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31)이 세인트루이스와 계약하면서 보장받은 2년 800만달러는 역대 KBO리그 출신 포스팅 역사에서도 류현진에 이어 2번째로 높은 몸값이라고 할 수 있다. 바뀐 포스팅 시스템이 김광현의 협상력을 높인 결과다.

앞서 2013년 류현진은 LA 다저스와 6년 3600만달러에 계약했다. 2년 뒤 강정호는 피츠버그와 4+1년 최대 1650만달러에 계약했고, 그 이듬해 박병호는 미네소타와 4+1년 최대 1850만달러에 도장을 찍었다. 앞선 3차례 계약은 포스팅 시스템 개정 이전이었다. 당시 포스팅 시스템에 따르면 선수를 원하는 구단 중 최대 이적료를 제시한 팀과 독점 협상을 하는 방식이었다.

포스팅 뒤 30일 동안 협상에 이르지 못하면 메이저리그 진출이 무산된다. 선수는 해당 구단과 계약하거나 메이저리그 진출을 포기하거나 둘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었기 때문에 협상력이 제대로 발휘되기 어려웠다. 류현진을 제외하고 강정호와 박병호 모두 마이너리그 강등 거부권을 포함시키지 못한 것이 이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김현수는 FA 자격이었고, 다른 팀과 협상이 가능했기 때문에 볼티모어 계약 때 마이너리그 강등 거부권을 포함시켰다.

대신, 구단들은 선수들의 계약기간을 늘렸다. 거액의 이적료를 쓴 만큼 오랫동안 선수를 보유해야 수지타산이 맞는다. 류현진은 6년, 강정호와 박병호는 모두 4+1년의 계약을 했다.

김광현은 계약기간이 2년으로 짧아졌지만 보장금액 800만달러는 충분히 많은 금액이다. 옵션을 포함하면 최대 1100만달러까지 늘어난다. 포스팅 시스템이 여러 팀과 협상이 가능하도록 개정됐기 때문이다. 대신 원 소속팀 SK가 받는 이적료는 보장금액의 20%인 160만달러로 줄어든다. 한화가 류현진 포스팅 때 2573만달러, 히어로즈가 박병호 때 1285만달러, 강정호 때 약 500만달러를 받은 것과는 큰 차이가 난다. 류현진 때 이적료의 겨우 6%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강정호 이적료에 비해서도 3분의 1수준이다.

이적료가 줄어든만큼 세인트루이스가 김광현을 오랫동안 붙잡아 놓을 이유가 줄어든다. 계약기간이 2년으로 짧아지고, 연봉이 높아진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