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할 땐 '과감하게' 떠날 땐 '차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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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10.26. 오전 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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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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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접근 차단 간소하게 가족장으로
시민들 “대한민국 국격 한 단계 높여”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별세한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입구에서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별세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서울병원 빈소는 가족장이라 외부 접근이 차단된 채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일부 가족과 친지들의 조문만을 받았다. 상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오후 5시쯤 아들, 딸과 함께 장례식장에 도착해 조문객들을 맞았다. 이재현 CJ 회장은 가족과 함께 빈소를 방문해 “국가 경제에 큰 업적을 남기신 위대한 분이자 저에게는 자랑스러운 작은 아버지”라면서 유족을 위로했다. 현대가(家) 정몽규 HDC그룹 회장과 함께 빈소를 찾은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은 “큰 거목이셨다”고 말했다.

장례식장에는 외신을 비롯한 취재진 수십명이 모여들었고, 곳곳에서 현장 중계가 이뤄졌다. 장례식장 출입문에는 방문객 안전 등을 고려해 포토라인이 설치됐고, 포토라인 주위로 방송 카메라와 사진기자들이 자리했다. 이 회장의 빈소는 장례식장에서 가장 큰 지하 2층 17호실(562.0㎡·약 170평) 등 3개 방을 합쳐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측은 조화를 정중히 사양한다고 밝혔지만 빈소가 마련되는 동안 박병석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한화 김승연 회장 등 정재계 인사들이 보낸 조화가 장례식장으로 들어갔다.

시민·사회에서는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켜 대한민국 국격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와 함께 상속문제 등 경영 과정에서 발생한 과오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함께 나왔다.

한 네티즌은 “별볼일 없이 작은 대한민국에서 세계적인 기업을 탄생시킨 영웅”이라고 이 회장을 평가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반도체 산업 세계 1위를 만들어 외국에서 한국 사람이 어깨를 펴고 다닐 수 있게 도와준 기업인, 편히 주무시라”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논평을 통해 “이 회장은 삼성전자를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켰으며, 신경영, 창조경영, 인재경영으로 경제계의 혁신을 이끌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재벌중심 경제구조를 고착화하고 정경유착, 무노조 경영, 노동자 인권 탄압의 그늘도 남겼다. 삼성그룹은 고인의 유산을 성찰해 한국경제와 세계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새롭게 거듭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별세한 25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이건희 회장 별세 관련 속보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노총은 “누구나 그러하듯, 고인의 생애도 공과 과가 뚜렷하다”며 “세계적인 기업 삼성이 빛을 내는 데 정경 유착과 무노조 경영, 노동자 탄압은 짙은 그늘이며 명백한 과오”라고 비판했다.

원불교는 이날 오후 전북 익산 중앙총부에서 오도철 교정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장의위원회를 열고 이 회장 장례를 원불교 교단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망자 넋을 기리며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원불교 종교의식인 천도재는 서울 원남교당에서 31일부터 49일간 매주 1번씩 7번 열리며, 다음달 8일에는 원불교 중앙총부에서 추도식이 열린다. 열반식부터 발인식까지는 장례식장에서, 입장식은 장지에서, 천도재는 교당에서 각각 이뤄진다. 이 회장은 1973년 장모인 고 김윤남(신타원 김혜성) 원정사를 통해 원불교에 입교한 뒤 아내 홍라희 여사와 함께 종교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원·유지혜·이창수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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