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고운결 한의원 이종우 원장)
(사진=고운결 한의원 이종우 원장)

며칠 후면 서리가 내린다는 절기인 ‘상강(霜降)’이다. 점점 벌어지는 일교차에 적응하지 못하면, 면역에 비상신호가 오면서 감기가 오거나 알레르기성 질환자들은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알레르기 증상은 보통 비염이나 천식, 피부염이나 두드러기 같은 것만 생각하는데 실제로 그 양상은 매우 다양하다. 피로, 근육통, 관절통, 소변 시 통증과 빈뇨, 머릿속이 뿌옇게 되는 것, 심지어 체중 증가까지 알레르기와 관련이 깊은 증상들이다.

이런 증상 외에도 다양하게 크고 작은 불편감이 발생할 수 있는데, 알레르기와 연관 지어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증상의 심각성이 수시로 변하거나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상황이라면 원인을 파악하는데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면역력 강화에 힘쓰는 것이 좋다. 더불어 중요한 것이 바로 체중 관리, 다이어트다. 알레르기를 강화하는 것이 비만이며, 알레르기가 강화하는 것 역시 비만이다.

두드러기가 올라오거나 피부염이 나타날 때 가려움이 생기는 증상은 일반적으로 누구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가려움은 어디에서 생겨나는 것일까? 이는 백혈구 중 비만세포가 ‘히스타민’이라는 물질을 분비하는 작용을 통해 나타난 면역체계의 경고 신호다. 비만세포는 자기 안에 히스타민이나 헤파린 등을 함유한 과립(화학물질)을 갖고 있다가 우리 몸에 들어온 외부 물질이 해롭다고 판단했을 때 뿜어내는 것이다.

적을 공격하고 방어하는 역할을 맡은 존재로서 비만세포는 피부, 다양한 기관의 결합 조직, 호흡기, 비뇨생식기, 소화기의 점막 상피조직 등 다양한 곳에서 상처 치유, 혈관 형성, 면역 관용, 방어 반응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면역기능을 수행하는 백혈구의 기능이 너무 과민하고 항진되면 몸이나 피부의 여러 장소에서 불편감이 심해지고, 이는 일종의 질환으로 인식되어 버린다. 방어하고자 하는 반응이 지나쳐 오히려 몸을 망가뜨리고 힘들게 하는 것이 바로 알레르기 질환이다.

알레르기 반응이 시작되면 비만세포는 히스타민을 비롯한 여러 화학물질을 생체 조직에 흘려보내 가려움증, 부종, 발진, 재채기 등의 증상을 유발하는데,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사실 중 하나는 비만세포에서 나온 화학물질이 지방 세포의 성장까지 촉진한다는 것이다. 원래 지방 세포에도 수많은 화학물질이 저장되어 있다.

체중이 증가하면 이러한 화학물질이 몸 속을 순환하면서 염증 반응을 자주 일으키게 된다. 반대로 지방 세포에는 항알레르기 효과와 조직 손상을 일으키는 호산구 활성 약화 기능이 있는 아디포넥틴이라는 화학물질도 있다.

그러나 지방 세포가 비대해질수록 아디포넥틴의 양은 줄어든다는 것이 문제다. 알레르기성 염증 반응이 비만에 기여하고, 비만이 알레르기성 염증 반응을 증폭시키는 문제는 면역력이 약화되면서 점점 더 커질 수 있다.

알레르기와 체중 증가가 강력하게 연계되어 있음은 많은 의학 연구에서 이미 입증되어 왔다. 체지방 증가가 천식, 알레르기성 비염, 습진 발생률을 증가시키며, 만성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는 알레르기가 없는 대조군에 비해 과체중일 확률이 2.5배 더 높다는 연구 결과는 다이어트가 비단 미용 목적에서만 시행될 것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실제로 알레르기 증상을 치료하고 재발을 줄이기 위해서는 평소 환경 관리나 면역 관리도 중요하지만 체중 관리도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이어트와 면역 관리를 위해서는 건강한 식습관과 충분한 수면, 금연과 금주, 스트레스 상태 개선이 중요하며 혈류 개선 및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서 정기적으로 가볍게 땀을 흘릴 수 있는 운동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다.

면역의 약화와 알레르기성 질환의 증가, 비만 인구의 증가는 서로를 부추기며 강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에 들어가 있다. 동양의 음양 이론에서 강조되는 '음생음, 양생양(陰生陰 陽生陽)' 사상은 이런 병적 악순환의 고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음은 음을 생하고, 양은 양을 생하는 이치는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것과 같으며, 선이 선을 낳고, 악이 악을 낳는다는 말과 상통한다. 비만과 알레르기, 면역질환, 피부질환은 따로따로 떼어놓고 보면 아무 연관성도 없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한약 치료나 생활 관리, 침 치료, 건강한 식습관 개선 등을 통해 체중이 감소하면서 피부가 좋아지고 알레르기 질환 양상이 동시에 개선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다이어트와 알레르기 질환, 만성 피부염 증상을 통합적으로 개선하는 한의학적 접근 방식의 치료가 각광받고 있는 이유다.

평소 지속적인 약물 오남용이나 스테로이드 제제 사용, 무절제한 식습관, 운동 부족 등에 의해 적정 체중을 초과하여 비만으로 진행되고 있다면 면역성 질환이나 알레르기성 질환, 만성 피부염에 노출될 위험이 커질 수 있으니 반드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도움말 : 고운결 한의원 이종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