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안성기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안성기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국민배우’ 안성기는 자신에게 주어진 숙제를 잘 알고 있었다. 또한 그걸 어떻게든 잘 해결해나가려고 하는 책임감을 보여줬다. 국민배우의 품격은 한 순간에 만들어진 건 아니었다.

안성기는 1957년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에서 아역으로 데뷔한 후 60년이 지난 현재까지 약 130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영상자료원은 한국영화사의 질곡과 함께한 안성기의 데뷔 60주년을 맞아 그의 주요작 27편을 상영한다. 오늘(13일)부터 오는 28일까지 ‘한국영화의 페르소나, 안성기展’을 개최하는 것. 안성기의 영화 활동을 되짚어 볼 수 있는 27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안성기는 13일 오후 서울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린 공동 인터뷰에 참석했다. 이날 안성기는 “영화에 관심이 있거나 나에 대해 검색해본 사람들은 내 나이를 알고 있지만, 젊은 역할을 많이 해서 나를 50대 중반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이 행사를 통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은 것 같다”고 재치있는 멘트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안성기는 먼저 자신에게 의미가 있는 작품으로 1980년대 이장호 감독과 함께 한 ‘바람불어 좋은 날’을 택했다. 그는 “어려운 시대를 살다가 새로운 바람이 일어난 시대였고, 정확하게 그 시대를 관통하는 작품이었다”고 말한 뒤 ‘만다라’, ‘고래사냥’, ‘하얀전쟁’, ‘투갑스’, ‘실미도’, ‘라디오 스타’ 등을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꼽았다. 특히 ‘라디오 스타’를 언급하며 “조그만 영화지만 아직도 내 마음에 남아 있다. 나와 닮은 캐릭터라 애정이 많이 간다”고 말했다.

안성기는 아역배우 할 때를 떠올리며 “어렸을 때는 연기를 몰랐다. 시키는 대로 했다. 당시에는 아역배우를 하는 사람이 전쟁 후라 없었다”면서도 “그래도 끼는 있었는지 시키는 대로 잘했다. 신문 광고에 ‘천재소녀 안성기’라고 언급되기도 했는데, 선전용이었던 것 같다. 나를 집안의 막내 같은 느낌으로 귀여워해주지 않았나 싶다”고 회상했다.

안성기
안성기
데뷔 후 드라마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바람불어 좋은 날’을 찍은 뒤에 일회성으로 수사물 속 범인으로 출연한 적이 있다. 이틀 동안 50분의 촬영분을 만들었다. 영화는 여러 가지 감정을 위해 각도, 조명을 바꾸면서 심리상태를 보완하려고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고 얼굴만 찍혔다”며 “나와는 맞지 않은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영화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 그 재미 때문에 영화를 하는 거다. 요즘에도 잠 잘 시간 없이 드라마 촬영을 한다고 들으면 끔찍하다. 빨리 상황이 좋아졌으면 좋겠다. 영화는 관객들이 직접 예매를 하고 극장을 찾아가야 하는데, 그것에 대한 고마움이 있다. 그래서 나는 영화를 좋아한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한국 영화의 산 증인으로서 많은 후배들의 존경을 받는 이유에 대해서는 “한 눈 팔지 않고 영화에만 매진했다. 영화에 대한 일이라면 앞장서서 열심히 했다”며 “내가 영화를 열심히 할 때가 80년대다. 그 시대가 녹록치 않은 시대였다. 검열도 많았다. 사실 그 당시 영화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이 좋지 않았는데, 영화하는 사람이 존중받고 동경의 대상이 됐으면 좋겠다는 다짐을 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크린 쿼터(축소 철회) 등에 앞장서서 외쳤다. 우리가 표현할 수 있는 매체들을 위해서 사명감을 가지고 임했다. 그런 것에 대해 존중을 해주는 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고래사냥’ 안성기
‘고래사냥’ 안성기
한국영화의 역사로, 바르게 살아야 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은 뒤에는 “영화를 하면서 존중받았으면 좋겠다는 인식으로 출발을 해서 내 자신을 많이 다그쳤다. 자제를 하고, 신경을 많이 쓰고 살았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배우의 이미지를 많이 벗어나려고 했다”며 “생각도 많이 하고 학구적인 면도 있다는 걸 인식하게 하려고 알게 모르게 노력했다. 거기에는 의도적인 것도 있었고 내 스스로의 성격이나 삶도 같이 있어서 그렇게 된 것 같다. 그렇지 않았다면 피곤해서 관뒀을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현재 안성기는 유니세프 친선대사, 신영균 예술문화재단,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 일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는 여전히 “오래 연기하는 걸 꿈꾼다”고 고백했다. 그는 “내 뒤에 하는 배우들이 저 정도까지 하면 할 수 있겠구나, 정년을 늘려주는 것이 내 자신을 위해서나 후배들을 위해서 해야 되지 않나 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더불어 “일본에서 영화를 찍은 적이 있는데 여러 세대가 어우러져 영화를 찍더라.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고 싶다. 그런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내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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