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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안성기 "연기 50년 이젠 중년의 사랑에 도전하고파"

입력 : 
2008-03-04 16:38:20
수정 : 
2008-03-05 08: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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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뉴 파트너`서 아날로그 형사역 안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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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 배우라는 부담감보다는 책임감을 느껴요. 50년 넘게 연기하다 보니 안 해본 역할이 없을 정도입니다. 꾸준히 연기하려면 체력이 가장 중요하죠." 그에게선 스타가 아닌 '사람 냄새'가 난다. 51년 동안 우리를 웃기고 울렸다. '국민배우'라는 호칭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인간미 넘치는 배우 안성기(57). 그는 배우들의 꿈이라는 '흥행 배우'와 '연기파 배우'라는 칭호 모두 거머쥔 한국 영화계의 독보적 인물이다.

2006년에도 스타가수의 매니저 역을 맛깔스럽게 해내 "역시 안성기"라는 평가를 받은 영화 '라디오스타'에 이어 지난해 700만명 관객을 동원한 '화려한 휴가'가 연이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그의 '배우 DNA'는 올해도 여전하다. 6일 개봉하는 영화 '마이 뉴 파트너'에서 조한선과 짝을 맞춰 형사 부자(父子)로 주연배우를 맡은 것. 게다가 한국형 블록버스터 '신기전'에서는 세종대왕을 맡아 특별출연한다.

3일 만난 안성기는 "'화려한 휴가'에선 이요원 씨가 딸로 나왔지만 이렇게 큰 아들(조한선)과 버디무비(콤비영화)로 나오는 것은 처음"이라면서 "'마이 뉴 파트너'에서 내가 맡은 역할은 30년 넘게 경찰생활을 하면서 비리 경찰로서 사생활도 문란하고 아들과는 원수처럼 지낸다. 캐릭터도 조한선과 정반대여서 육감수사로 일관하는데 여기서 벌어지는 재미와 사실적 액션, 긴장감 등이 잘 어우러져 상업영화로서 코드를 잘 따른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 콤비 영화로 닮은꼴인 지난 93년 '투캅스'와 비교하면 안성기 파트너가 박중훈 대신 조한선으로 바뀐 셈이다.

안씨는 "영화 속에서 과격한 액션은 주로 조한선이 맡고 나는 나이에 맞게 쉽게 지치는 캐릭터"라고 너스레를 떨면서 "특히 재미 있는 부분은 용의자 강아지를 취조(?)해 집을 찾아가는 장면인데 하도 겁을 줬더니 원래 출연하기로 했던 강아지가 겁을 먹어 촬영을 못하고 다른 강아지가 연기를 했는데 표정이 압권"이라며 호탕하게 웃는다.

중년의 얼굴은 자신이 스스로 만든 것이란 말이 있다. 그의 얼굴에 조화롭게 자리잡은 주름살은 배우 안성기를 잘 나타낸다. 그는 "좋을 때도 웃고 민망할 때도 웃는다. 주로 웃어서 생긴 주름이지만 영화에서 감정이입하느라 생기기도 했다. 단순히 웃어서 생긴 주름은 아니다"라며 '안성기표' 미소를 선보인다.

그가 이번에는 쑥스럽게 웃는다. 바로 '멜로영화'에 대한 질문 때문이다. 반세기 연기경력 중에서 안 해본 역할이 없을 정도지만 유독 멜로영화와는 인연이 없었던 것. 안씨는 "(멜로영화 속 주인공도)가능하다고 본다"며 "우리 영화계에서 잘 안 다뤄지고 있는 중년의 사랑 연기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전했다.

배우 안성기는 1957년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에서 아역으로 데뷔한 이래 고등학교와 군 복무 시절을 제외한 한평생을 스크린 속에서 살고 있다. 배우 폴 뉴먼(83)이 지난해 50년 연기인생을 끝으로 은퇴한 것과 달리 안씨는 워낙 일찍 영화계에 입문한 탓에 앞으로 20년은 너끈할 것 같다. 이런 예상은 그의 체질화된 체력관리 때문이다.

그는 "일주일에 서네 번 1시간30분씩 꾸준히 운동하고 있다"며 "극한 상황에서도 연기를 해야 하는 배우에게 체력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140여 편 영화와 함께한 그의 마라톤 영화 인생에서 기억에 남는 영화는 뭘까. 안씨는 "80년도 '바람 불어 좋은 날'은 배우로서 인정받았고 이장호 감독을 만난 의미 있는 작품"이라며 "임권택 감독과 만난 '만다라', 배창호 감독의 '고래사냥', 내 전공(베트남어) 때문에 정지영 감독을 졸라서 만든 영화 '하얀전쟁' 등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털어놨다.

영화인으로서 한국영화에 대한 걱정도 숨기지 않았다. 안씨는 "비디오ㆍDVD 등 영화 2차시장이 사라지면서 한국 영화계가 위기를 겪고 있다"고 인정하면서 "영화 콘텐츠 보호나 관람료 현실화 등 소비자 처지에서 당장 불편한 사항도 한국영화에 대한 투자로 생각하고 논의해 봤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문일호 기자 / 사진 =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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