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우석 감독 "영화 속 잠수함은 한반도 축소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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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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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에서 쿠데타 일어난다면?
전편과 같은 '가정'에서 출발
'강철비2' 호평 속 29일 개봉
'강철비2:정상회담' 양우석 감독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변호인’으로 1000만 관객을 모은 양우석 감독은 카카오페이지가 ‘슈퍼웹툰 프로젝트’로 선정한 웹툰 ‘스틸레인’의 스토리 작가로도 유명하다. 한반도 정세와 주변국의 역학관계를 정치 스릴러로 풀어낸 ‘스틸레인’은 2011년 웹툰 연재 도중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면서 더 화제가 됐다. 1·2편은 영화 ‘강철비’(2017년)로 제작돼 445만명을 모았고, 3편은 영화 ‘강철비2:정상회담’으로 완성됐다. ‘강철비2’는 미중 갈등이 심화된 가운데, 한미일 정상이 회담 도중 북한 내 쿠데타로 위기에 처한다는 내용. 북미 정상을 풍자한 블랙코미디와 잠수함 액션의 볼거리를 갖춘 분단 소재 정치 스릴러로 완성됐으며, “전편보다 나은 속편” “우리시대 필요한 이야기”라고 평가를 얻고 있다.

“1993년 한반도에 전쟁이 날 뻔했다. 당시 외국에 사는 친구들이 내게 전화해 ‘내일 모레 전쟁난다던데 괜찮냐’고 물었다. 그때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전쟁이 날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고, 북핵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양우석 감독은 지난 10년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반도의 정치·외교적 현실에 판타지를 섞어 이른바 ‘스틸레인 유니버스’(강철비 세계관)를 구축해왔다. 세 편의 웹툰과 두 편의 영화는 지난 25년간 ‘학구파’ 양 감독의 꾸준한 관심사가 반영된 결과물이다.

'강철비2:정상회담'
29일 영화 개봉을 앞두고 만난 양 감독은 “30여년 전 미소 냉전이 붕괴됐을 때 한반도만 거기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오히려 냉전의 붕괴로 한반도 북핵 문제가 불거졌다. 긴장과 화해의 도돌이표가 계속되는 동안 우리는 북한을 분노 아니면 무시의 대상으로 바라봐왔다”고 지적했다. ‘강철비2’는 전편과 마찬가지로 북한 내 쿠데타가 발생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그는 “30년 전 해외 정치외교 전문가들은 한반도가 갈 수 있는 길로 ‘전쟁’ ‘북의 내부 붕괴’ ‘평화적 비핵화’ ‘한국의 핵무장에 의한 핵 균형’ 이 네 가지를 꼽았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가 언론의 기능을 한다”고 생각했다. ‘강철비’ 시리즈를 내놓은 이유도 마치 기업이 위기관리를 위해 시뮬레이션을 하듯 남북 관계를 시뮬레이션 해본다는 의미가 컸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전쟁 준비는 잘해왔지만 북한 내부 붕괴 가능성에 대해선 준비가 취약했다. ‘강철비2’는 이와 관련해 국민들에게 시뮬레이션을 해 보여주고,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강철비2’는 분단의 당사자인 남과 북이 스스로 한반도의 운명을 좌지우지할수 없다는 냉정한 현실에서 출발한다. 극중 대통령 역할의 정우성이 정전협정을 들여다보는 장면은 남한이 이 협정에 서명조차 못한 당사자임을 상기시킨다. 극중 정우성은 “정치는 쇼비즈니스”라고 대놓고 말하는 기업가 출신의 미국 대통령 ‘스무트’(앵거스 맥페이든 분)와 자존심 강한 유학파 출신의 젊은 북한 지도자 ‘조선사’(유연석 분) 사이에서 중재자 노릇을 하느라 고군분투한다. 북한의 핵잠수함에 납치된 상황에서도 그는 둘에게 하나뿐인 침대와 의자를 양보한다. 이 와중에 담배를 피우겠다는 조선사와 담배를 당장 끄지 않으면 화장실 문을 열고 일을 보겠다는 스무트 사이에서 다툼을 중재하는 ‘웃픈 현실’이 연출된다.

'강철비2:정상회담'
영화 후반부는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소용돌이치는 독도 앞바다에서 펼쳐진다. ‘밀리터리 덕후’로 알려진 양 감독은 영화의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20억원을 들여 잠수함 세트를 완성했고, 컴퓨터그래픽의 도움을 빌어 긴장감 넘치는 심해 전투신을 선보인다. 잠수함 이야기에 신이 난 듯 미소를 짓기도 한 그는 “무기보다는 군사전술에 주목했다”며 “또 북의 강경파와 온건파가 대립하는 잠수함 내부를 좁은 한반도로 봤다”고 부연했다. 내부의 적뿐만 아니라 외부의 적과 싸워야하는 잠수함 액션신은 열강 한가운데 끼인 한반도의 복잡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며 갖가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렇다면 양 감독은 한반도 통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양 감독은 “통일을 원하건 원치 않건 가야할 길은 같다”고 강조했다. “평화 체제 구축이 핵심이다. 통일을 원치 않는다면 북한은 외국이다. 일본과 왕래하며 지내듯, 북한과도 사이가 좋은 게 낫지 않나. 통일은 2~3세대가 지나야 가능하리라 본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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