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 박지현 "행복하고 감사했던 시간들, 그리움이 클 것 같다"[일문일답]
박지현은 극중 실력있는 금수저 바이올린리스트이자 박은빈과 김민재를 둘러싼 러브라인에 긴장감을 조성했던 이정경 역을 맡았다. 이정경은 실력 있는 바이올리니스트이지만 사라진 천재성의 예시로 언급되는 인물, 박준영의 단짝 친구이지만 오랜 시간 품어온 짝사랑의 감정으로 갈등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박지현은 ‘브람스’에서 스물아홉 경계에 있는 이정경이라는 인물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꿈에 대한 갈등을 현실적이면서도 입체적으로 풀어냈다. 특히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은 아픔과 바이올린 재능마저 멈춰버린 캐릭터의 서사를 섬세한 표현력으로 그려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브람스’ 종영을 맞이해 박지현의 일문일답 인터뷰를 정리했다.
마지막 씬을 끝내는 감독님의 컷 소리와 동시에 눈물이 났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아마 그만큼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작품과 정경이라는 캐릭터에 애정이 많아서였던 거 같다. 그동안 했던 작품들에 비해 비중이 많기도 했지만 오랜 시간 촬영하면서 동료 배우분들, 스태프분들, 그리고 정경이와 함께 한 모든 시간들이 행복하고 소중했나 보다. 물론 돌이켜보면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 ‘내가 이때 이렇게 표현했더라면 정경이를 더 잘 이해하고 납득해 주시지 않았을까’하는. 하지만 그럼에도 아쉬움보다는 그리움이 더 클 거 같다.
Q. 특별히 작품을 위해 준비하거나 연기할 때 중점을 뒀던 부분은?
이정경이라는 캐릭터에 빼놓을 수 없는 게 바이올린이다. 어렸을 때부터 바이올린과 함께 해온 정경이를 표현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연습에 투자했지만, 생각보다 더 어려웠고 서툴렀던 거 같다. 비록 노력한 만큼 바이올린 연기가 쉽지 않아서 속상하긴 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 연기하면서 늘 잊지 않으려 했던 부분이 정경이의 서사였다. 준영이와 함께했던 15년이라는 시간, 현호와 사귀었던 10년의 시간까지. 그 길었던 시간들이 드라마에서는 구체적으로 보여지지 않았지만 정경이의 대사와 행동의 정당성들을 그 시간들에서 찾으려고 했던 거 같다.
Q. 박지현이 바라본 이정경은 어떤 인물이었나?
정경이는 불쌍한 친구다. 어머니의 죽음과 동시에 정신적인 성장이나 재능의 발전이 멈춰버린. 늘 곁에 있을 거라고 믿었던 현호와 준영이에게 상처가 되는 행동들을 하는 이유도 어쩌면 그런 아픔에서 비롯된 거 같다. 그들과의 갈등 속에서 어리고 미성숙한 정경이를 보면 안쓰러웠지만 결국 그런 과정들을 통해 한층 더 성장할 것임을 알기에 묵묵히 그를 응원해 주고 싶다.
Q.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은?
정반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다르다. 외모가 차가워 보여서 그런지 많은 분들이 정경이와 비슷한 성격일 거라고 오해하지만 조금만 같이 있어보면 생각이 달라 지실 거다. 평소에 장난치는 걸 좋아하고 털털한 편이다. 웃음도 많고 어색한 걸 견디지 못해서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 일부러 더 편하게 지내려고 노력한다. 촬영장에서도 동료 배우나 스태프분들께서 ‘정경이는 코미디를 하면 좋겠다’라고 하실 만큼 장난을 많이 쳤는데, 감독님께서 드라마 ‘환상의 커플’ 속 한예슬 선배님이 하셨던 역할을 하면 잘할 거 같다고 하신 게 기억난다. (웃음)
Q. 스물아홉의 이정경은 꽤 아픈 성장통을 겪은 거 같다. 박지현이 그리는 본인의 스물아홉은?
스물아홉이 머나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얼마 남지 않았더라. 나는 어렸을 때부터 얼른 나이가 들고 싶었다. ‘지금의 나보다 더 성숙하고 많은 걸 볼 수 있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 때문에. 하지만 실제로 나이가 들면서 드는 생각은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아마 스물아홉의 박지현도 지금의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조금의 바람이 있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배우였으면 좋겠다.
Q. 박지현에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어떤 작품으로 남을 거 같은가?
앞으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떠올리면 함께 했던 스태프분들, 배우분들과의 좋았던 시간들이 생각날 거 같다. 힘들었던 기억 없이 마냥 행복했던 순간들이었다. 아마 너무 좋은 사람들과 함께여서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인복에 너무나 감사하고, 다른 작품에서도 꼭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
melody@sportsseoul.com
사진 제공|나무엑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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