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우리말] 간식·고수부지·십팔번…이게 다 일본어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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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10.09. 오전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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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오늘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지 574주년이 되는 한글날입니다. 하지만 일본어 잔재는 여전하고 거기에다 출처도 알기 어려운 외래어까지 넘쳐나는 게 현실입니다.

국민의힘 김태흠 의원은 지난달 2일 다른 국회의원과의 설전 과정에서 "속된 말로 '야지' 놓는 것도 아니고…"라고 말했습니다. 야지는 속된 말이 아니고, 야유·조롱 등의 뜻을 가진 일본어입니다.

2년 전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과 당시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도 '야지' '겐세이' '분빠이' 등 일본어를 사용해 빈축을 샀습니다.

일본어인지 몰랐거나, 알면서도 무심코 쓴 것일 겁니다.

국회의원이 공식 석상에서 이렇게 말할 정도니, 우리 일상에서는 더하겠죠?

우리가 흔히 태극기를 '게양'한다고 하죠. 그런데 '게양'은 '높이 건다'는 뜻의 일본식 한자어입니다.

따라서 태극기를 '게양'한다는 말보다는 태극기를 '올린다' 혹은 '단다'로 바꿔야 합니다.

자주 부르거나 좋아하는 노래가 뭔지 이야기할 때 '십팔번'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데요.

이 말은 일본 대중 연극 가부키 단막극 중 가장 재미있는 18가지 공연을 '가부키 광언 십팔번'이라고 한 데서 나온 것입니다.

우리와 연관성도 없고 일본의 풍습과 사상을 담은 말 대신 '애창곡'이나 '단골 노래', '단골 장기'라는 순화된 우리말로 사용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무심코 사용하는 말 중에 특히 음식과 관련된 일본어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소보로빵은 곰보빵, 모찌는 찹쌀떡, 앙꼬는 팥소, 덴뿌라는 튀김, 오뎅은 어묵, 스시는 초밥, 와사비는 고추냉이, 사시미는 생선회, 닭도리탕은 닭볶음탕, 다데기는 다진양념으로 바꿔 쓰는 게 좋습니다.

'간식'과 '고수부지'도 일본식 한자어입니다. '새참'과 '둔치'라는 예쁜 우리말이 있습니다.

또 구라는 거짓말, 기스는 상처, 간지는 멋, 망년회는 송년회로 순화할 수 있습니다.

행정용어나 법률용어, 일반 서식에 쓰이는 용어가 더 큰 문제인데, 대부분이 일본식 한자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공람은 돌려봄, 감봉은 봉급 깎기, 공시는 알림으로 쓰는 것이 올바른 우리말 표현입니다.

과세는 세금 매김, 건폐율은 대지 건물 비율, 하청은 아래도급 또는 밑도급 등으로 풀어쓰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런 단어는 우리말 속 일본어 잔재의 아주 일부입니다.

강점기 시절 일제는 우리말을 없애 우리의 얼을 말살하려 했습니다.

그 속에서도 선조들은 우리말을 지켜왔지만, 어찌 된 일인지 지금은 너무 무분별하게 일본식 용어를 쓰는 듯합니다.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고 우리의 후손을 위해서 일본어 잔재를 하나씩 우리말로 바꿔 쓰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연합뉴스는 국어문화원 연합회와 쉬운 우리말 쓰기 운동을 함께 합니다.

정은미 기자 박서준 내레이션 송지영



sosim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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