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와병’ 뭔가 석연치 않다읽음

워싱턴·베이징 | 김진호·조운찬특파원

미국의 침묵… 국정원 정보 남발

중병설 단초 제공 익명의 관계자도 주목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지난 9일 AP통신 등 외신을 통해 처음 제기된 이후 4일째 갖가지 정보와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각국 정부의 대응과 정보의 정확성 등에 몇가지 석연치 않은 대목이 드러나고 있다. 우선 한국 정부가 뇌졸중을 확신하고 있는 것과 달리 미국 정부는 여전히 사실 여부를 밝히지 않은 채 침묵하고 있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을 초기에 집중 부각한 미국 언론의 보도 내용이 한국 당국으로부터 흘러간 첩보에 근거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까지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국가정보원도 김 위원장의 신상에 관한 극도로 민감한 정보를 지나칠 정도로 상세하게 공개하고 있다.

◇미국은 왜 침묵하나

미국 정부와 정보 당국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상하리만치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백악관과 국무부 대변인을 비롯한 정부의 공식 창구들은 철저히 “첩보의 영역이어서 확인해 줄 내용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정보기관들도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해 미측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것이 정보를 다루는 원칙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지만 자체적으로 확증을 얻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방 정보관계자’는 누구인가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은 AP통신 등 외신이 익명의 ‘미 정보관계자’ 또는 ‘서방 정보관계자’들의 말을 전하면서 처음 제기됐다. 그런데 최근 워싱턴 정보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익명의 정보관계자들이 누구이며 어떤 경로를 통해 정보를 갖게 되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 정부의 공식 반응과 달리 정보 당국자들이 비공식으로 직접 획득한 정보를 흘렸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 정보가 이른바 ‘휴민트(인적 정보)’를 통해 수집한 한국으로부터 건네졌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초 보도 이후 한국의 국가정보원이 계속 후속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관측에 점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경우 정보를 건넨 ‘의도’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 수 있다.

◇국정원의 절제없는 정보 남발

이번 사건에서 가장 특이한 것은 한국 정부와 정치권, 정보 당국자들의 정보 공개다. 김 국정원장의 국회 정보위 보고는 이례적으로 상세했다. 그리고 의원들 또한 민감한 정보를 계속 공개했다. 이철우 한나라당 정보위 간사는 라디오에 출연, 김 위원장이 “부축을 받으면 일어설 수 있는 정도다.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고 생생하게 전했다. 12일에는 “양치질을 할 수 있는 상태”라는 정보도 공개됐다. 정보 수집 능력이나 방법은 최대한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관례 임에도 정부 및 정보 당국의 태도는 의아할 정도로 이런 원칙에서 벗어났다.

지난해 5월 초 김 위원장이 심장 스탠트(혈관확장철망) 삽입수술을 받았을 당시에는 국정원장·청와대 외교안보실장 등 3명이 대통령에게 직보만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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