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4일 “향후 몇 년이 우리의 생존을 좌우할 중요한 시기”라며 “제대로 빠르게 변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작년 6월 취임 후 1년3개월 만에 처음 연 LG 사장단 회의에서 위기 극복을 위한 빠른 변화를 강조한 것이다. 최근 주요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해온 LG가 더욱 공격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앞줄 오른쪽)이 24일 경기 이천 LG인화원에서 열린 LG 사장단 워크숍에 참석해 권영수 (주)LG 부회장(왼쪽), 조준호 LG인화원 사장 등과 대화하고 있다. /LG 제공
구광모 LG그룹 회장(앞줄 오른쪽)이 24일 경기 이천 LG인화원에서 열린 LG 사장단 워크숍에 참석해 권영수 (주)LG 부회장(왼쪽), 조준호 LG인화원 사장 등과 대화하고 있다. /LG 제공
“지금까지와는 다른 위기”

구 회장은 이날 경기 이천 LG인화원에서 열린 사장단 워크숍에서 “L자형 경기 침체 등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의 위기 앞에 앞으로의 몇 년은 우리의 생존을 좌우할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며 “위기 극복을 위해 근본적인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하고 사업 방식과 체질을 철저하게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LG는 매년 9월 그룹 최고경영진이 모여 경영전략을 논의하는 사장단 워크숍을 열었지만 지난해엔 경영 현안 탓에 워크숍을 개최하지 않았다. 이날 워크숍엔 구 회장과 권영수 (주)LG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을 비롯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및 사업본부장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구 회장은 이 자리에서 “LG의 근본적이고 새로운 변화를 위해 사장단이 몸소 ‘주체’가 돼 실행 속도를 한 차원 높여야 한다”며 “제대로 그리고 빠르게 실행하지 않는다면 미래가 없다는 각오로 변화를 가속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구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 이어 고객의 중요성을 재차 언급했다. 그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더 나은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수단이자 우리의 경쟁력을 한 차원 끌어올리기 위해 꼭 필요한 변화 중 하나일 것”이라고 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란 기업의 전략과 조직, 사업 모델 등을 디지털 기반으로 변화시키는 전략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사물인터넷(IoT)과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기존의 운영 방식과 서비스를 혁신하는 활동이다. 구 회장은 지난 1월 신년사에서 “LG가 나아갈 방향을 수없이 고민해 보았지만, 결국 그 답은 고객에 있었다”고 말하는 등 ‘고객’이라는 단어를 30회 반복했다.

“근본적인 혁신 필요”

LG에 따르면 이날 구 회장과 LG 최고경영진은 하루 종일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경영환경 속에서 미래 생존을 위한 고객 가치 창출 방안을 깊이 있게 논의했다. LG 사장단은 앞으로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경영환경을 경험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경기 침체가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인구구조가 변화해 수요가 감소하고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시장 자체가 줄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LG 최고경영진은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단순히 견뎌내는 데 머무르지 않고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에 인식을 같이했다. 차별화된 고객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일제히 공감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더욱 강화한다는 데도 뜻을 모았다. 구체적으로 AI와 빅데이터 역량을 키우고 고객 중심 가치를 혁신하기로 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