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카카오게임즈…하반기 'IPO 큰장' 선다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은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였다. 신규 상장 기업은 2016년 이후 최저인 아홉 곳(스팩 제외)에 불과했다. 코로나19는 잘나가던 IPO 시장을 얼어붙게 했다. 살얼음판 같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달라졌다. 증시가 급반등하자 상장 청구 기업이 쏟아지고 있다. 바이오 정보기술(IT) 관련주들이 시장에서 재평가받음에 따라 성장주들이 IPO 시기를 앞당기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하반기 ‘IPO 큰장’이 설 것으로 예상된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IPO 주관증권사를 선정한 비상장 기업은 209곳으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과 계약 건수가 같다. 지난해 상장 주관 계약 기업은 539곳으로 사상 최대였다. 1년5개월 동안 새로 상장 준비에 나선 곳은 750개사에 달한다.

증시가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자 기업들은 상장을 서두르고 있다. 대어급인 SK바이오팜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 15곳(스팩 합병 제외)이 상장심사를 청구한 데 이어 이달에도 청구가 몰리고 있다. 청약도 늘고 있다. 이달에만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1조원대 규모의 청약이 진행된다.

한 증권사 임원은 “하반기 IPO 쏠림현상으로 수조원의 공모시장이 열릴 것”이라며 “주식시장을 끌어올린 부동자금이 공모주 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빅히트엔터·크래프톤 등 실적 탄탄한 'IPO 大魚'가 몰려온다
뒤늦게 확 열린 공모주 시장


하반기 신규 기업공개(IPO)가 잇따르면 공모주시장이 저금리로 인해 풍부해진 시중 부동자금을 빨아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주식시장이 코로나19 전 고점을 회복한 만큼 공모주 투자의 안정성이 부각될 것이란 전망이다. 대어급인 SK바이오팜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시작으로 코로나19 이후 재평가받는 바이오, 언택트 등 성장기업들이 상장을 서두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당장 상장이 가능한 비상장기업도 다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하반기 신규상장 쏟아진다

한국거래소에는 지난달부터 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 및 인공지능(AI), 콘텐츠, 바이오기업의 상장 청구가 잇따르고 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다음소프트 아데나소프트웨어 등이 대표적 기업이다. 네이버 카카오 등 인터넷 기업과 씨젠 등 바이오 기업이 재평가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당초 코로나19 여파로 실적이 악화되면 IPO시장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4월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비관적이었다. 하지만 주가가 급반등하고, 국내외 주식시장에서 기술력을 갖춘 성장기업들이 대접받는 분위기가 확연해지면서 상장 수요가 되레 늘고 있다. 거래소 상장심사 담당자는 “재작년부터 기술특례 상장과 성장성 추천, 이익미실현(테슬라 요건) 등 상장 방식이 다변화됐다”며 “기술력이나 성장성을 갖춘 특례 상장기업은 코로나19 실적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아 더 적극적으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부터 조(兆) 단위 공모시장이 열리면서 개미군단의 자금이 대거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 공모물량의 20%는 일반 개인에게 배정된다. 새내기주 시초가는 공모가의 90~200%로 정해지는 만큼 손실 위험 대비 투자 매력은 높다.

IPO 주관 계약을 맺고 상장을 준비하는 곳은 2000곳이 넘는다. 당장 상장을 청구할 수 있는 자격요건을 갖춘 기업만도 50곳 안팎이다. 이들은 각자 시장 상황에 맞춰 IPO 시기를 재고 있다. 카카오페이지 카카오뱅크(한국카카오은행) 카카오게임즈 등 카카오 계열사를 비롯해 왓챠 에이치케이이노엔(옛 CJ헬스케어) 티맥스소프트 등 대어급이 수두룩하다.

게임·패션·환경 대어급 수두룩

실적이 탄탄한 잠재 IPO 후보군은 셀 수 없이 많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닥 상장 순이익 요건인 20억원(일반기업 기준) 이상을 거둔 장외기업은 6361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벤처기업 출신 유니콘들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높다. 1인칭사격(FPS) 게임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국내 게임사 크래프톤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2018년보다 20% 늘어난 3593억원에 달했다. 크래프톤은 올해 주관사를 선정하고 상장 속도를 낼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넥슨 계열 네오플은 지난해에도 영업이익 1조원대를 거두며 90%라는 이익률을 이어갔다. 게임 ‘크로스파이어’로 유명한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도 빼놓을 수 없는 IPO 대어급으로 꼽힌다.

무신사 난다 더네이쳐홀딩스 가나안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 등 패션 및 쇼핑 관련 기업들도 약진했다. 작년 덩치를 두 배 이상 키운 무신사는 올해 매출 1조원을 거둘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브랜드에 대한 라이선스를 보유한 더네이쳐홀딩스의 작년 영업이익은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급성장하고 있는 환경 관련 기업들도 적지 않다. 매연저감장치를 생산하는 크린어스는 작년 매출과 이익 모두 두 배 이상 늘렸다. 산업설비 및 환경오염방지설비를 제작하는 테크윈도 매출과 이익이 각각 50% 안팎 증가했다. 이 회사의 2대주주는 LG화학(20.28%)이다. 지정폐기물 처리업체인 에코시스템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 계열사 중에서도 실적이 빠르게 개선된 비상장 기업들이 적지 않다. 현대차그룹 계열 현대트랜시스 현대케피코, 현대중공업그룹 계열 현대글로벌서비스, 롯데그룹 계열 우리홈쇼핑, 희성그룹 계열 희성촉매 희성피엠텍 등이 대표적이다. 중견 건설사인 우심홀딩스, 대방건설, 중흥건설, 한림건설 등도 급성장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