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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백신 접종 피곤할땐 피하세요

입력 : 
2009-10-16 15: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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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명 사망으로 불안감 증폭…접종스트레스가 주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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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독감백신 예방접종 이후 사망사고가 잇따르면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울산 등 일부 지역 보건소는 백신 접종을 중단했고 노인층을 중심으로 접종 기피 현상이 확산되는 추세다. 이달 초 독감백신 접종이 시작된 후 지금까지 모두 5명이 사망했다. 2명은 중태다.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례는 예년에도 있었다. 2005년엔 6명, 지난해에는 3명이 예방백신을 접종한 직후에 숨졌다. 이 중 백신 접종과 사망 사이에 인과성이 밝혀진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올해 역시 백신이 직접 사망 원인으로 작용한 사례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 사망 또는 중태환자 7명 중 50대 사망자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 6명은 모두 70대 이상 고령이었다. 대부분 고혈압, 뇌경색, 심장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었고 이것이 직접적인 사망 원인으로 밝혀졌다.

그렇다고 해도 접종이 시작된 지 불과 열흘 남짓한 기간에 5명이 잇달아 숨진 것은 예년에 비해 지나치다는 느낌이 있다. 직접 사망 원인까지는 아니더라도 백신 접종이 노인 몸상태를 악화시켜 사망에 이르게 하는 단초 구실을 한 것은 아닐까. 실제 백신을 접종하고 난 후에는 젊은 사람 중에서도 미열 등 몸살 증세를 보이는 사례가 적지 않다.

백신 접종 후 가벼운 몸살 증세를 보이는 것은 백신에 포함된 항원이 우리 몸 면역체계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 몸은 독감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획득하게 된다.

박승철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그러나 "미열 등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이 정도 미미한 자극으로 사람이 죽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과거 백신 제조 기술이 불완전했을 때는 백신에 불순물이 다량 섞여 있어 백신 접종이 독감보다 더 심한 몸살 증세를 유발하기도 했지만 요즘 백신은 해당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건강 상태가 매우 취약한 노약자라면 작은 자극도 문제가 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박 교수는 "사람의 죽음과 관련된 최초 자극을 문제 삼는다면 수천 가지도 더 될 것"이라며 "그런 자극은 백신이 아니라 길을 걸어가다가도 받을 수 있는 것이므로 의학적으로는 무의미한 가정"이라고 답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위험한 것은 백신 자체라기보다는 접종 과정에서 받게 되는 이런저런 스트레스다.

박 교수는 "주사 맞는 것 자체가 굉장한 스트레스다. 심근경색 환자 등 만성질환자는 이런 스트레스가 자칫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특히 몸이 지친 상태에서 주사를 맞는 것은 컨디션의 급격한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올해 발생한 사망사고 5건 역시 쌀쌀해진 날씨에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과정에서 입은 스트레스가 주범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신종 플루에 대한 불안감으로 65세 이상 고령자 접종이 평년보다 배 이상 늘어났고 접종 희망자가 보건소에 몰리면서 대기시간도 늘어났다.

따라서 위험을 줄이려면 주사에 대한 육체적ㆍ정신적 안정을 충분히 확보한 상태에서 접종을 하되 접종 후에는 충분히 쉬어야 한다. 보건소에 갈 때도 무작정 가서 줄을 설 것이 아니라 사전에 전화로 접종 가능 시간을 파악한 뒤 기다리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문가들은 백신에 대한 근거 없는 불안이 접종 기피 현상으로 이어지면 국민 건강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박승철 교수는 "면역력이 떨어진 항암 치료 환자, 골수 등 장기이식 환자는 독감이 치명적 위협이 될 수 있다. 백신 접종에 따르는 위험보다는 편익이 압도적으로 크므로 반드시 접종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원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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