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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건물주 기안84, 석촌동 콕 찍은 이유

EDITOR 정혜연 기자

2020. 03. 12

웹툰 작가를 본업으로, 방송 출연을 부업으로 삼던 기안84가 올해 초 ‘건물주’ 타이틀을 하나 더 얻었다. 경기도 화성시 기안동 출신인 그가 서울 송파구 석촌동 소재 상가 건물을 매입한 이유는 무엇일까.

기안84(36·본명 김희민)가 연초부터 건물주 대열에 올라 화제다. 네이버 웹툰 ‘패션왕’의 히트로 스타 작가가 된 기안84는 ‘복학왕’ ‘체육왕’ 등의 작품으로 꾸준한 인기를 누려왔다. 기안84라는 예명은 자신이 살았던 경기도 화성시의 기안이라는 지명과 자신의 생년을 붙여 만든 것이다. 

웹툰 작가인 그가 방송인으로 전향한 것은 2016년 2월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단발성으로 출연한 덕분이다. 당시 바닥에 냄비째 놓고 식사를 하고, 집에서 스스로 이발하는 등 독특한 행보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후 ‘나 혼자 산다’의 고정 MC 자리를 꿰차 방송인으로 활동하기 시작했고, 한동안 KBS 예능 프로그램 ‘해피투게더’의 고정 MC로도 활약했다. 

기안84는 다소 어리숙한 이미지로 시청자에게 친근감을 주는 한편, 개그우먼 박나래와의 썸을 연출하며 화제를 낳기도 했다. 특히 박나래와는 방송인지 실제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의 모습을 보여 2017년 MBC 연예대상에서 베스트 커플상을 받기도 했다. 또 올해 초에는 의외의 면모를 보였는데 ‘슈스스(슈퍼스타 스타일리스트)’로 불리는 한혜연과 명품 구찌의 패션지 화보를 진행해 ‘완판남’으로 등극, 화제가 됐다. 수년째 방송 출연을 하면서도 웹툰 작가로서의 본분을 놓지 않던 기안84는 지난해 3월 윤종신, 서장훈 등이 소속된 미스틱엔터테인먼트와 계약하면서 본격적으로 방송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방송을 통해 거처를 종종 옮긴 것으로 알려져 부동산에는 관심이 없는 줄 알았던 기안84가 올해 1월 초 의외의 선택을 해 화제가 됐다. 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한 상가 건물을 46억원에 매입한 것. 그가 어떻게 고가의 건물을 매입할 수 있었을까 의아해하는 이들도 많은데, 업계 관계자들은 10년 가까이 스타 웹툰 작가로 활동한 기안84라면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기안84도 한 방송에서 “방송 활동으로 얻는 수입은 웹툰 연재로 벌어들이는 수익의 10분의 1 정도”라고 밝힌 바 있다.

46억원에 석촌동 상가 건물 매입

기안84가 매입한 송파구 석촌동 건물.

기안84가 매입한 송파구 석촌동 건물.

기안84가 매입한 건물은 1988년 완공된 후 현재까지 10여 개의 업체가 영업 중인 상가다. 대지 면적 339.2㎡, 연면적 802.55㎡,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다. 상가가 위치한 대지의 용도는 제2종 일반거주지역으로 용적률은 150% 이상 250%이하다. 해당 건물은 인근 건물과 인접해 일조권 사선제한 규정에 따라 상층부가 사선으로 깎여 있는 형태다. 기안84는 해당 건물을 46억 원에 매입했는데 이 가운데 63%는 대출로, 세금을 포함한 실제 투자 금액은 20억원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안84가 선택한 석촌동 상권을 알아보기 위해 2월 초 현장을 찾았다. 기안84의 건물은 석촌동 송파사거리 안쪽에서 북쪽으로 세 블록 올라가 코너에 위치해 있었다. 서울 지하철 8·9호선 석촌역과 8호선 송파역 사이 송파사거리는 5층 이하 상가 건물이 즐비한 곳이다. 인근에는 음식점, 미용실, 빵집, 휴대전화 대리점 등 각종 상점이 자리해 있다. 그러나 송파사거리 일대를 번화한 상권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이곳은 다세대 주택이 밀집한 지역으로 기안84 건물 바로 길 건너편에 유치원 건물이 있고, 몇 블록 위로는 학교도 있어 전체적으로 유흥가 같은 상권이 형성되기엔 어려운 분위기였다. 

기안84의 건물은 이면도로 코너에 있긴 하지만 대로변에서는 한참을 찾아 들어가야 했다. 1층에는 횟집과 반찬 가게, 미용실, 호프집이 입점해 있다. 2~4층은 인력사무소, 광고사무소, 컴퓨터 대리점 등 각종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다. 대략 10여 업체가 영업 중으로 월 임대 수익은 1천여만원은 넘을 것으로 추산됐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에 기안84가 매입한 건물에 대해 물었지만 “지역 부동산을 통해 매입한 것은 아닌 걸로 안다. 동네 부동산 사장들은 그가 누구인지도 모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현재 영업 중인 가게 주인들에게 기안84가 주인이 된 후 달라진 점에 대해 물었다. 1층 한 상가 임차인 부부는 “건물주가 바뀌었다는 소식은 중개사무소를 통해 들어서 알고 있다. 임대 기간이 남아 있긴 하지만 계약서를 새로 작성해야 한다. 주인이 연예인이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바뀌고 나서 얼굴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바로 옆 상가 임차인은 “1월 15일 자로 주인이 바뀌었다는 문자 메시지를 중개사무소를 통해 받았다. 이후 임대계약을 다시 체결하면서 임대료를 올리지 않고 원래대로 받겠다고 해서 기존대로 계약서를 썼다. 장사하는 입장에서 주인이 임대료를 올려 받지 않은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연예인이 건물주라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지만 많이 알려지다 보면 손님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석촌동 상권 분석과 기안84 건물의 투자가치 등에 대해 알기 위해 전문가 의견을 들었다. 빌딩 전문 중개 회사 ‘빌사남’의 김윤수 대표는 “기안84 건물은 석촌역에서 도보로 5분, 송파역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위치해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다. 특히 석촌역 인근에는 오피스 건물이 밀집해 수요가 풍부하다. 또 송파역 부근에는 1만 세대에 육박하는 신규 아파트 단지 ‘헬리오시티’가 위치해 있다. 상업용 건물을 매입할 때 배후 수요를 잘 봐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유동 인구가 풍부해 투자가치가 높다”고 평가했다.

석촌동 상권 투자가치, 전문가 해석 엇갈려

김 대표는 노후 건물을 매입한 것으로 추측건대 리모델링 효과를 노린 투자일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이 건물은 1988년에 지어진 것으로 시설 면에서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다. 때문에 리모델링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층부는 오피스로 사용되는 만큼 리모델링 후 기안84가 직접 쓸 것으로도 보인다. 대부분 법인은 다른 곳에 세 들어 임차료를 내는 대신 이를 대출 이자로 생각하고 건물을 매입해 사옥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한 가지 우려되는 부분은 리모델링을 하려면 기존 세입자의 동의가 필요한데 10여 개의 업소가 임차하고 있는 만큼 명도 문제를 원활히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가치가 높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가진 전문가도 있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석촌동 송파사거리 권역은 다소 애매한 상권이다. 개발 호재가 없고, 황금 노선인 9호선 상권이라고 해도 걸어서 5분이면 멀다. 또 헬리오시티에서도 꽤 멀기 때문에 걸어서 이쪽까지 찾아가기란 쉽지 않다. 건물 자체는 나쁘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는데 임대 수익은 그리 높지 않아 대출이 절반 이상이면 이자를 감당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리모델링을 해야 시세 차익이 발생할 텐데 임차인이 10여 명이면 모두 명도하기도 어렵다. 장기 보유하지 않는 이상 단기간 시세 차익을 얻기는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진 정혜연 기자 동아DB 디자인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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