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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info] 창업할까, 이직할까…스타트업에 쏠린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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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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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창업기업을 뜻하는 스타트업은 4차 산업혁명을 설명하는 핵심 화두로 꼽히고 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미래 신기술과 산업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등장한 신생 기업의 성장과 함께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과 3~4년 전에 창업한 스타트업들이 기업가치 1조원의 '유니콘'으로 성장하는 사례가 국내에서도 많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과 달리 업계 내부 분위기, 창업자들의 고충 등 실질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스타트업 업계 상황을 상세히 설문조사한 보고서가 나와서 관심을 끌고 있다. 스타트업 재직자는 물론 창업을 준비하는 직장인, 스타트업 취업을 준비 중인 대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이 실렸다. 최근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오픈서베이는 스타트업 창업자, 재직자, 일반 직장인, 대학생 1099명을 설문해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19'를 발간했다. 이 리포트는 조사 대상군별로 스타트업 생태계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관해 다뤘다. 예컨대 어떤 스타트업 분야가 유망할 것으로 보는지, 스타트업 육성에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스타트업의 업무 방식을 본받고 싶은지 등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질문이 담겼다. 이 리포트는 9월 17~25일 설문 기간을 거쳐 지난달 22일 언론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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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트업 창업자 스타트업 최전선에 있는 창업자들은 스타트업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스타트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고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어 투자금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설문은 직접 스타트업에 참여해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대표, 임원, 부사장급 이상 149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설문에 따르면 '스타트업 생태계 분위기'는 100점 만점에 73.4점으로 전년 68점 대비 크게 개선됐다.

특히 창업 1년 미만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업계 전망을 낙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평가한 스타트업 생태계 분위기는 75.7점으로 창업 1~3년 차(74.4점), 창업 3년 차 이상(72.1점)보다 높았다. 창업전선에 막 뛰어든 창업자들이 미래를 긍정적으로 본다는 것은 그만큼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뿐 아니라 전망도 밝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전체 응답자의 56.4%가 전년 대비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답했다. 전년보다 좋아졌다고 응답하는 비율은 2017년 38.8%, 2018년 47.7%로 증가하는 등 매년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분위기를 긍정한다고 답한 이유 중에서는 '스타트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한 스타트업 창업자는 "국가적 차원, 국민 차원, 국제적 차원 등에서 다양한 주체가 모두 관심을 갖고 있다 보니 발전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이유는 벤처캐피털의 적극적 지원이었다. 이는 사회 전체적으로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벤처캐피털을 비롯해 대기업들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정부의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가 성공했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반면 스타트업 분위기를 부정적으로 본 사람들은 '정부의 인위적 정책 드라이브가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창업인의 역량 미비'와 '인수·합병, 기업공개 활성화 미발생'도 스타트업 분위기를 부정적으로 느낀 이유로 거론됐다.

창업인의 역량이 미비하다고 답한 한 창업가는 "실리콘밸리형 스타트업 창업과 생계형 스타트업 창업으로 양분될 것 같다"며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팀은 도태되면서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악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창업가는 "경기 침체로 대기업도 많이 투자를 축소하고, 이는 스타트업에도 부정적 영향이 있다"며 "주변 스타트업은 대부분 작년보다 매출이 적은 상황이다. 일거리가 없다고 하는 스타트업도 많다"고 말했다.

향후 5년간 성장이 예상되는 스타트업 분야로는 AI와 머신러닝이 1위로 꼽혔다. 창업자의 38.3%가 이 분야가 유망할 것이라고 답했다. 콘텐츠·미디어는 응답자의 16.8%가 선택해 2위를 기록했다. 그다음은 헬스케어(9.4%) 핀테크(8.7%) O2O(7.4%) 등이 뒤를 이었다. 보고서는 "다른 분야보다 특히 AI와 머신러닝에서 기대감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해외 진출이 유망한 국가로는 동남아시아가 1위로 꼽혔다. 2위는 미국이었다.

국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으로는 모바일금융 애플리케이션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로 꼽혔다. 응답자의 19.5%가 비바리퍼블리카를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으로 선택했다. 두 번째는 15.4%를 받은 우아한형제들로 나타났다. 이 기업은 음식 배달 앱인 '배달의민족'을 운영하고 있다. 세 번째는 10.7%를 받은 쿠팡, 네 번째는 야놀자(6.7%), 그다음은 마켓컬리(5.4%)였다. '일하는 방식이 궁금한' 업체 1·2위로도 비바리퍼블리카와 우아한형제들이 차례대로 뽑혔다.

창업자들은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서는 자금 확보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무엇이 가장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41.6%가 자금 확보를, 39.6%가 규제 완화를 꼽았다. 규제 축소와 관련해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제도를 정하고 그것 외에 모든 것을 불허하는 '제한적 법령'보다는 기본적인 규정을 만들어 생태계가 자연적으로 순환할 수 있는 오픈형 제도를 스타트업에 시도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세계 100대 스타트업들이 하는 서비스 중 우리나라에서 규제 때문에 못한다는 글을 봤다"고 말했다.

◆ 스타트업 재직자

스타트업 재직자의 과반수인 54.4%가 회사생활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직자의 답변은 구직 시장에서 스타트업 위치를 보여주는 것으로, 스타트업 위상이 그만큼 올라갔다는 것을 뜻한다. 특히 불만족한다는 답변은 14.4%에 그쳐 '만족'이 '불만족'보다 3배 이상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만족의 주요 근거로는 '합리적인 조직문화' '빠르고 유연한 의사 결정' '빠른 성장으로 인한 성취감' 등이 꼽혔다.

특히 스타트업 재직자의 31.2%는 스타트업 근무를 추천할 정도로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스타트업 재작자의 32.4%가 자신의 직장을 지인에게 추천했다. 추천 이유로는 '업무 유연성' '성취감' 등이 꼽혔다. 자신의 직장을 추천한 한 재직자는 "스타트업은 업무에 유연성이 있고 처리 단계가 빠르다"며 "개인 업무 역량에 따라 인센티브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른 스타트업 재직자는 "내가 제시한 의견이 반영되고 성과가 났을 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불만족한다는 재직자들은 대부분 불확실성을 꼽았다. '낮은 고용성에 대한 불안' '커리어 설계의 불확실성' '이끌어줄 수 있는 사람 부족' 등이 불만족의 주요 이유였다. 한 스타트업 재직자는 "연봉 책정 방식은 좋으나 스타트업 특성상 불안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직자는 "대표이사 및 임직원의 마인드 문제도 있다"며 "직원을 이용하고 버리는 소모품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직을 할 수 있을 경우 대기업으로 가겠다는 사람이 39.6%로 가장 많았다. 스타트업에 불만족하는 응답자의 경우 안정성이 높은 대기업을 원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대기업을 선호하는 이유로는 '안정성'과 '시스템 있는 분위기'가 꼽혔다. 대기업으로 입사를 희망하는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체계가 잡혀 있어 주먹구구식이 아닌 절차에 따라 업무를 진행하는 점이 대기업을 선호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재직자들이 선정한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으로는 비바리퍼블리카가 꼽혔다. 스타트업 창업자들과 같은 답변으로, 비바리퍼블리카가 스타트업 업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만 우아한형제들을 2위로 뽑았던 창업자들과 달리 재직자들은 카카오그룹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했다. 재직자들이 꼽은 고성장 기업 3위는 우아한형제들이었다. 일하는 방식이 가장 궁금한 기업은 카카오그룹으로 나타났다. 이는 체계적인 업무 방식을 선호하는 일부 재직자들 의견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 대기업 재직자·대학 졸업예정자

대기업 재직자 500명에게 설문한 결과 창업을 원하는 응답자가 꾸준히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43%가 창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년 33.6%에 비해 10%포인트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스타트업으로 성공하는 사례가 속속 전해지면서 대기업 재직자들 또한 스타트업 전선에 뛰어드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창업을 고려하는 한 대기업 재직자는 "주변에 창업한 친구들 사례를 접했다"며 "창업이 쉬워 보이지는 않지만 원하는 것을 하려면 창업도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재직자는 "새로운 스타트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정책도 활성화돼 있고 점점 많은 성공사례가 보이는 것 같아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재직자들이 창업을 고려하는 업종으로는 제조업이 18.6%의 응답을 받아 1위였다. 두 번째는 콘텐츠·미디어 16.3%, 세 번째는 이커미스로 8.8%의 응답률을 기록했다. 향후 성장이 유망할 것으로 꼽힌 AI나 머신러닝 분야에서 창업하고 싶다는 대기업 재직자는 3.3%에 불과했다. 제조업이 많은 것은 기존 이 분야에 근무하는 재직자들이 자신이 해왔던 분야에서 창업하려는 것으로 추정된다.

창업에 대한 수요는 높은 반면 스타트업으로 이직하겠다는 대기업 재직자는 48.2%에 불과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에서 나오는 것 자체가 안정성을 버리는 것인 만큼 위험 부담을 더 지더라도 성공의 과실을 많이 챙기고 싶다는 분위기가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고려하겠다는 응답자는 20%였고, '잘 모르겠다'는 응답자가 나머지 31.8%였다.

대기업 재직자들이 뽑은 대표적인 스타트업은 우아한형제들이 1위였다. 두 번째는 쿠팡, 세 번째는 토스였다. 이 문항은 '스타트업을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기업 한 가지를 말하라'는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4·5위가 카카오그룹과 승차공유 서비스 업체 타다로 나타났다.

창업을 원하는 대학 졸업예정자들은 37.5%가 콘텐츠·미디어 분야를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6.7%는 제조업 분야에서 창업하겠다고 답했다. AI와 머신러닝 분야는 1.4%에 불과했는데, 고성장이 예상되는 산업과 창업 수요가 있는 곳의 괴리가 있다는 해석을 내놓을 수 있다. 특히 스타트업 취업을 고려하는 대학 졸업예정자도 32%로 전년 대비 9%포인트 늘었다. 동시에 고려를 안 한다는 부정적 답변도 전년 41%에서 올해 28.5%로 대폭 감소했다. 고용 시장에서도 스타트업 위상이 높아졌다는 신호로 분석된다.

대학 졸업예정자가 스타트업 취업을 원하는 이유는 업무 유연성과 성취감이 꼽혔다. 긍정정 고려 이유의 주요 답변이 '빠르고 유연한 의사 결정 구조' '빠른 성장으로 인한 성취감' '가치 있는 일을 한다는 사명감' 등이었다. 반면 스타트업 취업을 부정적으로 보는 응답자들은 불확실성을 가장 큰 이유로 답했다. '낮은 고용성에 대한 불안' '급여 등 복리후생에 대한 걱정' 등이 주요 이유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스타트업에 대한 대학생들의 인식은 상당히 긍정적인 것으로 답변됐다. 응답자의 36%가 스타트업을 생각하면 '혁신적인' '창의적인'이라는 용어가 떠오른다고 답했다.

[특별취재팀 = 이덕주 기자(팀장) / 신수현 기자 / 안병준 기자 / 최희석 기자 / 박의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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