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Fi카페] '엠파스'를 기억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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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05.05. 오후 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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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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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엠파스를 기억하시나요?

지금은 잊혀진 검색 서비스이지만, 한국 인터넷 포털사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서비스입니다. 나무가 죽어 거름이 되는 것처럼 엠파스는 사라졌지만, 당시 멤버들은 여전히 한국 인터넷 서비스 업계를 이끌고 있습니다.

◇엠파스, 대략의 역사

1990년대 후반, 야후가 한국 인터넷 업계를 ‘꽉’ 잡고 있던 시절 토종 검색엔진이 ‘속속’ 나옵니다. 한메일로 시작해, 커뮤니티, 초기 검색 시장까지 선점하며 야후를 앞섰던 ‘다음’도 이때부터 모습을 드러냈죠.

대한민국 인터넷 업게를 좌지우지하는 네이버는 3~4위 정도 되는 군소 업체였습니다. 지금은 입장이 완전 바뀌었지만, 사이트 영향력으로 봤을 때는 ‘조선닷컴’이 훨씬 우위에 있었다고 합니다.

1999년 한 검색엔진 서비스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자연어, 즉 문장으로도 검색이 가능하다고 했던 ‘엠파스’였습니다. 당시로서는 꽤 거금인 20억원의 투자금까지 유치받은 엠파스는 검색 품질에 있어서는 다른 사이트를 앞섰습니다. 부족한 데이터베이스(DB), 낮은 검색 품질로 사용자들의 불만을 듣던 다른 검색 사이트와 달리, 일상생활에서 쓰는 용어로도 쉽게 검색이 됐기 때문입니다.

엠파스 서비스 화면 모습 (출처 : 꼬날닷컴)
엠파스 서비스가 정식으로 시작했던 때는 1999년 12월 1일입니다. 11월 한 달간 베타서비스를 거쳐 문을 열었습니다. 이때 엠파스가 표방했던 검색 질문은 ‘김희선의 데뷔 드라마는’, ‘NBA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의 방한일정’ 등이었습니다. 보다 사용자가 쉽게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게 했던 것이죠.

엠파스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냈던 보도자료에서 박석봉 지식발전소(엠파스 운영사) 사장의 멘트를 들어보면, 검색 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국내 사용자들은 아직까지 단어 하나나 사이트 위주의 검색을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 이유는 사용자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검색 서비스들이 제대로 된 검색 기능을 지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엠파스의 오픈을 통하여 이제 국내 사용자들도 검색엔진 사이트를 본격적인 정보 검색 도구로 활용하게 될 것이다.”

초기 엠파스의 상징물이었던 안경 쓴 토끼
실제로도 엠파스는 많은 사용자들의 환영을 받았습니다. 필요한 정보를 인터넷에서 검색할 때면, 야후와 함께 많이 사용했습니다. 안경 쓴 토끼는 엠파스의 상징처럼 회자됐죠.

그리고 또 하나의 특징점이 있습니다. 1999년 엠파스 첫 보도자료에 한국 인터넷 업계에 굵직한 획을 긋는 두 사람의 이름이 나옵니다. 이준호 당시 숭실대 컴퓨터학부 교수와 한성숙 지식발전소 미디어사업부 차장입니다.

1999년 엠파스 운영사 지식발전소가 배포한 보도자료 일부. 숭실대 컴퓨터공학부 이준호 교수, 미디어사업부 차장 한성숙이란 이름이 적혀 있다.
이준호 당시 교수는 자연어 검색이라는 참신한 검색 포맷으로 주목받았습니다. 엠파스의 검색 기술력도 이 교수 팀의 독보적인 연구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준호 당시 교수는 현재는 NHN엔터테인먼트 의장으로 있습니다. 네이버의 전신 격인 NHN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역임하면서 뒤쳐졌던 네이버의 검색 기술력을 높였습니다. 3~4위 검색 서비스로 뒤쳐졌던 네이버를 살리기 위해 이해진 의장이 러브콜을 보냈던 것이죠.

한성숙 당시 미디어사업부 차장도 엠파스의 많은 서비스를 고안하고 책임졌던 사람입니다. 당시 한 차장은 2000년 이후 엠파스가 내놓았던 다양한 서비스 개발을 진두지휘합니다.

SK커뮤니케이션즈가 엠파스를 인수한 후 한 차장은 네이버로 옮겨갑니다. 그곳에서 각종 서비스 개발에 관여합니다. 네이버 대표 선임 전까지 네이버 서비스 총괄 부사장을 하면서 여러 서비스를 개발합니다. 엠파스는 사라졌지만, 주요 인물들은 오늘날 네이버 성장의 주역이 된 것입니다.

◇그때의 엠파스, 지금·미래의 수많은 엠파스들

이야기 흐름을 바꿔 최근 블록체인에 대해 잠깐 얘기해볼까요. 요즘 블록체인에 대한 기대감을 보면 흡사 1990년대말 인터넷 비즈니스가 관심을 받던 때가 떠오릅니다. 실체는 없지만 뭔가 돈이 될 것 같고, 그 기대감으로 또 다른 돈이 모이는 구조입니다.

예전에는 인터넷 사업체를 만들고 상장이나 투자로 돈을 끌어 모았다면, 최근에는 블록체인 사업을 만들고 코인공개(ICO)로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는 일입니다. 강남 거부들이 이런 ICO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소문마저 돕니다.

단언컨대 대부분의 블록체인 기업은 실패할 것입니다. 단언컨대 대부분의 블록체인 기업들은 망하거나 다른 곳에 팔리겠죠. 실패로 끝나는 것은 ICO도 마찬가지고요. 2000년대 초반 많은 이들이 닷컴 버블로 돈을 잃었던 것처럼, 휴지 조각이 된 기업 가상화폐로 눈물을 흘릴 것입니다.

하지만 이 와중에 살아남은 블록체인 기업은 오늘날의 네이버처럼 성장할 것입니다. 그 기업 속 사람들은 또 다른 ‘이해진, 김범수’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솎아져 죽은 나무가 썩어 거름이 되듯, 실패한 기업들은 우리나라 인터넷·블록체인 산업의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 심마니, 프리챌, 엠파스 등 사라져간 인터넷 업체들에서 나온 인재가 또 우리 IT업계를 이끌듯이 말입니다.

앞으로 수많은 ‘엠파스’가 나올 것입니다. 서비스 혁신도 많이 이뤄낼 것이고요. 미안하지만 이들 기업들이 돈을 잘 벌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그 와중에 앞으로 우리 인터넷 업계를 이끌 새 인물들이 나오겠죠? 최근의 블록체인, ICO 관심을 보면서 걱정이 들면서 기대도 드는 이유입니다.

김유성 (kys4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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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하는 기자입니다. 금융과 IT 등 보다 많은 얘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최근에는 '금융 초보자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질문 TOP80'이라는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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