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매거진] 상하 좌우로 '출렁출렁'…관광객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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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04.18. 오전 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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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 앵커 ▶

조금 전 남해안 해상 케이블카 경쟁으로 인한 우려를 리포트로 보셨는데요.

전국 지자체마다 요즘 유행처럼 번지는 게 또 있습니다.

바로 출렁다리입니다.

상하 좌우로 조금씩 흔들려 스릴과 재미를 준다는 입소문에 관광객이 앞다퉈 몰리고 있다는데 먼저 화면으로 만나보시죠.

◀ 리포트 ▶

기암절벽과 검푸른 강물이 내려다보이는 원주 소금산 자락.

지상 100미터 높이의 암벽 봉우리에 놓인 출렁다리가 보기만 해도 아찔한데요.

지난 1월 개장과 동시에 평일에도 1만 명 넘는 인파가 몰린다고 합니다.

[배보옥]
"시원한 게 좋아요. 그리고 여름에 오면 저 밑에서 물놀이도 하고 그래서 더 멋있을 것 같아요."

[윤태형]
"풍경 보면서 좋았고 무섭지는 않았어요. 친구들은 고소공포증 있는 애들이 많아서 오면 무서워할 것 같아요."

주변 상가들도 매출이 크게 늘었다는데요.

[성민규]
"한여름에 바쁜 거는 바쁜 것도 아닐 정도로 주말 같은 경우에는 정말 많이 바빠요."

덕분에 한 해 20만 명 정도가 찾던 원주 소금산은 이제 관광객 3백만 명 이상을 바라볼 정도로 출렁다리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습니다.

◀ 앵커 ▶

출렁다리가 이렇게 말 그대로 대박이 나면서 다른 지자체들도 앞다퉈 뛰어들고 있습니다.

너도나도 우리 다리가 제일 길다, 제일 절경이다,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요.

지자체마다 지었거나 지을 예정인 출렁다리만 전국에 50여 개에 이릅니다.

화면으로 만나보시죠.

◀ 리포트 ▶

탁 트인 호수 사이로 출렁다리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경기도 파주시에만 벌써 두 번째 등장한 출렁다리입니다.

2년 전 개장한 감악산 출렁다리가 1년여 만에 관광객 1백만 명을 끌어모으자 40분 거리에 국내 최장인 220미터짜리 출렁다리를 또 하나 만든 겁니다.

[신한아]
"생각보다 다리도 굉장히 길고 바람이 많이 불어서 사람도 많고 하다 보니까 좀 무섭고"

국내 담수호 가운데 가장 크다는 충남 예산의 예당호.

1백13억 원을 들여 오는 11월 개장을 목표로 출렁다리 공사가 한창입니다.

[장정훈/예산군청 팀장]
"지금 예당 관광지는 기존 20만 정도 오는데 200% 정도 (늘어날 걸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길이 4백2미터로 완공되면 파주 마장호수 출렁다리의 국내 최장 기록을 앞서게 됩니다.

그런데 이 기록도 완공 1년 뒤인 내년 11월이면 또 깨질 전망인데요.

이곳에서 1시간 남짓 거리의 논산 탑정호에 이번엔 6백 미터짜리 출렁다리가 들어서기 때문입니다.

지자체들은 출렁다리가 관광객을 끌어모아 지역 명성을 높이고 경기를 살리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거라고 기대하지만, 너도나도 출렁다리 건설에 나서면서 이미 희소성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

전국의 출렁다리 가운데 비교적 앞선 2009년 문을 연 충남 천장호 출렁다리는 2014년 한 해 1백만 명이 찾은 이후 지난해 60만 명대로 해마다 입장객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상인]
"처음에 생기고 1년 손님 있다가 손님 팍 끊겼어요. 놀이기구가 있다든지 이런 게 있어야 되는데 그걸 만들겠다고 지금 막…이번이 선거철이잖아요. 서로 머리를 짜내는 거에요."

◀ 앵커 ▶

지금 보시는 건 지난 12일 시작된 원주 소금산 출렁다리의 야간 개장 모습인데요.

조명이 켜져 있는데도 아찔해 보이죠.

너도나도 출렁다리 건설에 나서면서 흥행뿐 아니라, 안전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 리포트 ▶

관광버스로 가득 찬 출렁다리 주변 주차장.

지난 주말, 궂은 날씨에도 관광객 수만 명이 몰렸습니다.

등산로는 만원이나 마찬가지.

출렁다리로 가는 길이 평소보다 훨씬 미끄럽다 보니 다들 아슬아슬 걸음을 내딛는 모습이었는데요.

"내려오는 길이 미끄럽다고요. 내려올 때 엄청 미끄러워요."

개장 이후 원주 출렁다리 인근에서 발생한 산악사고는 28건.

대부분 출렁다리를 보고 하산하다 다친 거였습니다.

안전사고뿐만이 아닙니다.

앞다퉈 설치하고 있지만 정작 설치 기준은 제대로 없는데요.

출렁다리는 교량과 비슷한 규모와 형식을 갖췄지만, 인도교 등과 달리 도로법 적용을 받지 않고 이렇다 보니 재난안전관리 기본법 대상에서도 제외돼 있습니다.

지자체들은 1천 명 넘는 성인이 한꺼번에 건너도, 초속 30미터가 넘는 강풍에도 견디도록 설계돼 있다고 하지만 출렁다리 특성상 한꺼번에 몰리는 인파와 사고 가능성을 감안하면 제도는 허술하기 짝이 없습니다.

[관광지 관리사무소 관계자]
"경찰도 두어 명 배치해주고 많을 때…주말이니까…보건소까지 와서 봐달라고 해도 협조를 안 해주는데…"

◀ 앵커 ▶

레일바이크, 스카이워크, 케이블카까지 어디 한 곳 떴다 하면 우후죽순 따라 생겨나는 게 많습니다.

하지만 안전 관리 소홀히 했다가 지역 이미지에 먹칠할 수도, 또 계산 없이 뛰어들었다가 예산 낭비하는 흉물이 될 수도 있다는 점,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투데이 매거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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