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파제에 버려진 군소의 사투

2009. 3. 31. 15:40사진 속 세상풍경

오늘도 날이 잔뜩 흐렸습니다 멀리 설악산에는 흰눈이 쌓였고 시내에는 어제 내린 비로 우중충하고 날씨가 쌀쌀했습니다. 오후에 아내가 부탁한 것을 사러 중앙시장에 갔다가 영금정 바닷가를 나가보았습니다. 활어장을 지나 방파제로 향했습니다. 평일인데다 활어장이 쉬어서 그런지 방파제에는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방파제를 향해 조금 가고 있는데 어디선가 호잇 호잇 하는 휘파람 소리가 들렸습니다. 무언가 하고 방파제 아래쪽을 내려다 보니 해녀들이 가쁜 숨을 내쉬는 소리였습니다.


날이 찬데 열심히 물질을 하는 해녀는 대부분 60이 넘는 할머니 해녀였습니다. 바다 멀리 나가지 못하고 방파제 안쪽에서 홍합과 전복등을 따고 있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멀리 방파제 위로 이상한 것이 꿈틀거리는 것이 보였습니다. 가까이 갈수록 핏자국이 흥건했는데 이상한 것은 바로 바다에 사는 군소였습니다.


그동안 작은 군소들은 많이 봤지만 이렇게 큰 것은 처음 보았습니다. 해녀 할머니가 높이가 6m나 되는 방파제 위로 던진 것은 아닌 듯 했는데 그렇다면 누가 군소를 방파제에 버렸을까.........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으니 이곳에서 문어를 잡는 사람이 갈고리로 군소를 보고 잡은 것이라고 합니다.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 군소 그런데 바다쪽이 아닌 바다 반대쪽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몸을 잔뜩 오므리니 나름대로 색상이 참 멋있어 보이는 군소......바다에 사는 연체동물인 군소는 우리나라에는 동해와 남해, 서해 남부에 수심 10m까지 물이 맑은 얕은 연안에 서식하는데. 육지에 사는 껍질이 없는 민달팽이와 유사하게 생겼다고 해서 ‘바다의 달팽이’라고도 하고 영어명으로는‘ 바다의 토끼(sea hare)’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식용으로 먹기도 한다는데 이곳 동해안에서는 먹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바다로 나가려는듯 혼자 끙끙 거리며 사투를 벌이고 있는 군소.......자주빛 액체를 내뿜으며 바다로 향하는 몸짓이 안타까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