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 국제화 ‘부릉부릉 시동’…또 하나의 신한류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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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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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수 총감독
한민족 미감 원형 ‘수묵정신’ 살려
글로벌+로컬, 글로컬리즘 구현
코로나 탓 본 전시회는 내년으로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채병록 작가의 '목포 삼대장-홍어'.
지난달 24일 시작돼 23일까지 전남 목포와 진도에서 열리는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2020 특별기획전’에서 ‘특별기획전’이라는 말은 당초에 없었다. 코로나19로 비엔날레가 내년으로 연기되면서 올해 행사는 부득불 프리뷰 형식으로 축소됐고, 군더더기 제목까지 붙어야 했다. 월간미술 편집장을 지낸 이건수(55) 총감독이 이 특별전의 주제를 ‘부릉부릉 수묵시동’이라 이름 붙인 데는 내년의 성공을 다짐하며 완성도를 높이는 계기로 삼겠다는 결기에 다름 아니다.

이건수 총감독

Q : 수묵비엔날레라는 발상이 독특하다.
A : “중국 선전에서 1998년 수묵화비엔날레가 시작됐다. 우리는 2018년 1회 행사를 열었는데, ‘수묵화’가 아니라 ‘수묵’이다. 지필묵이라는 전통적 재료나 수묵산수를 중심으로 하는 고답적 계승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재료의 한계를 극복하고 ‘수묵정신’을 담은 모든 현대미술을 수용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Q : ‘수묵정신’이 무엇인가.
A : “서구 미술사의 전개과정과 다른 역사적·사상적 배경과 유래를 지닌, 우리 미술 고유의 정체성과 창의성이다.”


Q : 우리들의 현재적 삶에 ‘수묵정신’이 남아있다고 보나.
A :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붓과 종이 문화가 여전히 삶 속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붓과 펜이 다양하고, 편지지와 엽서와 초대장이 널리 유통된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일상복에 전통 미감과 디자인 정신을 담고, 그릇에는 서양 요리와 다른 철학을 세팅하고, 가구나 집안에는 여백의 미학을 담는다면 어떨까. 전통 수묵에서 느껴지는 고유한 뉘앙스를 보편화된 구조 속에 녹여내는 것을 성공할 때, 우리 수묵의 국제화, 대중화, 브랜드화는 가능해질 것이라고 본다.”

조재만 작가의 '색의 감정'. [사진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Q : ‘수묵정신’이 담긴 작품을 꼽으라면.
A : “수화 김환기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다. 이 작품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수묵정신이 담긴 대표작이다. 고유한 미학적 전통의 장구한 흐름 속에서 축적된 질감과 감성이 그 속에 있다.”


Q : 총감독으로서 어떤 전략을 세웠나.
A : “비엔날레는 보통 시대·예술·지역이라는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전통성과 현대성, 전문성과 대중성, 국제성과 지역성이 교차되는 지점에 비엔날레의 위상이 구축된다. 나는 전통의 가치를 되살리는 현대성, 전문성의 차원을 넘어선 보편적인 예술언어, 글로벌리즘과 로컬리즘을 동시에 획득하는 글로컬리즘을 구현하고 싶다.”

문장현 작가의 '방언문자도'. [사진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Q : 행사는 목포 근대역사문화거리와 진도 운림산방 일원에서 열리고 있다.
A : “우선 세종소주방·동아약국·박석규미술관·빈집전·목포역사알리미샘터 등 목포 원도심의 근대건물 5곳이 주요 무대다. 박석규미술관에 걸린 조덕현 작가의 ‘난영(蘭影), 난과 그림자’는 ‘목포의 눈물’을 불렀던 가수 이난영을 서사의 주제로 삼아 무엇이 실체이고 무엇이 그림자인지 묻는 작품이다. 강형구 작가가 비단에 면봉으로 그린 ‘공재 윤두서 자화상’도 처음 대중에 공개하는 것이다.”

문장현 작가의 '방언문자도'. [사진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Q : 코로나시대에 지역색을 오히려 강조하겠다고 했다.
A : “이동이 어려운 시대, 로컬리즘이 부각될 것이기 때문이다. 세종소주방에서 볼 수 있는 채병록 작가의 ‘목포 삼대장’은 목포의 상징인 홍어·민어·세발낙지를 작가의 초서 글씨를 기반으로 하는 그래픽 어서(魚書)로 표현했다. 또 전라도 방언인 ‘~랑께’ ‘~쏘잉’ ‘~당께’ ‘~라잉’ 등 종결어미를 활용한 채병록 작가의 한글 문자도(文字圖) 역시 흥미롭다.”


Q : 콘서트와 패션쇼도 있다.
A : “미술은 미술만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필히 음악과 연결되고 패션으로 이어진다. 문화는 서로 연결돼 있다. 전세계적 한류 열풍이 어느 한 분야에서만 일어난 일인가. 패션과 음악과 영화가 다 서로 받쳐주는 덕분에 가능한 것이다. 수묵비엔날레가 수묵의 국제화, 수묵의 대중화, 수묵의 브랜드화를 통해 또 하나의 신한류를 시작하는 출발점이 되었으면 좋겠다.”


Q : 내년 비엔날레의 주제는 무엇인가.
A : “올해 하려고 했던 것이기도 한데, ‘오채찬란 모노크롬’이다. 검정 먹색 속에 모든 색채가 다 들어있다는 뜻으로, 수묵의 완전성과 다양성을 뜻하는 말이다. 전세계에서 200명이 넘는 작가들이 들어온다. 내년 9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목포문화예술회관과 진도 운림산방 일원에서 개최된다.”

정형모 전문기자/중앙컬처앤라이프스타일랩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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