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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정공법` 택한 구광모…뉴LG 속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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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회장 LG 최대주주로

故 구본무 회장 지분 상속
㈜ LG지분 8.8% 추가확보
상속세 5년동안 분할 납부

내년 경영전략 수립 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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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부친 고(故) 구본무 회장의 지분 8.8%를 상속받으면서 구 회장은 확고한 그룹 최대주주에 올라서게 됐다. 재계에서는 구 회장의 '뉴LG' 4세 경영이 더욱 속도를 내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전까지 (주)LG의 지분은 △고 구본무 회장 11.28% △구본준 LG 부회장 7.72% △구광모 회장 6.24%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 4.48% △김영식 여사(고 구본무 회장 부인) 4.2%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3.45% 등의 순이었다.

하지만 이번 상속에 따라 △구광모 회장 15% △구본준 부회장 7.72% △ 구본식 부회장 4.48% △김영식 여사 4.2% △구본능 회장 3.45%로 달라졌다. 구광모 회장이 지분 보유 3위에서 단일 최대주주가 됐다.

시장 관심은 역대 최대액으로 보이는 구 회장의 상속세액과 납부 방법이다. 주식 상속세는 고인 사망 전후 2개월간 주가 평균 금액을 기준으로 책정되며 30억원 초과 시 과세율은 50%다. 여기에 최대주주·특수관계인 지분에 대해서는 20% 할증된다. 구본무 회장 타계일인 5월 20일 전후 2개월(3월 20일~7월 20일) 평균주가는 7만8627원이며 할증 20%를 적용할 시 9만4353원이다. 즉 구본무 회장 상속 대상 지분가치는 1조8359억원에 달한다.

구 회장을 포함한 상속인들이 납부해야 할 상속세 규모는 그동안 국내에서 납부된 상속세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인 9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구 회장이 내야 할 상속세는 약 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례 전에 가장 많은 액수의 상속세를 납부한 재계 인사는 신용호 전 교보생명 회장의 유족들로 총 1840억원을 납부했다. 증여까지 포함하면 2006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이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증여받으면서 3500억원 상당의 주식을 현물로 납부했다.

구 회장은 보유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는 주식담보대출과 배당금 등으로 상속세를 충당할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의 지분에 (주)LG의 최근 배당금 수준을 감안하면 연간 340억원 수준의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 구 회장이 보유한 판토스 지분 매각 대금도 상속세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구 회장은 미래에셋대우에 판토스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구 회장은 보유 중인 판토스 지분 매각을 통해 1000억원 안팎의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이 7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상속세를 내는 정공법을 선택해 LG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향후 뉴LG 경영은 더욱 가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구 회장은 LG화학, LG생활건강,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유플러스 순으로 계열사 사업보고를 받고 미래 전략을 구상 중이다. 그는 그동안 외부 행보를 자제하고 현안 파악과 미래 성장동력을 찾는 데 주력했다. 지난 9월 첫 현장 탐방지로 마곡 LG 사이언스파크를 찾아 전장 부품인 레이저 헤드램프나 투명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같은 차세대 제품들을 살펴본 것이 대표적이다.

LG그룹은 사업 보고를 토대로 이달 말 인사 및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본격적인 미래 경영 체제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구본준 부회장이 연말 퇴임을 예고한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정기 임원인사에서 예상보다 큰 폭의 인사가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구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향후 사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사전에 해소하기 위한 조치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구 회장은 그룹 계열사인 서브원의 소모성자재구매(MRO) 사업을 분할하고 외부투자를 유치해 지분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 아직은 수면 아래에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주)LG가 85%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SI업체 LG CNS의 지분을 낮추기 위한 조치에 나설 수도 있다는 전망도 함께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아직 계열분리 문제 등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면서도 "독보적인 최대주주로 올라선 만큼 사업보고회와 임원인사 이후 구 회장이 자기 색깔을 확실히 드러내기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규식 기자 / 이상덕 기자 /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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