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병 전 최고실적을 기록한 2013년 당시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모습. (출처: 뉴시스)
와병 전 최고실적을 기록한 2013년 당시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모습. (출처: 뉴시스)

인공호흡기 없이 ‘자가 호흡’

세계 기업으로 우뚝 선 ‘삼성’

이재용 빅딜로 주력사업 집중

와병에 피한 차명계좌·성매매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병상에 누운 지 오는 11일이면 만 6년이 된다. 그간 이 회장이 비운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중심으로 경영 공백을 메꾸며 여러 악재들을 이겨내고 있다.

이 회장은 2014년 5월 10일 밤 이태원동 자택에서 호흡곤란 증세로 쓰러졌다. 이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순천향대학교병원 응급실로 이송됐고 심근경색으로 심장이 멎었다가 심폐소생술(CPR) 실시로 호흡과 심장 박동이 살아났다.

이어 다음 날 새벽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져 막힌 심혈관을 넓혀주는 심장 스텐트 시술을 받았으며 이후 심폐기능을 되찾은 이 회장은 입원 9일 만에 중환자실에서 삼성서울병원 본관 20층 VIP 병실로 옮겨져 현재까지 입원한 상태다.

6일 삼성관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의 병세는 인공호흡기나 특수장비 없이 병상에 누운 상태로 자가 호흡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1215.8% 성장시킨 이건희

이 회장은 1979년 삼성그룹 부회장에 오르면서 이병철 선대 회장으로부터 본격 승계를 대비한 경영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8년 후 1987년 이 회장은 회장직에 취임했다. 당시 삼성그룹의 매출은 17조 4000억원이다. 그가 병상에 눕기 전 해인 2013년 매출은 228조 6900억원으로 무려 1215.8%나 성장시켰다.

현재 삼성전자는 이름을 말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섰다. 인터브랜드사 평가 기준에 따르면 2019년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는 6위로 611억 달러로 최초로 6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삼성전자는 대학생이 취업하고 싶은 기업 1위에 꼽히기도 한다. 삼성전자는 잡코리아가 매년 실시하는 이 조사에서 2004년부터 1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2016년 CJ제일제당이 잠시 1위에 올랐었으나 2017년부터 다시 3년 연속 삼성전자가 1위를 지키고 있다.

병상에 누워있는 이 회장이지만 존재감은 여전하다. 삼성 이건희·이재용 부자가 올해도 개인 배당 순위에서 나란히 1·2위를 기록했다. 이들의 배당총액은 6174억원에 달했다. 가장 배당을 많이 받은 사람은 이 회장이었다. 이 회장의 배당금은 총 4748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 회장은 2009년 이후 11년 연속 배당수익 1위를 유지하고 있다.

2008년부터 2019년까지 삼성전자 실적. (출처: 전자공시시스템) ⓒ천지일보 2020.5.8

◆반도체 호황 누린 삼성전자

이 회장의 와병 후 이 부회장이 맞은 삼성은 사상 최대 실적을 갱신하기도 했다. 이 회장이 쓰러지기 6년 전인 2008년 삼성전자의 실적은 매출 118조 3800억원, 영업이익 5조 7100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매년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갱신했다(2011년 영업이익(16조 2500억원, 전년 대비 -6%) 제외).

이 회장이 쓰러진 2014년도는 스마트폰 실적 악화로 매출 206조 2100억원, 영업이익 25조 3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9.8%, 31.9% 하락했다. 이 회장 와병 직후인 2015년 실적은 매출이 전년 대비 2.6% 소폭 감소한 반면 영업이익은 5.5% 증가해 실적을 개선했다.

이후 2016년부터 2018년까지는 반도체 슈퍼 호황이 이어져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2017년과 2018년은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갱신하는 등 폭발적인 성장을 보여줬다. 지난해에는 반도체 슈퍼 호황이 끝나면서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다. 올해 초부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반도체는 빛났다. 반도체 슈퍼 호황 이후 비교적 저조한 실적을 낸 반도체지만 코로나19로 스마트폰과 가전 사업이 쪼그라든 가운데 2020년 1분기 실적을 견인한 것은 반도체였다. 2020년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5.6%, 3.4% 올랐다.코로나19 확산에 재택근무와 온라인 교육 등이 늘어나면서 서버 수요 증가했고 이는 반도체 수요 확대로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지난 3월 D램 반도체 가격은 전월 대비 2% 올라 2.9달러를 기록했다. 이 같은 효과로 2020년 1분기 반도체 실적은 매출이 전년 동기(52조 3900억원) 대비 5.6%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6조 2300억원)보다 3.5% 올랐다.

하지만 2분기부터는 코로나19 악영향이 본격화되면서 전분기 대비 실적 하락이 예상된다. 하반기에도 높은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5.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5.6

◆변화 속 삼성 총수 된 이재용

이 회장 와병 6년. 삼성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가장 큰 변화로는 공석이 된 삼성의 최고결정권자 자리에 이 부회장이 앉은 것이다. 이 부회장은 이 회장이 쓰러진 이후 그를 대신해 삼성그룹의 주요 의사 결정을 내리는 등 삼성을 이끌어왔다. 이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는 2018년 5월 1일 이 부회장을 삼성그룹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해 공식 총수가 됐다. 공정위가 삼성의 동일인을 변경한 것은 30년 만이다.

변화 속 악재도 있었다. 이 부회장은 2016년 말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려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1년간 구속수감 됐다가 항소심에서 감형돼 석방되기도 했다. 그는 대법원이 항소심에서 일부 무죄를 선고했던 혐의에 대해 유죄 취지로 돌려보내 현재 서울고법에서 파기환송심을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최서원)씨 측에 회삿돈 50억 이상의 뇌물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하나의 변화는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미전실)의 해체다. 삼성은 2017년 2월 28일 경영쇄신안 발표를 통해 컨트롤타워인 미전실의 공식해체를 선언하고 계열사 자율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지난 1959년 창업주 이병철 선대 회장 시절 비서실에서 출발한 미전실은 5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최근에는 삼성그룹의 준법경영을 감시하고 강화하기 위한 외부 독립기구인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생겼다. 이는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준법감시제도를 도입하라는 주문에 출범하게 됐다. 준법위는 최근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고 준법경영 감시역할을 시작했다.

◆이재용 ‘빅딜’ 오간 M&A·매각

지난 6년간 빅딜이 오갔던 삼성의 인수합병(M&A)과 매각 행보도 눈여겨 볼만하다. 삼성은 M&A 등으로 신성장동력 발굴에 힘써왔다.

이 부회장이 최고결정권자가 된 2014년부터 구속 직전까지 2년간 30여건에 달하는 M&A를 단행했다. 매각을 제외한 주요 인수 건수만 2014년부터 2016년까지 12건에 이른다.

2016년에는 미국 럭셔리 가전 브랜드 ‘데이코’, 인공지능(AI) 플랫폼 개발기업 ‘비브랩스’,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조이언트’ 등을 샀다. 같은 해 11월에는 9조원 이상(80억 달러)을 투입해 세계 최대의 음향·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했다.

대표적 합병으로는 2015년 9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다. 이를 통해 그룹 지배구조를 단순화했다. 2014년 말에는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 방산·화학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했다. 2015년에는 삼성SDI의 케미칼사업과 삼성정밀화학 등 화학사업을 롯데에 매각하는 등 비주력사업을 털어내고 핵심 주력 사업에만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 회장의 와병 후 삼성그룹 국내 계열사 수는 확연히 줄었다. 이 회장 와병 전 해인 2013년 12월 기준 73개에서 현재 59개로 줄었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의 ‘실용주의’ 경영기조를 내세워 추진한 변화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같은 기조는 이 회장을 통해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회장은 외환위기 당시 핵심 사업을 제외한 적자사업과 저부가가치, 비핵심사업 등을 정리하는 등 1997년 말 59개였던 계열사를 1년 만에 40개로 줄인 바 있다.

삼성전자의 서초사옥 모습. ⓒ천지일보DB
삼성전자의 서초사옥 모습. ⓒ천지일보DB

◆병상에 누웠지만… 논란의 중심에 서

2008년부터 뜨거운 감자였던 이 회장의 차명계좌는 여전히 뜨겁다. 지난 1월에는 이 회장의 차명계좌를 만들어 80억원대 탈세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삼성 임원에 대해 검찰이 실형을 구형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검찰이 발견한 이 회장의 차명계좌는 1229개로 알려졌다. 다만 이 회장도 양도세 탈세 혐의를 적용해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했지만, 이 회장의 건강상태에 따라 직접 조사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검찰은 기소를 중지했다.

이와 함께 이 회장의 성매매 의혹도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앞서 뉴스타파는 2016년 7월 21일 ‘삼성 이건희 회장 성매매 의혹... 그룹 차원 개입?’이라는 제목의 영상기사를 보도했다. 영상에는 이 회장이 지난 2011년부터 2013년 6월까지 모두 5차례에 걸쳐 서울 강남구 삼성동, 논현동 자택에서 젊은 여성 3~5명에게 성매매 대가로 5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건네주는 광경 등이 담겨 있었다. 뉴스타파는 2017년 4월께 제보자로부터 이 영상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와병으로 이 회장의 공식 입장은 밝히지 못하는 상태지만 당시 삼성 측은 “이건희 회장과 관련해 물의가 빚어지고 있는데 대해 당혹스럽다”며 “이 문제는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회사로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반면 이 회장의 성매매 의혹 동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빌미로 이 회장 측에서 9억 원을 뜯어낸 일당에게 대법원은 징역형의 실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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