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창업 경영인인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대표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금융업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게임산업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보기술(IT)을 앞세워 새로운 방식의 금융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미래 고객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주요 공략 대상이다.
금융에 꽂힌 김택진·김정주…타깃은 'MZ세대'

AI로 금융 서비스 차별화

엔씨소프트는 KB증권,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과 함께 ‘인공지능(AI) 간편투자 증권사’를 만들기로 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엔씨소프트와 KB증권이 300억원씩 디셈버앤컴퍼니에 투자해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방식이다. 세 회사는 엔씨소프트의 AI, KB증권의 금융 투자 노하우, 디셈버앤컴퍼니의 로보어드바이저(디지털 자산관리 서비스) 기술을 접목시킨 금융 서비스를 개발하겠다고 설명했다.

IT와 금융업계에서는 신규 합작법인의 핵심 인물로 김택진 대표를 꼽고 있다. 그는 디셈버앤컴퍼니의 지분 61.26%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디셈버앤컴퍼니를 이끌고 있는 정인영 대표는 엔씨소프트 출신이다. 송인성 최고기술책임자(CTO)도 엔씨소프트에서 게임 개발자였다.

김택진 대표는 2013년 “금융도 AI로 접근하면 뭔가 다르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디셈버앤컴퍼니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엔씨소프트에서 로보어드바이저 가능성을 본 정 대표 등이 창업을 주도했다. 법인 설립 이후 디셈버앤컴퍼니가 자체 개발한 투자엔진(알고리즘) ‘아이작’이 좋은 성과를 내자 KDB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 현대증권(현 KB증권) 등도 손을 잡았다. KB증권은 디셈버앤컴퍼니의 기술력을 높게 평가해 이 회사 인수까지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 투자도 게임처럼

김정주 대표는 지난 3월 핀테크(금융기술)업체 아퀴스를 NXC의 자회사로 설립했다. 온라인에서 개인투자자에게 투자 전략 정보 등을 제공하는 금융업체다. 김성민 전 넥슨 인텔리전스랩스 개발실장이 초대 대표를 맡았다. 아퀴스라는 사명은 1990년 중반 넥슨이 미국에 진출할 당시 사무실 근처 도로명에서 따왔다.

김정주 대표의 금융사업은 아퀴스가 처음은 아니다. 그는 2016년 국내 최초 가상화폐 거래소 ‘코빗’을, 2018년엔 유럽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스탬프’를 인수했다. 같은 해 미국 가상화폐 위탁매매업체 ‘타고미’에 투자하기도 했다. 지난 3월에는 버진아일랜드에 조성한 ‘NIS 인드라 펀드’에 1141억원을 투자했다. 이 펀드 지분의 92%에 해당하는 규모다.

디셈버앤컴퍼니와 아퀴스 모두 금융 투자 서비스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이 목표다. 주요 고객은 MZ세대로 겹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젊은 층이 투자 여력이 생기고 관심도 커지기 시작했다”며 “하지만 MZ세대가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투자 서비스는 아직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에서 무료 주식거래 앱인 ‘로빈후드’에 젊은 투자자가 몰린 것도 이들의 눈높이를 맞춘 서비스를 내놨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두 업체가 투자자에게 접근하는 방식은 다르다. 디셈버앤컴퍼니는 그동안 자산가만 이용할 수 있었던 ‘프라이빗 뱅킹(PB)’ 서비스의 문턱을 낮추는 것이 핵심 전략이다. 여기에 AI를 활용한다. 디셈버앤컴퍼니의 직원 상당수가 IT 개발자 출신인 이유다.

아퀴스도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투자 정보를 제공한다. 하지만 ‘게임하듯 투자한다’가 주요 접근 방식이다. 모바일 메신저의 챗봇, 타이쿤 게임(경영 시뮬레이션 게임) 방식 등을 활용해 투자자가 게임하듯 투자에 몰입하도록 도울 예정이다. 김성민 대표는 “빅데이터, 머신러닝 등 다양한 기술을 바탕으로 금융 영역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