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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소

간을 빼주고 용궁에 눌러앉은, 바다의 토끼?

연체동물 복족류에 속하는 군소는 우리나라 전 해역의 얕은 수심에서 사는 바다동물이다. 육지에 사는 껍질이 없는 민달팽이와 비슷하게 생겨 ‘바다 달팽이’라고도 한다. 선조들은 군소를 자주 접하다 보니 이들의 생긴 모양이나 미역등 해조류를 뜯어 먹는 식습성에 유래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전하고 있다.

용궁에 눌러앉아 사는 토끼

아주 오래전 용왕이 큰 병이 들었다. 토끼의 간만이 용왕의 병을 고칠 수 있다는 처방에 따라 충직한 신하 자라가 토끼의 간을 구하기 위해 육지로 떠났다. 감언이설로 토끼를 꼬드긴 자라는 토끼를 용왕 앞에 대령했지만, 토끼는 땅에 간을 두고 왔다는 기지를 발휘하여 다시 땅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른 봄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군소들이 먹이를 찾아 바위 위를 기어가고 있다. 모습이 토끼를 닮았다.

여기까지는 조선시대 고대소설 ‘별주부전’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자라의 집요함으로 용왕에게 간을 빼준 후 용궁에 눌러앉아 사는 토끼가 있다는 이야기들이 어촌마을에 구전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바다에는 토끼를 꼭 빼닮은 군소가 있기 때문이다. 연체동물문 복족강에 속하는 군소의 머리에는 두 쌍의 더듬이가 있다. 이 중 크기가 작은 것은 촉각을, 큰 것은 냄새를 감지하는데, 이 중 한 쌍의 큰 더듬이가 토끼의 귀를 닮았다. 그래서 군소를 두고 일부 어촌 마을에서는 ‘바다토끼’라 부른다. 군소의 영어명이 'Sea hare' 인 것을 보면 영미권에서도 군소의 생김을 토끼로 본 듯하다. 또한 군소는 땅 위에 사는 토끼만큼 다산(多産)의 대표적인 동물이기도 하다. 3~7월 바다 속을 다니다 보면 자웅동체로 암수한몸인 이들이 서로 껴안고 교미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이들은 해조류가 부착된 바위 아래나 틈에 노란색이나 주황색의 국수 면발 같이 생긴 알을 낳는다. 생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군소 한 마리가 한 달에 낳는 알의 수가 1억 개에 이르며, 만약 이 알들이 모두 성장해서 재생산에 나선다면 단 1년 만에 지구 표면은 2미터 두께의 군소로 덮이게 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군소 알은 바다 물고기나 불가사리 해삼 등의 먹이로 사라진다. 군소의 산란기는 봄에서 여름에 이르는 시기로 알려져 있지만 겨울철에도 군소 알을 찾아 볼 수 있으니 군소는 연중 번식한다고 보는 것이 맞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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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웅동체인 군소는 서로 껴안는 듯하는 자세로 교미를 한다.

어미 군소가 바위틈이나 바위아래에 알을 숨겨두지만 불가사리, 고둥, 해삼 등은 이를 찾아내 포식한다.

얄미운 군수 ?

어촌에 부임한 군수가 어민들의 민생고를 듣기로 했다. 미역을 채취하며 생업을 이어 가던 어민들은 미역 수확이 예년만 못함을 하소연하며 “고놈의 군소 때문에 못 먹고 살겠다”고 푸념했다. 군소를 군수로 잘못들은 신임 군수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말았다고 한다.

어민들 입장에서 군소가 얄미웠던 것은 군소의 주식이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군소가 많이 번식하는 해에는 해조류 씨가 말라 버리곤 했다. 그런데 이를 두고 혹자는 해조류를 갉아 먹는 동물 이름이 군소가 된 것은 가혹한 세금에다 사리사욕을 위해 백성들의 뼈와 살을 갉아 먹는 탐관오리가 연상되었기 때문이라 하기도 한다.

해조류 엽상체를 포식하고 있는 군소의 모습이다.

군소가 토끼를 닮은 것은 겉모습 뿐 아니라 땅위의 토끼가 풀을 뜯어 먹듯이 군소가 바다 풀인 해조류를 뜯어 먹는 식습성에서도 상통하는 면이 있다. 이들의 주식인 해조류가 무성한 곳을 살펴보면 해조류 밑이나 엽상체에 올라타 있는 군소가 눈에 띤다. 그런데 물속에서 군소를 잡으면 물컹한 느낌에 어지간히 비위가 강한 사람이라도 저절로 손을 놓고 만다.

군청색 색소를 뿜는 군소, 노벨상 연구의 대상

군소 이름의 유래를 군청색 색소를 뿜어내는데서 찾는 사람도 있다. 군소는 위기가 닥쳤을 때 같은 연체동물로 사촌간인 오징어나 문어가 먹물을 뿜어내는 것처럼 군청색 계열의 특이한 색소를 뿜어낸다. 갑자기 바다 속을 뒤덮는 색소는 군소를 노리는 포식자에게 상당히 혐오스럽게 느껴 질 것이다. 군소를 먹거리로 장만할 때도 이 색소를 완전히 빼내야 한다. 군소를 잡아 올린 해녀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군소의 배를 갈라 색소를 완전히 빼낸 후 삶아 건조시킨다. 크기가 40cm에 이르는 군소도 이렇게 장만하고 나면 계란 크기 정도로 쪼그라든다.

위기를 느낀 군소가 보라색 계열의 색소를 뿜어내고 있다.

군소는 신경망이 단순하고 신경세포가 매우 커서 신경 회로에 관한 연구에 많이 쓰인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에릭 캔덜(Eric R. Kendel) 교수 등은 군소를 통해 학습과 기억의 메카니즘을 밝혀내 지난 2000년에 노벨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연구 대상으로 너무 복잡하다고 여겨지는 뇌 과학 연구에 돌파구를 마련한 이들의 연구는 현대 뇌 과학의 기초를 닦아 파킨슨병 등 신경계 질병의 신약 개발로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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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국립공원공단 생물종정보 :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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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발행일 : 2013. 07. 15.

출처

제공처 정보

  • 글∙사진 박수현 신문기자, 칼럼니스트

    한국해양대학교 해양공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수중잠수과학기술을 전공하고, 부경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남극, 북극을 비롯하여 세계 각지에서 2,000회 이상의 스쿠버다이빙을 통해 보고 경험한 바다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저서로는 [바다동물의 위기탈출], [수중사진교본], [어린이에게 들려주는 바다이야기], 제 24회 과학기술도서상을 수상한 [재미있는 바다생물이야기], 2008년 환경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바다생물 이름풀이사전],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북극곰과 남극펭귄의 지구사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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