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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재벌이 대체 무슨 죄를 지었다고> 이병태

개혁의 대상, '기업과 시장'이냐 '정부와 권력'이냐

입력 2020-08-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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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매우 도발적이다. 독자들 입장에서 호불호가 명확히 가려질 책이다. 저자는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로, 우리 사회에서 ‘반(反) 기업’ 이슈에 대해 누구보다 강하게 목소리를 내 온 학자다. 이 책은 저자가 기업 관련 이슈에 대해 쓴 최초의 일반 서적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이전의 진보 정부와는 비교할 수 없는 ‘반 재벌, 반 기업’ 정책을 몰아치고 있다고 비판한다. 재벌이 개혁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우리 민족의 신화이자 신앙이 되었다고 개탄한다. 저자는 “개혁의 대상이 정부인지 기업인지를 더 진지하게 근본부터 고민해 봐야 한다”면서 권력과 정부 관료주의가 오히려 개혁의 대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기업이나 시장의 실패보다 정부의 실패가 더 엄중하기 때문이다. 재벌과 대기업에 대한 일반의 확인되지 않은, 신화가 되어 버린 ‘선입견’을 깨기 위한 저자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 재벌=죄벌? - 문재인 대통령은 재벌에 대해 “수많은 기업 범죄의 몸통”이라고 말했다. 재벌이 우리 경제의 암적인 존재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먼저 재벌이라는 형태와 존재 자체가 글로벌 스탠다드에서 벗어난 ‘괴물’이다. 때문에 존재 자체가 교정 또는 해체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가문에 의한 소유와 경영, 피라미드에 의한 소유구조, 소수지분에 의한 경영권 장악 등이다. 다음으로 삼성공화국이라는 주장이 있다. 과도한 재벌의 경제력 집중에 대한 우려다. 세습자본주의에 대한 비판도 많다. 재벌 후손만이 부자이고 재벌독점구조에서는 혁신적인 창업가가 나오지 못한다고 얘기한다. 재벌은 근로자와 협력업체를 착취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자 극심한 양극화의 원천적 주범이라는 주장이다. 전문성 없는 과도한 다각화의 ‘문어발 경영’과 ‘선단식 경영’도 비판 받는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갈취와 재벌의 사익 편취, 일감 몰아주기, 편법 상속과 정경유착도 뿌리뽑아야 할 폐악이라고 주장한다.

* 재벌은 외국에도 많다 - 저자는 대를 잇는 가족경영 대기업이 한국에만 존재하는 예외적 기현상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전세계적으로 3분의 2 이상이 가족경영 회사이며, 매년 부(富)의 70~80%가 이들 가족경영회사에서 나온다는 통계를 제시한다.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도 30~40%를 상회하는 대기업이 가족경영회사라고 말한다. 최근에 창업자의 외손자가 이사회 의장 자리를 승계하면서 3대 세습경영이 이뤄진 월마트, 4대 후손들 지분율이 25% 남짓이지만 차등 의결권으로 40% 이상의 의결권을 갖고 회사를 지배하는 포드 등을 예로 든다. 쥐꼬리만한 지분으로 황제 경영을 하고 있다는 나이키도 창업자의 아들이 대를 이어 기업을 통제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독일 하든 챔피언 기업의 60~70%가 가족경영기업이며, 2차 대전 이후 해제되었다고 말하는 일본에서도 5조에서 20조엔 매출의 대기업 가운데 산토리 타케나카 야자키 등 다수가 가문이 지배하는 재벌 회사들이라고 항변한다. 일본은 특히 재벌이 없는 것이 아니라 가문 지배에서 은행이 지배하는 재벌로 존속하는 있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코노미스트지도 2015년에 “앞으로 2025년까지 1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대기업 수가 증가할 것이며, 그 대부분이 가문지배 기업 등에 의해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전한다. 가문지배 기업이 세계경제의 중요 엔진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 소유와 경영은 반드시 분리되어야 하나 - 재벌개혁론자들은 기업이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소유와 경영의 분리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니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기업 상호출자가 법에 의해 제한되는 나라는 벨기에와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과 한국 등 6개 나라밖에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왜 한국이 피라미드 구조를 가질 수 밖에 없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은산분리가 강력하게 시행되었던 우리 상황에서 기업들은 사업을 하려면 창업자의 돈이나 개인 차입금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자본시장이 존재하지 않았던 산업회 초기에는 계열사 투자를 통해 신설회사를 만드는 것이 가장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한다. 결국 재벌과 순환출자는 자본시장의 제약과 경영권 보호제도 미비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얘기다. 국가의 규제와 경제활동의 제약 하에서 최적의 방법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거대한 개방경제에서 경쟁을 통해 생존하려면 막대한 자본이 필요했는데, 은행들이 여러 산업의 연결고리가 되면서 필요한 산업에 자금을 효율적으로 공급했던 일본과 달리 우리는 대규모 투자 후 대주주 지위가 상실될 수 밖에 없고 자식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적는다.

* 포이즌필, 차등의결권 부정이 글로벌 스탠다드? - 2018년 당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현재의 지배구조가 삼성이라는 기업은 물론 국가경제에도 해가 된다”고 주장했다. 순환출자 해소의 대안으로 차등의결권이나 포이즌필 같은 경영권 보호 수단을 허용해 주어야 한다는 논란에 대해선 “21세기에 어떤 나라도 이 수단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단언했다. 저자는 그러나 현재 많은 나라에서 지분보다 높은 의결권을 갖는 차등의결권을 허용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특정 주식 한 주 만으로 주요 경영사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황금주 제도의 경우 80년대 영국을 시작으로 많은 유럽국가들과 러시아에서 채택하고 있다고 전한다. 포이즌필은 적대적 인수합병 시 대웅할 수 있도록 기존 주식에 특별한 권리를 부여해 적대적 인수합병자들이 주가에서 손해를 벌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 글로벌 IT기업에 보편화되어 있는 차등의결권 -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보통주의 10배 의결권을 갖는 주식 9.1%로 의결권의 60%를 장악하고 있다. 구글의 공동창업자인 래이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에릭 슈미트는 각각 6.6%의 지분으로 10배의 의결권을 행시해 54% 이상의 의결권을 보유하고 있다. 차등의결권을 갖고 있는 회사는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 알리바바 링크드인 그루폰 드림웍스 등 수 없이 많다. 미국 상장기업 중 차등의결권이 없는 회사는 우버 아반토 PIMCO 등 4곳에 불과하다고 한다. 차등 의결권으로 창업자의 경영지배권을 보호해 주고 있는 것이다. OECD에 따르면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아일랜드 이탈리아 뉴질랜드 스웨덴 스위스 영국 미국 체코 터키 등이 차등의결권을 허용하고 있다.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 스포츠 의류업체 언더아모어, 식재료 배달기업 블루 애프론 등은 더 극단적인 무의결권 주주식 발행으로 완벽하게 창업자들의 ‘황제 경영’을 보호하고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화상 체팅 앱인 스냅챗을 운영하는 ‘스냅’은 증시에 상장하면서 35억 달러의 주식을 신주 발행했는데 모두 무의결권 주식이었다고 한다.

* ‘정권’이야말로 가공지분에 의한 지배의 전형 - 반 재벌주의자들은 환상형 순환출자를 가공지분에 의한 지배의 수단으로 착각하고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만약 가공지분에 위한 기업지배가 잘못된 것이라면, 한국에서 가장 극심한 가공자본에 의한 기업 지배자는 정권이라고 일갈한다. 한국거래소는 증권사들이 지분을 가진 100% 민간 주식회사인데 정부 인허가를 통해 설립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기획재정부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고 있으며 민영화로 민간 기업이 된 포스코나 KT, 국민은행 등도 정부 지분이 하나도 없으면서 이들의 경영자 또는 감사와 같은 자리들이 정권의 트로피처럼 활용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 주주우선주의가 주주평등주의는 아니다 - 주주란 주식의 소유권을 말하는 것이지, 회사에 대한 온전한 소유권과는 거리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회사가 만들어내는 이익의 일부를 배분받을 권리와 주총에 참여할 제한된 권리만 갖는 것이며, 회사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주인은 바로 지배주주라고 역설한다. 주주를 모두 회사의 동일한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평등주의’라고 반박한다. 저자는 “우리나라는 사유재산이라는 자본주의의 기본 질서가 망각되고 있는 나라”라고 비판한다. 구멍가게 한번 해 본 적이 없고, 기업지배구조나 경영 성과에 대한 공부도 충실히 하지 않은 사람들이 ‘완장’을 차고 기업을 훈계하고 겁박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 한국은 삼성공화국? - 대기업을 정부가 규제하고 감시를 강화하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또 한국 경제문제의 근원은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이라는 주장도 많다. 하지만 저자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이 탁월한 성과를 내서 자산과 매출이 다른 기업에 비해 높아진 것이 경제력 집중이냐”고 되묻는다. 기업이 정상적으로 성장한다면 자산 규모는 매년 늘어나는 것이 정상이라는 것이다. 가내수공업만 있는 저개발 국가가 아니라면, 산업화한 나라의 기업은 소수의 대기업이 압도적 비중을 갖는다는 것이 보편적인 진리인데, 마치 우리나라만 그런 것처럼 오도해 ‘재벌공화국’이라는 신화를 만드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한다. 기업의 자산과 매출이 늘어나고 그 중에서 부가가치만 GDP에 잡히는 것인데, 이를 모르는 국민들에게 잘못된 통계를 제시하며 오도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대기업의 매출액이나 자산과 GDP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황당한 것이며, 이는 무지가 아니면 정치적 목적을 가진 선동이라고 못박는다.

* 대기업은 국가경쟁력이자 부의 원천 - 맥킨지는 2018년 지난 50년간 연평균 3.5% 이상 지속적으로 성장한 경제 모범국가들의 비결을 분석하는 보고서를 냈는데, 한국은 당당히 7개 국가에 들었다. 그 핵심 비결을 맥킨지는 ‘대기업’이라고 밝혔다. 고소득 국가에서는 대기업 매출 비중이 1995년 41%에서 2016년에는 77%로 무려 36%포인트나 증가했다. 경제가 고도화될수록 대기업의 비중이 크다는 것은 현대의 부가 어디에서 만들어지는 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저자는 말한다. 맥킨지 계산에 따르면 상위 10% 상장기업이 전체 수익의 80%를 차지하며 10억 달러 이상의 기업들이 전세계 매출액의 60%, 시가총액의 65%를 차지할 정도로 ‘슈퍼스타 경제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대기업이 그만큼 R&D 투자와 혁신에 앞서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2011년을 기준으로 매출의 83.3%, 50.7%를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2018년 기준으로는 86.1%, 62.0%에 이른다. 그런데도 이런 성공 기업이 해외에서 막대한 돈을 벌어오는데 필요한 자산의 증가가 ‘한국경제 집중력 강화하는 위험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처구니 없다고 비판한다.

* 재벌 중심 경제구조에선 고용창출이 어렵다? - 재벌 중심 경제가 고용을 만들어내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그 근거로 재벌의 수출과 매출이 늘어도 고용이 늘지 않는다는 것, 일자리는 대부분 중소기업이 만든다는 것을 든다. 이른바 ‘낙수효과’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우리나라의 수출 또는 고용유발계수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한다. 하지만 저자는 취업유발계수가 크다는 것은 저임금 노동집약적 산업들에 해당하며, 우리처럼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나라에서는 이 계수가 더 빨리 떨어질 수 밖에 없으며, 이는 곧 압축성장의 성공지표라고 반박한다. 대기업의 고용비중이 낮은 것이 재벌이 일자리를 만들지 못해서라는 주장도, 대기업과 재벌을 동일시하는데서 오는 오류라고 지적한다. 재벌 계열사 중에도 고용규모 면에서 중소 중견기업이 많이 있고, 따라서 중소 중견기업이 만들어 내는 많은 고용 가운데 재벌이 만들어내는 일자리가 있다는 것이다. OECD 통계에 따르면 제조업의 대기업 평균 고용인원은 우리나라가 미국 일본 브라질에 이어 4위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고용을 못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 수가 너무 적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 한국은 대기업이 만들어지기 어려운 나라 - 저자는 대기업이 일자리를 못 만드느냐, 아니면 대기업이 잘 못 만들어지고 있느냐는 본질적인 질문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만약 한국의 대기업 비중이 OECD 평균과 같아진다면 대기업의 고용비중은 47%로 크게 높어진다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한국에서 대기업이 너무 적기 때문에 대기업 고용도 그만큼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 OECD 국가의 대기업 비중은 0.26%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0.11%에 불과하다. 우리나라가 대규모 고용을 일으키는 대기업 수가 1980년대 말을 정점으로 급속도로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선진국으로 길수록 대기업의 고용비중이 크고 저소득 국가일수록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우리는 소득수준은 선진국인데 고용구조는 후진국이라는 기형적 형태를 띄는 셈이다. 중소기업의 역할을 강조하기 위해 만들어진 ‘9988’(중소기업이 기업수의 99%, 고용의 88%를 담당한다는 이론)은 오히려 극복되어야 할 과제라고 말한다.

* 누가 대기업 수를 줄이는가? - 저자는 한국 대기업들의 고용비중이 적은 첫번째 이유는 대기업 수가 적고 90년대부터 2000년 초까지 급속도로 줄고 반등이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대기업 고용비중이 안정적인 나라들은 끊임없이 대기업이 탄생하는 나라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정부가 일자리 만들기의 훼방꾼”이라고 비판한다. 최저임금제와 주 52시간 규제가 가해지면서 제조업 일자리는 2017년 이후 계속 감소세라고 강조한다. 미국에서는 고용을 가장 많이 만드는 산업이 유통인데 우리나라는 골목시장 보호라는 명분하에 대형 유통업체 강제휴무제를 실시하고 신규점 개설을 사실상 봉쇄하고 최저임금을 올려 경제적 자유를 박탈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결국 기업들은 국내 투자를 포기하고 경제적 자유를 찾아 베트남 미국 등지로 떠나고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우라나라 서비스 대기업의 고용규모는 OECD 국가 34개 나라 중 33위로 최하위라고 한다. 대기업 강성 노조도 한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노동시장 규제가 심해 정규직 해고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추가 일자리 만들기는 요원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 재벌기업은 현금을 쌓아두고 투자를 안한다? - 기업이 투자를 꺼리고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면, 그 이뉴는 바로 ‘투자할 것이 없기 때문’이거나 ‘미래를 불안하게 보기 때문’이다. 해외에 있는 이익을 본국으로 송금하기를 꺼린다면 이는 법인세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겪어본 우리 기업들이 현금 보유를 늘리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그나마 그런 기업은 일시적으로 이익이 너무 많거나 투자처를 찾지 못해 고민하는 소수의 기업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기업이 이익을 내면 마치 모두가 나눠 가져야 한다는 그릇된 인식이 반 기업 정서를 부추기고 있다고 저자는 우려한다.

* 우리 대기업은 임금을 착취하는가 - G20 국가들의 1970년대부터 2014년까지의 임금소득분배율을 보면, 러시아를 제외하고는 모두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2018년의 경우 노동소득분배율이 급증한 적이 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마법처럼 성공한 것 인양 기대를 모았으나 정작 살펴보니 그 해 기업의 수익이 뚝 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익이 줄면 노동소득 분배율은 증가한다는 것이다. 반 재벌론자들은 기업의 소득과 임금 소득이 같은 비율로 또는 더 높은 비율로 성장해야 한다는 믿는다며 “이것이 말이 되는 이야기냐”며 저자는 목소리를 높인다. 임금도 시장이 결정하는 가격이라는 것이다.

* 우리 대기업들은 하청업체 가격을 후려치기하나? - 대기업은 핵심 R&D를 하고 생산은 값싸게 하청업체를 착취하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3차 하청업체들이 원청기업의 42.2%에 불과한 저임금을 받는 것이 하청 쥐어짜기의 결과라며, 이것이 우리나라 임금 소득 격차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다. 저자는 OECD 자료를 인용해 대기업 대비 우리나라 중기업,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38.1%, 25.3%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독점적 기술력이 있다면 우리 기업들도 퀄컴처럼 18% 수준의 높은 영업 이익율을 유지하면서 원청사에 가격 협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는 “시장경제는 경쟁과 협상력의 게임이지, 자비의 경제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양극화가 심하다고? - 문재인 대통령이나 장하성 정책실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한민국은 재난적 양극화의 나라”라고 주장한다. 성장에 치중하는 동안 양극화가 극심해졌고, 발전된 나라들 가운데 경제적 불평등 정도가 가장 심한 나라라고 스스로 깎아 내린다. 하지만 OECD 지니계수 자료를 보면, 한국은 회원국 평균 보다 낮고 비교대상 43개국 가운데 낮은 쪽에서 16번째라고 저자는 반박한다. 국가 간 순위를 보여주는 인덱스 먼디 사이트를 봐도, 2016년 기준으로 한국은 159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26번째로 소득격차가 낮은 나라라고 말한다. 지난 10년 동안 지니계수의 변화도 아주 적은 쪽에 속한다고 강조한다. 소득 양극화 지표로 상대적 빈곤율을 얘기하는데, 우리나라는 OECD 국가들에 비해 고령인구 빈곤율은 높은 편이지만, 전체적으로는 상당히 낮은 편이라는 설명이다.

* 문어발식 경영, 한국에만 있나 - 2018년 당시 김상조 공정거래워원장은 “총수 일가는 주력기업 주식만 보유하고 비상장 주식은 모두 정리하라”고 주문했다. 문어발식으로 늘려온 계열사들을 정리하라는 것이었다. 국가권력의 초법적 직권남용이자 재산권 침해로 헌법의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발언이었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하지만 문어발식 경영은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도 자유롭지 못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가문은 항공부터 의료, 통신, 호텔, 은행, 제약, 심지어는 정원용 기구제조사까지 29여개 사업군에 펼쳐져 있다. 스웨덴 고용의 40%, 스톡홀름 주식시장의 시총 40%를 점할 정도로 압도적인 문어발 경영 기업이라는 것이다. 독일 BMW를 지배하는 최대 재벌 운트 가문도 자동차, 제약, 물류, 화학에 이르며 이탈리아의 앙겔리 가문도 페라리 자동차부터 보험, 프로축구까지 다양하다. 마치 한국에만 있는 괴물처럼 몰고가는 것은 ‘재벌의 악마화 선동’의 일환이라고 저자는 비판한다. 특히 문어발식 경영과 선단식 경영은 그 나라 경제관련 제도의 후진성에 의한 정치 경제적 불확실성 위험에 대한 방어적 행위이며, 경제 생산요소의 부족을 내부적으로 해결하거나 정부로부터 더 배분받기 위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매우 합리적인 대응이라고 결론 짓는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선 명백하게 전문화된 집단일수록 예기치 못한 충격에 견디지 못하고 역사 뒤로 사라지거나 위상을 지키지 못했다고 반박한다. 그는 재벌의 문어발 경영 비판은 재벌이 가진 패권을 경계하고, 재벌을 거세하겠다는 정치공학적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 노키아가 망해 핀란드가 살았다? - 거대기업 노키아가 망한 덕분에 핀란드 경제가 살았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앵그리버드를 만든 로비오, 클래쉬 오브 클랜스로 대박을 터트린 수퍼셀과 같은 게임회사들의 성공이 노키아 몰락 이후 기업 혁신정신이 터지면서 나타난 덕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핀란드의 요즘 청년 실업률은 12~14% 수준으로 노키아 전성시대의 수준이다. IMD 경쟁력은 2017년부터 하강하다가 최근에야 조금 반등하는 정도다. WEF 경쟁력은 2014년 세계3위에서 최근에는 11~12위권으로 밀리고 있다. 최근 경제성장률도 1% 미만으로 여타 유럽 국가들에 비슷하며 수년간은 마이너스 성장이었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노키아가 휴대폰 사업을 매각한 것일 뿐, 여전히 통신장비시장에서 에릭슨 화웨이와 함께 3강을 구축하고 있으며 아직도 휴대폰 사업에서 지적자산을 통해 많은 로열티를 챙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성기 때 매출의 절반 가량을 회복했고, 전세계 고용도 10만 명을 웃돈다. 핀란드가 창업이 활발한 나라라는 점을 자칫 대기업 몰락이 가져온 효과도 단순화시켜선 안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핀란드 게임 산업도 노키아가 승승장구할 때 이미 부상한 상태였다고 말한다. 극단적으로 삼성전자의 하청기업들이 모두 부도가 나고, 삼성그룹과 하청업체 직원 152만명이 모두 실업자가 되면 우리나라 실업률은 7.1%로 급등한다고 한다.

* 대기업의 만연한 기술탈취, 사실인가 - 정부는 2010년과 2011년에 기술탈취에 따른 종소기업 피해액의 3배까지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후 7년 동안 공정위에 의해 기술탈취 내지는 불공정행위로 인정되어 제재된 건수는 고작 5건이었다. 그것도 4건은 과징금 부과없는 시정명령이었다. 과징금 처벌은 LG화학에 내려진 1600만원 단 한 건이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 역시 기술탈취 라기 보다는 절차상의 위반이었다고 한다. 언론이나 중기부가 피해액이라고 발표한 것도, 객관적 증거없이 단지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쪽의 일방적 금액을 합산한 것이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는 “한국의 중소기업 문제는 기술을 탈취당하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에 목을 매지 않으면 사업을 할 수 없을 만큼, 기술이 너무 없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 사유재산을 부정하는 나라 - 우리나라 상속세율은 50%에 최대주주가 상속할 경우 30% 할증을 더해 최고 65%에 이른다. 만약 창업자가 100% 지분을 갖고 있었다면, 그 자식은 35%의 지분만 상속받게 된다. 2대에 걸쳐 상속이 이뤄지면 12.25%, 3대까지 내려가면 4%로 떨어진다. 과도한 상속세 때문에 경영권을 지키면서 세금을 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지분이 정말 쥐꼬리만해져 경영권을 지킬 수 없게 된다. 편법이나 경영권 포기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기는 것이다. OECD 상속세율은 평균 15%다. 2000년 이후 포르투갈 스웨덴 러시아 홍콩 싱가포르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등이 상속세를 폐지했다고 한다. 그것이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지나치게 높은 상속세가 자본의 해외 이탈을 야기하는 모습을 본 것이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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