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와병 7년째가 되는 오는 9일에도 병상에 누워 생일을 맞게 됐다. 이 회장의 혼수 상태가 길어지는 가운데 삼성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한 모습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과 주요 임원들의 노조와해 혐의 등 사법리스크가 가시지 않고 있어서다. 해마다 12월 초에 임원 인사를 단행해 온 삼성은 지난 국정농단 사태 이후 3년 만에 인사 시기를 늦췄다.

5일 재계와 삼성 등에 따르면 현재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VIP 병실에 입원 중인 이 회장은 건강 상태가 특별히 나빠지지 않고 이전과 같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2014년 5월 서울 이태원동 자택에서 급성 심근경색이 일어나 인근의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으로 옮겨져 심폐소생술을 받았다. 이후 중환자실에서 병원 20층에 있는 VIP 병실로 옮겨져 지금까지 입원 치료를 받는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이 회장은 의식은 없지만, 인공호흡기나 특수 의료장비 없이 자가 호흡을 한다고 전해졌다. 주로 병상에 누워서 지내면서도 자주 휠체어를 태워 복도를 산책시키거나 신체 일부를 일으켜 세워 마사지해주는 등 운동 요법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안팎에선 부인인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을 비롯해 아들 이 부회장과 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가족이 이 회장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병원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삼성 임직원들도 지난 2018년부터는 별다른 행사를 열지 않고 있다. 올해도 회사 차원의 목소리는 내지 않고 지나갈 것으로 읽힌다.

이 회장의 생일과 맞물려 삼성은 각종 법적인 변수에 부닥친 상황이다. 삼성 총수직을 이어받은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뇌물 혐의로 파기환송심을 받고 있는 중이다. 오는 17일 4차 공판을 앞두고 있는 이 부회장은 재판이 장기화됨에 따라 올해 경영 청사진을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와 노조 와해 공작 혐의 등을 둘러싼 재판도 현재진행형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총수와 임원들을 향한 재판이 잇따라 열릴 예정이라 오랜 병환을 겪고 있는 이건희 회장 생일을 요란하게 챙기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사내 인사가 해를 넘겼단 점에서 연초 계획 수립에도 차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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