적 입장을 표현한 거라고 생각해요.”

북한 체제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남한과 미국보다 더 많은 상상력이 필요했다. 특히 북한의 양면성을 부각하기 위해 캐릭터를 이인화했다. 유연석이 연기하는 평화를 염원하는 북한 최고 지도자 조선사와 곽도원이 연기하는 중국과의 혈맹을 강조하고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 호위국장이다. 양 감독은 이를 ‘지킬과 하이드’라고 불렀다. 미국 대통령은 명확하게 패러디를 했지만 북한 지도자에 배우 유연석을 캐스팅한 이유도 실제 북한의 지도자와 이미지적인 접점을 완벽히 부수기 위해서다. 그는 “평화를 외쳤다가 돌연 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북한의 모습을 도저히 한 캐릭터에 담을 수 없었다”며 “캐릭터를 둘로 나눠야 북한의 이중성을 제대로 알릴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강철비2:정상회담'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에서 남한의 대통령은 북미 평화협정에 초대는 받았지만 결정 권한은 없었다. 대통령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대한민국 대통령을 너무 무능하게 표현한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방향이 명확하다면 이런 인내가 진정한 강력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가능성이 낮은 무언가를 쟁취하기 위해 한경재는 상대의 입장을 들어주고 이해하며 목숨을 내놓고 중재하죠. 큰 소리로 말하고 시원하게 결정 내리면 강한 지도자처럼 보일 수는 있겠지만 침묵할 줄 알고 인내할 줄 아는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진짜 힘 센 대통령은 설득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닐까요.”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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