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붐 세대 마음 잡아라" 안방극장 중장년층 맹활약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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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08   |  발행일 2020-08-08 제16면   |  수정 2020-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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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층이 안방극장의 '예능 치트키'로 등극했다. 솔직함과 자연스러움을 무기로 전 세대를 아우르고 있는 중장년층이 새로운 트렌드의 주역으로 부상하며 출연진으로도, 시청자로도 당당히 그 중심에 서고 있다. 방송가 역시 오랜 연륜과 경험으로 다져진 예능 시니어 스타 탄생을 주목해왔고, 이들을 전면에 내세운 예능 프로그램들을 하나둘씩 내놓고 있다. 주 타깃은 인생 2막을 맞이한 '베이비 붐' 세대다.

거침없는 입담에 진정성까지
방송가 '예능 치트키'로 부상
7월 첫 전파 '사랑의 재개발'
어른판 하트시그널로 입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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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붐' 세대 취향 저격

1955년에서 1964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 '베이비 붐' 세대. '오팔(OPAL)' 세대, '욜드' 세대 등으로도 불리며 소비의 또 다른 축을 형성하고 있는 '베이비 붐' 세대는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에 비해 여가를 활용할 시간과 여건이 좋은 편이다. 이들이 최근 몇 년 사이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스마트 기기에 대한 적극적인 사용 등으로 트렌드를 주도하는 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시니어 스타들이 각종 브랜드의 모델로 발탁되고, 방송가에서도 중장년층의 공감을 살 수 있는 넓은 스펙트럼의 콘텐츠로 이들 잡기에 나섰다.

예능 프로그램이 그 무대다.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트로트 프로그램을 위시해 김수미·박막례 등 시니어 스타가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점점 느는 추세다. 중장년층의 미팅이라는 참신한 주제로 지난 7월 첫 전파를 탄 E채널 '찐어른 미팅: 사랑의 재개발'(이하 사랑의 재개발)도 그 연장선에 있다. 연애 예능에서 볼 수 없었던 어른들의 '사이다' 로맨스와 함께 매회 설렘 포인트까지 선보이며 '어른판 하트시그널'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외로운 중장년층 세대 싱글들의 연애 세포를 다시금 깨워주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 주기 위한 '3:3 어른 미팅'이라는 콘셉트로 차별화를 꾀한 덕분에 '베이비 붐' 세대 시청자의 '최애 프로그램'으로 등극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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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기존 연애 예능은 2030세대 위주로 진행됐지만 '사랑의 재개발'은 연령대를 넓히고 다양한 사연을 통해 생각을 나누는 댓글 코너 등 '베이비 붐'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펼쳐졌다는 점이 취향 저격 포인트로 꼽힌다. 20~30대 시청자들은 "아버지뻘 되는 중장년층도 사랑 앞에서 설레는 마음은 소년·소녀와 같다는 게 전해지면서 공감대가 느껴진다" "오히려 많이 재고 따지는 20~30대보다 솔직하고, 좋으면 좋다고 거침없이 외치는 모습에서 카타르시스를 경험한다" 등의 다양한 의견을 보내며 프로그램을 응원하고 있다. 덕분에 각종 채널을 통해 전국 '베이비 붐' 세대의 출연 신청도 쇄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중년의 싱글스타들 함께 여행
SBS '불타는 청춘' 인기 꾸준
KBS2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
노후 고민·상처 위로 큰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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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과 신선함으로 차별화

아이돌 중심에서 벗어난 중장년층 예능 프로그램들이 다양한 연령층 시청자에게 소구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2015년 첫 방영된 이후 현재까지 인기 장수 예능 프로그램으로 입지를 단단히 다지고 있는 SBS '불타는 청춘'이 대표적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중년의 싱글 스타들이 낯선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며 친구가 되고, 열정과 젊음을 되찾는 과정을 담은 '불타는 청춘'은 자극적이지 않은 편안한 구성이 공감을 사고 있다. 제작진의 개입을 최소화 하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리액션과 러브라인의 변화들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무엇보다 인위적이고 자극적인 맛이 없어 누구나 보기에 편하다는 것이 '불타는 청춘'의 가장 큰 특징이다. 함께 떠난 여행지에서 웃고 떠들며 즐기는 이들의 모습은 배낭 하나 메고 MT를 떠나던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JTBC '1호가 될 순 없어'는 매년 이혼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유독 개그맨 부부 중 이혼 커플이 없는 이유가 무엇일지 파헤쳐 본다는 콘셉트에서 출발한다. 출연자의 면면부터 흥미롭다. 먼저 연예계 대표 장수 커플이자 '개그맨 부부 1호'로 잘 알려진 팽현숙·최양락 커플이 출연해 결혼 32년차의 격이 다른 '부부의 세계'를 보여준다. 이어 개그계 원조 미녀와 야수 커플 김지혜·박준형 부부는 온라인상에서 크게 화제가 됐던 '부부 예약제'의 실태를 낱낱이 공개한다. 마지막으로 SNS상에서 서로를 향한 애정 어린(?) 디스전을 선보이며 개그계 '돌+I 커플'로 등극한 이은형·강재준이 4년차 부부의 신선한 모습을 가감 없이 선보인다.

그런가 하면 지난 7월1일 첫 방영된 KBS2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는 전성기를 지나 인생의 후반전을 준비하는 여배우와 여가수들이 남해에서 좌충우돌 동거 생활을 펼치는 이야기로 공감대를 형성한다. 박원숙을 중심으로 김영란·문숙·혜은이 등 평균 나이 68세에 맞게 연륜에서 뿜어 나오는 시원한 입담이 돋보인다. 이와 함께 중장년 세대 앞에 놓인 현실과 이들의 솔직한 노후 고민, 그리고 상처를 위로해주는 모습들이 그려지며 웃음과 울림을 주고 있다.

김광원 대중문화평론가는 "주로 20~30대의 이야기를 다뤘던 기존 예능과 달리 중장년층 세대가 중심이 된 예능은 노련미와 함께 예측 불가한 거침 없는 입담과 자연스러움이 강점"이라며 "여기에 진정성과 감동까지 더해져 전 세대를 아우르는 예능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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