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전략 수립 돕는 분자진단 활성화…디지털 병리, 빅데이터화로 미래의료 앞장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올해로 창립 73주년을 맞은 대한병리학회(이사장 장세진)는 1946년 조선병리학회라는 명칭으로 창립돼 현재 약 1200명 회원들이 활동하는 학술단체다. ‘건강과 미래의학의 중심’이라는 비전 아래 학술활동을 포함해 맞춤의료 도입 및 질병 정복을 위해 보험 정책, 전공의 수련교육, 정도관리 및 국제협력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확한 진단을 통해 환자 진료와 치료에 기여해온 병리학은 의료현장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조용히 혁신을 거듭해왔다. 최근에는 질병 유무 확인을 넘어 치료전략 수립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주며, 맞춤의료 실현을 위해 개개인이 적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동반진단을 포함, 분자진단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동반진단(Companion Diagnostics, CDx) 검사법은 특정 치료제를 투여하기 전, 치료제에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환자군을 식별하고, 환자가 적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이는 불필요한 치료 혹은 비효율적인 치료를 줄이고, 이에 따른 이상반응 및 치료비용 부담을 경감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나아가 학회는 병리학에 IT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병리’ 기술을 통해 보건의료 분야의 빅데이터화와 미래의료로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병리검사 정보와 결과를 이미지로 변환하고 디지털, 데이터화 하는 ‘디지털 병리’는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통해 데이터를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 및 해석할 수 있게 해,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더욱 정교한 맞춤의료를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대한병리학회 장세진 이사장(사진·서울아산병원) 인터뷰

Q. 코로나19로 인해 학회 본연의 역할인 학술 연구와 교류 부분에 어려움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대책을 세우고 계신지요.

대한병리학회는 분자병리교육 프로그램, 각 세부 전공별 연수교육, 월례 집담회, 봄ž·가을 정기 학술대회, 공통역량교육 등 다양한 학술교류와 교육프로그램을 대면 방식으로 계획하고 진행해왔다. 그러나 올해 초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 한 차례 연기했고, 상당기간 해결될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해 7월부터 비대면 학술교류 및 교육으로 변경해 시행했다.

예상 외로 회원들의 호응도가 높았고, 실제 온라인을 개최한 봄학술대회 등록 인원은 병리학회 총 회원 수 보다 많아서 프로그램을 잘 만든다면 다른 의료계 또는 과학계 인사의 참여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학술대회 후 자체평가 결과도 좋다고 판단해 앞으로 진행될 학술활동은 코로나와 상관없이 비대면 학술활동의 장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대면 및 비대면 융합 방식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예를 들면 해외 유명학자의 기조 강연은 비대면 방식으로 할 경우 경비도 절감되며 더 많은 회원들이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측면도 있다.

Q.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어떤 주제에 대해 다뤘는지 궁금하다.

암 정밀의료를 위한 병리진단을 주제로 하여 오전에는 고령화와 함께 발생빈도가 증가하고 있는 전립선암의 병리진단에 대해 다뤘고, 오후에는 정밀진단의 표적 유전자 진단, 액체 생검을 이용한 암유전자 정밀진단, 분자진단의 기본 방법 및 최신 기법, 임상 암유전체 진단 등에 대해 다뤘다. 체외진단 의료기기의 허가심사과정에 대해 식약처 전문가 초청강연도 진행했다.

Q. 현재 병리 검사를 위해 진행되고 있는 국가적 제도가 잘 유지되고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확한 진단을 통해 환자 진료에 기여해온 병리학은 현대의 근거 중심 의학의 핵심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암 환자의 경우 진단 및 치료 방향 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주며 환자들이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맞춤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데까지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병리 검사는 육안검사부터 슬라이드 제작, 판독 및 결과입력까지 전 과정이 병리사 및 병리 전문의가 직접 수행하는 의료행위로 기계, 장비 보다는 사람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따라서 장기간 교육을 통한 우수한 인력의 지속적 공급체계를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최근 전공의 수는 4년차 31명, 3년차 22명, 2년차 21명, 1년차 15명으로 급격히 줄어들어서 걱정을 하고 있다. 대게는 업무강도에 비해 수가가 낮게 책정돼 있어 업무강도는 디지털화를 통해 줄이고 수가는 적정 수준까지 올리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항암치료제가 표적항암제를 지나 면역항암제로 이동했는데, 진단도 이와 발맞춘 변화가 있는지 궁금하다.

대한병리학회 2020 온라인 춘계학술대회 모습

병리진단이 암의 조직학적 유형 진단에 더해 암의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 여러 정보를 포함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직진단 결과보고서만 해도 수술 검체의 경우 몇 페이지를 차지하게 됐다.

또한 표적항암제나 면역항암제를 쓸 수 있을 지 판단하는 바이오마커를 분자진단 또는 면역조직화학염색 방법을 통해 검사하는 동반진단 검사 또는 동반보조진단 검사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 면역항암제 치료를 위한 동반진단 검사는 폐암에서 시작해서 담관암, 두경부암, 비뇨기암 등으로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다.

Q. 동반진단이 맞춤의료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구체적인 사례가 있다면.

과거의 항암치료는 암종에 따라 다소 획일적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특정 치료제에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환자군을 식별해주는 동반진단이 등장한 뒤, 환자의 바이오마커에 따라 더욱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일례로 진행성, 전이성 폐암은 예후가 불량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ALK 유전자 변이가 있을 경우, 알레센자 치료로 과반수가 5년 이상의 장기 생존을 기대할 수 있다. 폐암 진단 후 알레센자의 동반진단 벤타나 ALK(D5F3) 검사법을 통해 ALK 변이를 빠르고 정확하게 확인하는 것이 생존기간 연장의 핵심이 되는 것이다.

또한 유방암 가운데 ‘삼중음성 유방암’은 기존 표적치료제가 작용하는 수용체가 모두 음성이기 때문에 오래된 화학항암요법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면역항암제 티쎈트릭의 동반진단인 ‘벤타나 PD-L1(SP142)’ 검사 결과, PD-L1 양성으로 확인되면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을 새로운 치료옵션으로 고려할 수 있다.

Q. 이사장으로 향후 학회의 주요 비전과 사업을 소개해주시길 바란다.

병리학회에서는 작년부터 추진해온 디지털 병리 사업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자 한다. 영상의학과가 필름을 사용하는 시대에서 디지털화된 PACS 시대로 전환된 지 오래다. 병리의 디지털화는 영상에 비해 기술적으로 매우 어려워서 아직 시작 단계다. 사실 의료에서 디지털화 되지 않은 유일한 분야가 아닐까 한다.

영상의학이 PACS 도입시에 보험급여를 통해 빠르게 국가적으로 도입됐듯이 병리 디지털화도 보험급여를 통해 국가적으로 빠르게 보급되기를 희망한다. 최근의 국가적 그린뉴딜 정책에 의료 디지털화도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다.

병리 디지털화의 필요성을 환자안전 측면, 병리 부수 업무 감소 측면, 국가 빅데이터 확보 측면, AI기반 진단기술 개발 측면에서 매우 절실한 과제임을 홍보할 계획으로 병리 디지털화 TFT를 구성해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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