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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김택진 vs 송재경 vs 박용현…리니지 주역들 한판 붙는다

이용익 기자
입력 : 
2019-10-03 18:16:00
수정 : 
2019-10-03 20: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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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게임 개발자 출신들
엔씨 리니지2M·넥슨 V4
카카오 달빛조각사 등
모바일 게임 대작 잇단 출시
"내가 진짜 원조" 자존심 대결
사진설명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게임 장르라면 역시 온라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그중에서도 '리니지'는 한국 MMORPG를 대표하는 게임 브랜드로 자리 잡으며 지난 20년 동안 국내 게임시장을 지배해 왔다. 게임을 즐기는 플랫폼이 PC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뀐 오늘날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올 4분기에는 엔씨소프트의 신작 '리니지2M'을 필두로 카카오게임즈의 '달빛조각사', 넥슨 야심작 '브이포(V4)' 등 대형 MMORPG 콘텐츠가 대거 출시되면서 침체된 한국 게임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특히 과거 리니지 시리즈를 개발했던 주역들이 새로 모바일 게임 대작을 비슷한 시기에 출시하면서 운명의 한판 승부를 벌이는 셈이 됐다. 신일숙 작가의 판타지 순정만화 '리니지'를 기반으로 1998년 세상에 나온 리니지 게임 시리즈는 오늘날까지도 한국 게임의 자부심이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최고경영자(CEO) 직함뿐만 아니라 게임개발총괄(CCO·Chief Creative Officer) 직책을 맡아 지금도 게임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리니지의 아버지'라는 호칭을 갖기에 모자람이 없다.

이미 '리니지M'으로 모바일 게임 매출 1위를 2년 이상 지키고 있는 엔씨소프트의 신작 '리니지2M'은 모바일 최고 수준의 4K UHD(Ultra-HD)급 풀(FULL) 3D 그래픽과 여의도 면적 83배에 달하는 원 채널 오픈 월드(One Channel Open World), 모바일 3D MMORPG 최초로 적용된 충돌 처리 기술 등이 구현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출시에 앞서 진행된 사전 예약에서 7시간 만에 100만명, 18시간 만에 200만명, 5일 만에 300만명을 달성할 정도로 이용자들의 관심이 높다. 김 대표는 지난 리니지2M 출시 간담회에 직접 나서 "게임의 한계를 넘어보자는 생각으로 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기술들을 모바일 게임 세계에서 구현해냈다"며 "앞으로 몇 년 동안 리니지2M을 따라올 수 있는 게임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 상태다.

하지만 리니지의 아버지라는 호칭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이 김택진 한 명만은 아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86학번 동기인 김정주 NXC 대표와 함께 1994년 넥슨을 창업하고, 서울대 전자공학과 85학번인 김택진 대표와 엔씨소프트에서 리니지를 만들었던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바람의 나라' '리니지' '아키에이지' 등을 제작하며 한국식 온라인 MMORPG 시대를 연 주인공인 송 대표는 과거 엔씨소프트에서 김 대표의 신뢰를 받으며 리니지 제작을 총괄했지만 정작 리니지가 출시되던 2003년 사업 방향을 두고 이견을 보이며 엔씨소프트를 떠난 바 있다.

경영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김정주 NXC 대표나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달리 개발자 외길 인생을 걸어온 송 대표는 카카오게임즈와 손잡고 처음으로 모바일 MMORPG에 도전한다. 송 대표가 제작에 나섰다는 사실만으로도 관심을 받고 있는 '달빛조각사'는 남희성 작가의 베스트셀러 판타지 웹소설 '달빛조각사'를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총 12년간 누적독자 530만명, 누적조회 3억2000만건, 연재 권수 58권이라는 수치를 기록한 원작을 보유한 이 게임은 오는 9일부터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사전 다운로드가 가능하며 10일 정식 출시가 예정되어 있다.

리니지2M이 기술력을 강조했다면 달빛조각사는 감성적인 측면이 돋보인다. 송 대표는 지난달 25일 열린 달빛조각사 간담회에서 "이제 기술은 평준화되었다"며 "레트로한 감성을 살리겠다"고 밝힌 바 있고, 캐릭터 디자인 역시 클래식한 스타일이다. 일단 원작 IP팬들과 모바일게임 유저층이 유사하고, 경쟁 게임들에 비해 한 달가량 빠르게 출시되는 만큼 선점효과가 기대된다.

'리니지2' 총괄 프로듀서였던 박용현 넷게임즈 대표 역시 '리니지3'를 만들다가 김택진 대표와 갈등을 빚고 엔씨소프트를 떠났다는 점에서 송 대표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 박 대표는 과거 엔씨소프트에서 리니지2 그래픽 수준 개선에 큰 공헌을 한 인물이지만 블루홀(현 크래프톤)로 이직하는 과정에서 리니지3 관련 영업 비밀을 유출했다며 친정 엔씨소프트와 소송까지 갔던 과거가 있다. 이 소송은 대법원이 "영업 기밀은 모두 폐기해야 한다. 손해배상의 책임은 없다"고 판결하며 일단락됐지만 친정에 대한 아쉬움이 없을 수는 없다.

박 대표는 넥슨 자회사인 넷게임즈 대표로 다음달 7일 'V4'를 출시해 리니지2M에 대항할 예정이다. V4는 원작 IP도, 기존 팬들도 없는 신작이지만 기대감이 높다. 엔씨소프트를 떠난 뒤 '테라'와 '히트' 등을 연달아 만들며 대한민국 게임대상까지 수상하고, '언리얼 엔진(3차원 게임 엔진)의 장인'이란 별칭까지 얻은 박 대표가 직접 개발한 만큼 V4는 최첨단 컴퓨터 그래픽과 실사 기법에서 뛰어나다는 평을 듣고 있다. 박 대표는 "약 10년 만에 PC 온라인 게임 시절 주력했던 MMORPG를 모바일 게임으로 선보이려니 감회가 새롭다"며 "많은 게임 장르가 있지만 MMORPG만이 줄 수 있는 경험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2019년 하반기 게임업계는 리니지 적통을 이어받은 리니지2M과 리니지에서 출발한 개발자들의 새 작품인 달빛조각사, V4가 경쟁하는 모양새가 될 전망이다. 한국 게임산업을 초기부터 이끌어온 개발자들의 자존심 대결은 물론이고, 주요 게임사들의 2020년 운명 역시 이 경쟁의 결과에 달렸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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