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는 떠났지만'…프랑스 교사들 "표현 자유 계속 가르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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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10.18. 오후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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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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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등교사노조, 카스텍스 총리 만나…"비판 정신 독려하겠다"

16일(현지시간) '프랑스 교사 참수 사건' 발생한 중학교에 붙은 추모글들
[AF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프랑스 교사들이 최근 수도 파리 근교에서 발생한 중학교 교사 참수 사건에 굴하지 않고 언론의 자유를 계속 가르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프랑스 중등교사노조는 17일(현지시간) 장 카스텍스 총리와 장-미셸 블랑케 교육장관을 만나기에 앞서 "많은 교사가 슬픔에 빠져있지만, 위축되지 않겠다"면서이같이 밝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중등교사노조 위원장인 장-르미 지라르는 "21세기에, 그것도 거리 한복판에서 가르치는 사람이 가르쳤다는 이유로 참수당했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

지라르 위원장은 "우리 교사들은 표현의 자유를 계속 가르칠 것이며, 다루기 힘든 주제라고 해서 피하지 않고 학생들의 비판 정신을 독려하고 누구에게나 반대할 권리가 있음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교사 참수 사건은 전날 오후 5시께 파리에서 북서쪽으로 약 30㎞ 떨어진 이블린주 콩플랑 생토노린 학교 인근에서 발생했다.

살해된 중학교 역사·지리 교사 사뮤엘 프티(47)는 지난 5일 표현의 자유를 주제로 수업을 진행하면서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가 이슬람교 창시자인 선지자 무함마드를 풍자해 그린 만평을 보여줬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티는 이 만평이 이슬람교도 학생들에게 모욕감을 줄 수도 있음을 고려해 학생들에게 수업을 듣지 않아도 된다고 일러두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프티를 해고하라는 불만에 찬 요구가 학교에 접수됐다.

한 학부모는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려 프티를 '폭력배'와 '가르칠 게 아니라 배워야 할 사람'이라며 징계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 학부모는 프티를 고소했고, 프티는 명예훼손 소송으로 맞대응했다.

이후에도 학교에 협박 전화가 수차례 걸려왔고, 위협을 느낀 프티는 평소 지나다니던 숲길이 아닌 주택가 쪽으로만 퇴근했다.

이번 참수 사건의 용의자는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체첸 출신의 18세 청년으로 알려졌다.

프랑스대테러검찰청(PNAT) 장 프랑수아 리카르 검사는 이날 범행이 계획된 것인지, 공범이 있는지 등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리카르 검사는 "수업을 이유로 살해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반하는 범죄"라면서 "프랑스인들이 직면하고 있는 테러의 심각성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전날 프티의 죽음에 "전형적인 이슬람 테러리스트의 공격"이라면서 프랑스 전체가 테러에 맞서 연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프랑스무슬림평의회(CFCM) 소속인 압달라 제크리도 "샤를리 에브도 만평을 구실로 끔찍하고도 무서운 범죄가 이슬람교의 이름으로 자행됐다"면서 "이는 프랑스 전체가 비난할만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나도 교사다'(#JeSuisProf)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프티의 죽음을 추모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17일(현지시간) '프랑스 교사 참수 사건' 용의자 규탄하러 나온 시민의 모습. 사건의 발단이 된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를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honk02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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