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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건희 회장 와병 1년] 이재용의 삼성이 드러난 1년
[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건희(73) 삼성그룹 회장이 10일로 입원 1년째를 맞는다. 이 회장의 장기입원으로 경영공백이 길어진 삼성그룹은 그동안 정중동 행보를 보여왔다. 표면적으로 차분한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사업구조 재편과 경영쇄신 작업 등 그룹의 주요 현안을 속전속결했다.

이런 가운데 사실상 그룹 총수 역할을 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리더십도 자리잡았다. 병상에 누운 이 회장을 대신해 경영 전면에 나선 이 부회장은 사업구조 개편과 인수합병 등 굵직한 사안을 매듭지었다. 애플과 마이크소프트(MS)의 수장과 직접 만나 소송합의를 이끌어내고,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 보상 협의 등 숙제도 털어내는 모습이다. 내리막길을 걷던 삼성전자 실적이 반등하는 계기도 마련하면서 재계의 우려도 불식시켰다. 이 부회장의 리더십 아래 삼성의 새로운 윤곽이 서서히 잡혀가는 셈이다. ‘이재용의 삼성’이 수면 위로 드러난 1년이었다. 

▶선택과 집중 새판짜기…늘씬해진 사업구조=지난해 삼성의 사업구조 개편 작업은 숨가빴다. 삼성은 지난해 11월 1조 9000억원을 받고 방위산업과 화학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했다. 삼성이 업종이 같은 계열사를 통째로 매각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최종 결정은 이 부회장이 내렸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이 회장의 부재가 반년 이상 이어진 와중에 대내외경영활동을 총괄한 이 부회장이 그룹의 미래 사업구조개편을 위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얘기다. 방산과 화학을 중심으로 그룹을 성장시키겠다는 한화가 먼저 삼성에 제의한 매각건이긴 하지만, ’잘하는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뜻이 일치했기에 ‘빅딜’이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재계는 이를 통해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서 삼성그룹 방향성의 윤곽을 내비쳤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방산과 화학을 덜어낸 삼성은 군더더기가 없다. 삼성은 다양한 업종의 계열사를 거느린 선단식 체제에서 전자, 금융, 중공업, 건설 등으로 사업 분야가 상대적으로 늘씬해졌다. 삼성은 향후 주력사업을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전자, 삼성생명을 주축으로 한 금융, 삼성중공업을 중심으로 한 중공업 등 세분야로 크게 잡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과 한화간 빅딜은 삼성그룹이 선택과 집중으로 전환한다는 뜻이 담긴 상징적인 사건”이라면서 “이 부회장이 주력사업군에 집중하는 경영방침을 택한 것으로 시사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 체제에서 무색무취하던 이 부회장은 어느새 과감한 행보로 삼성의 미래와 경영철학을 제시하고 있다. 

▶새로운 시험대…새로운 먹거리= 이 부회장 체제가 제대로 안착하기 위해 넘어야할 산은 아직 많다. 반도체와 스마트폰 양대 수익구조를 잇는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하는 것도 큰 숙제다. 중국과 미국에 끼여있는 시장상황을 고려할때 스마트폰 사업의 수익성 회복도 당면과제다. 가까스로 되살아난 실적이 다시 꺾이면 이 부회장의 리더십도 상처받을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이 부회장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미래형 사업‘이다. 삼성그룹이 신수종 사업으로 꼽는 바이오, 헬스케어, 기업간 거래(B2B)등이다.

그간 행보는 왕성했다. 바이오와 의료기기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이 부회장이 지난 1년동안 조 케저 지멘스 회장, 다국적 제약업체 로슈의 세베린 슈반 최고경영자(CEO), 미국 머크의 케네스 프레이저 회장 등을 만났다. 금융분야에서도 세계 최대 전자결제업체 페이팔의 피터 틸 창업자를 비롯해 미국 카드업체와 중국 금융기업의 최고경영진들을 잇따라 만났다.

이 부회장의 움직임에는 삼성의 미래를 책임질 사업을 발굴하고 키워야한다는 고민이 묻어있다. 이회장이 키운 삼성을 유지하는데 그쳐서는 안된다는 중압감도 배어있다. 이 부회장의 행보는 당장 삼성의 주력사업이나 실적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그러나 신수종사업과 연결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 부회장의 활발한 움직임은 이들 분야에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는 해석을 불러왔다. 선대회장 시절부터 투자한 반도체를 이회장이 꽃피운 것 처럼, 이 부회장이 신화를 이어갈 분야를 찾고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부회장의 보폭에 맞춰 삼성전자의 인수합병(M&A)도 잦아졌다. 삼성전자는 작년 5월 이후 8개 해외 기업을 사들였다. 2007년부터 8년여에 걸쳐 인수한 기업은 전부 22곳. 최근 1년새에는 8곳으로 36%가 몰려있다. 거의 한달에 한개 기업 꼴이다. 인수분야는 헬스케어, 의료기기, 모바일프린팅, 디스플레이, 사물인터넷 등으로 다양하다.

/ k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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