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돈 PD/사진=한경DB
이영돈 PD/사진=한경DB
'먹거리X파일' 등으로 유명세를 얻었던 이영돈 PD가 고인이 된 배우 김영애에게 뒤늦은 사과를 했다.

이영돈 PD는 지난 11일 서울시 중구 태평로 인근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몇 년 전 방송을 하다가 일생일대의 큰일을 맞았다"면서 고 김영애가 운영했던 황토팩 사업을 언급했다.

이영돈 PD는 2007년 10월 KBS 2TV '소비자 고발'이라는 프로그램 책임 프로듀서로 일하면서 김영애가 운영하는 회사에서 만들어진 황토팩에서 쇳가루가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김영애는 2003년부터 배우 생활을 접고 남편과 황토팩 사업에 전념했고, 홈쇼핑 등을 통해 황토팩 판매로 한 해 매출 1700억 원을 올리는 등 기업가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이영돈 PD가 "황토팩 속 쇳가루는 황토 고유의 성분이 아니고, 분쇄기 안에 있는 쇠구슬이 마모돼 발생했기에 미용팩으로 안전하지 않다"는 내용의 방송을 내보내면서 사업에 타격을 입었다.

식약청 조사 결과 이영돈 PD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다. 황토팩 속 쇳가루로 언급된 자철석은 제조 과정 중 외부에서 유입된 것이 아닌 황토 고유의 성분으로 건강에 전혀 해롭지 않다는 결과가 나온 것.
고 김영애/ 사진 = 한경DB
고 김영애/ 사진 = 한경DB
김영애 측은 이영돈 PD를 비롯해 KBS와 제작진을 고소하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법원은 1심에서 이영돈 PD 등 2명과 KBS가 1억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지만, 항소심에서는 "고의성이 없었다"는 이유로 이영돈 PD와 KBS의 '무죄'를 선고했다.

또한 김영애는 법원에 방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도 이를 일부 받아들였으나 이영돈 PD와 '소비자 고발' 측은 법원의 결정을 무시하고 방송을 강행했다. 결국 2008년 1월 방영금지 가처분 결정을 위반한 것에 김영애 측에 3억 원의 지급하라는 결정이 내려졌고, KBS에 강제집행을 실시하던 중 현장에서 3억원을 받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이영돈 PD의 방송 강행으로 김영애의 사업은 휘청했고, 매출 폭락에 제품 환불 요구가 이어지면서 도산했다. 결국 김영애는 회사를 함께 운영하던 남편과 이혼했고, 건강 악화 소식까지 이어졌다.

이후 2017년 김영애가 췌장암으로 사망하면서 이영돈 PD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졌다. 김영애가 황토팩 사업과 관련해 "힘들었다"고 토로하는 인터뷰를 한 적도 있지만, 이영돈 PD는 단 한차례도 사과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

이영돈 PD는 "보도 이후 소송이 5년간 이어졌는데 고인이 받았던 고통을 느끼며 오랫동안 사과하고 싶었다"며 "사과할 시점을 잡지 못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김영애 씨가 돌아가셨을 때 문상을 안가냐는 댓글도 봤다"며 "저도 가고 싶었지만 용기가 안 났다. 그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언젠가는 사과해야 하는데 생각했는데 이렇게 늦어졌다"고 덧붙였다.

또한 자신이 연출하지 않았지만 '먹거리X파일'에서 소개돼 문제가 됐던 대만 카스테라, 방송 중 실수가 있었던 그릭 요거트 등에 대해서도 억울함을 드러냈다.

"다시 태어나면 탐사보도 또는 고발 프로그램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일반화의 오류로 한 곳을 고발하면 동종업계 식당들이 전체적으로 피해를 볼 때 괴로웠다"고 토로했다.

한편 현재 이영돈 PD는 유튜브에서 '이영돈TV'를 방송하고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